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가 갑작스러운 기도 폐색에 의한 심정지로 사망할 경우 병원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김성수 판사는 수술을 받고 회복 중 폐렴 증세로 치료를 받다 사망한 70대 노인 이모씨의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장례비와 위자료 등 모두 2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김 판사는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일시적인 기도 유지 실패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담당 의사가 기도확보에 실패해 심정지로 사망한 만큼 이씨와 유가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지난 2011년 4월4일 서울의 한 대형 대학병원에서 목뼈 교정 수술을 받은 이씨는 회복 과정에서 발열과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다 폐렴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 항균제 등을 투여했으나 이씨의 호흡곤란 및 의식저하 증상은 심해졌다.
결국 의료진은 같은달 18일 이씨를 중환자실로 옮기고, 이씨에게 인공호흡기를 적용하기 위해 기관내삽관을 실시했다.
그런데 사흘 뒤 이씨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4월21일 오후 7시6분께 산소포화도가 떨어지자 의료진은 '삽관 상태가 불량하다'고 판단, 두 차례에 걸쳐 재삽관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오후 7시22분께 산소부족으로 심장박동이 멎자 의료진은 심폐소생술과 함께 한 차례 더 기관삽관을 시도했으나 이 또한 실패했다. 결국 이씨는 이날 오후 8시37분께 사망했다.
병원 측에서는 "당시 응급상황이었고 최선을 다한 만큼 과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김 판사는 "재삽관 과정에서 호흡곤란이 악화돼 산소부족이 심화되고 그로 인해 심정지에 이른 것"이라며 병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김 판사는 "이씨가 수술 당시 고령의 나이에 장기간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였고, 폐렴은 전신마취 후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수술 후유증의 하나"라며 폐렴 감염 등에 대해서는 의료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