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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1. (토)

내국세

[연재]세무서장 할 일 1순위는 ‘직원에 감동 주는 것’

-"나는 평생 세금쟁이"-(40)

 30년만에 다시 찾은  명동(明洞) 에서…

 

 

 

20세기를 마감하는 1999년 연말(年末) 어느 날, 당시 류학근 조사4국장에게 업무보고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조 과장님! 내가 중부세무서장으로 추천하고 싶은데 희망하겠소?”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당시 직속 상관이었던 류학근 조사4국장은 필자와 동년배로서 매사에 합리적이고 강직한 분이었다. 그동안 조사4국을 개국(開局)하는데 열심히 일해 왔었는데 제대로 대우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려주었다.

 

그 때 필자의 느낌으로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첫해 1년동안 부동산 투기 조사과장자리에서 국장도 공석 중인 가운데도 열심히 일해 주었으며 또 지난 연초에 조사1국 조사관리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8개월만에 조사4국1과장도 아닌 2과장으로 좌천(?) 발령을 낸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가 아닌가 싶었다..

 

“고맙습니다. 보내주시면 열심히 일해 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국장실을 나왔다.

 

그로부터 며칠후인 12월30일에 나는 서울 중부세무서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 때 나는 속으로 “드디어 나도 서울시내에서 세무서장으로 일하게 되었네”라고 생각하니 마음 한편으로 기뻤다.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20대 중반 근무했던 중부세무서에 세무서장으로 부임, 직원 감동서비스를 실시했다<2000년 중부세무서장 재임 당시>

 


중부세무서장 취임식 당일날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해 삼일 고가도로를 타고 명동성당을 거쳐 남산 입구에 있는 중부세무서로 향했다. 세무서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부근에 있는 목욕탕을 찾아 목욕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30여년전 말단 8급으로 이곳 개인세과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 후 30년이란 세월이 흘러 이제는 세무서장으로 부임하게 되었으니 한마디로 금의환향이었다. 또 그 때는 20대 중반의 철부지 청년이었는데 지금은 50대 중년이 되었으니 다른 한편으로는 세월의 빠름도 실감했다.

 

중부세무서 건물도 명동성당 대각선 맞은편에 위치한 낡고 오래된 옛날 그 건물이 아니라 남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있는 비교적 깨끗한 5층 건물이었다.

 

또 세무서 관할도 옛날과는 다소 달랐다. 명동, 충무로, 필동, 을지로6‧7가, 신당동, 남산동 등으로 과거 남산세무서 관할 일부가 새로 편입되었다.

 

세수규모는 국민은행(KB)과 지금은 없어진 서울은행 등의 예금이자소득세 덕분에 연간 3조원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였으나, 반면에 납세자의 대부분이 동대문 집단상가에 밀집되어 있어 다른 세무서에 비해 세원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편이었다.

 

세무서장으로서 내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직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주는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비록 적은 업무추진비지만 직원들이 감동할 수 있는 일에 사용해 보기로 했다.

 

먼저 150여명의 직원들 신상을 파악해서 본인과 배우자의 생일 그리고 결혼기념일을 챙겨서 이들을 축하해 주기로 하고 그날만은 반나절만 근무케 했다. 아울러 배우자의 생일날에는 축하 전보와 함께 간단한 케이크도 준비해 퇴근길에 들려 보냈다. 무엇보다 결혼기념일에는 이들 부부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인근에 있는 대한극장의 영화 관람권을 구입해서 함께 관람토록 해 주었다.

 

그리고 가끔은 평소부터 가깝게 지내고 있는 윤석화 연극인이나 손봉호 서울대 교수 등을 초청해서 특강도 해주다 보니 얼마 안가서 직원들의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져 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일반 업무는 과‧계장을 중심으로 책임지고 챙기라고 부탁하고 세무서장으로서의 내 역할은 그저 외부활동에만 신경을 썼다.

 

특히 이곳 납세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여개의 집단상가에 대한 세원관리업무는 직원들의 간섭에 의하기보다는 자체 상가번영회를 통한 자율적인 신고를 권장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세원관리를 해 보았더니 직원들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집단상가내 납세자들의 불만이 사라졌다.

 

그리고 세무서장인 나도 자주 집단상가에 들려 이들의 고충도 청취해 주었다.

 

얼마후 국세청 본청에도 이런 사실이 알려져 전국 집단상가에 대한 세원관리업무에 좋은 모델로 선정해 주었다.

 

이렇게 사심 없이 조직원들과 똘똘 뭉쳐 하루이틀을 흘려 보내다 보니 금방 몇개월이 흘렀다. 그러던 6월 어느 날 느닷없이 당시 황수웅 국세청 차장의 전화 한통화가 나를 또다른 곳으로 몰고 가고 있었다.

 

부임해 온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는 시점인데….  

 

<계속>-매주 水·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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