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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세

[연재]'IMF 비상' 134개 세무서를 99개로 구조조정

-격동기 국세청 30년, 담담히 꺼내본 일기장-(52)

기준경비율제 전환…공평과세 기틀 다져
99년9월1일을 기해 종전 전국 134개 세무서가 99개 세무서로 개편됐다. 35개 세무서가 없어졌고, 이에 따라 35개 세무서장 자리도 없어졌다.

 

이것은 98년 나라 전체가 IMF비상관리체제하에 들어가면서 민간기업에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에서는 국세청이 솔선수범해야겠다는 청장의 결단에서 비롯된 개혁조치였다.

 

내가 98년에 세무서 구조조정안 초안을 작성할 때 구조조정의 기본원칙은 일단 3급지 세무서(9개서)는 지서로 하고, 대도시에 소재하는 세무서 중에서 종사 직원 100명 이하의 세무서는 인근 세무서와 통합하도록 제안했다.

 

그후 세정개혁단의 공식적인 검토하에 35개 세무서가 줄어들었고, 이들 폐지된 세무서의 총무과의 행정지원 인력만큼 여유인력이 생겼는데 이들은 각 세무서에 신설되는 조사과, 징세과 인력으로 충원됐다.

 

 

 


4) 소득표준율 대신 기준경비율제도 도입 시행

 

 

 

일본에서 배워온 소득표준율제도 1955년 처음 시행

 

 

 

99년 세정개혁 프로그램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는 소득표준율제도를 폐지하고 그 대신 기준경비율제도를 도입해 시행한 것이다.

 

‘소득표준율제도’란 무기장 대중 납세자들의 소득금액 계산을 간편하게 추계하기 위해 한국표준산업분류표에 의한 업종별로 국세청이 평균 소득율을 결정해 발표하는데, 바로 이 비율을 소득표준율이라 했다.

 

전체 사업자의 60~70%에 해당하는 무기장 자영사업자들은 소득세 신고전에 이미 정부에 신고돼 있는 자기 사업의 수입금액에 자기 사업이 속하는 종목의 표준소득율을 곱해 곧바로 추계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있는 간편한 제도였다.

 

이 제도는 일본의 국세행정에서 배워온 것인데 우리나라는 1955년부터 소득표준율을 제정, 시행해 왔다.(필자의 석사학위논문 ‘한국의 표준소득율제도에 관한 경험적 연구’ 참조)

 

소득표준율제도는 소규모 무기장 사업자의 소득금액 추계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생겨난 것인데, 문제는 기장능력이 있는 규모있는 사업자도 세무조사를 안 받으려고 기장을 하지 않거나, 실제는 장부기장을 하면서도 장부에 의한 신고를 기피하는 경향이 비일비재했다.

 

정부는 근거과세를 위하여 장부기장을 권장하고 이에 따라 신고를 하도록 세정의 방침을 정해 힘을 기울여 왔지만, 소득표준율제도는 오히려 장부기장을 기피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소득표준율이란 그 업종 전체의 평균소득율이기 때문에 사업자의 개별적인 실상을 반영하지 못했다. 이로써 공평과세의 원칙에도 위배가 됐다.

 

 

 

소득표준율제도, 무기장 신고자를 오히려 양산시키다

 

 

 

더구나 장부기장을 할 수밖에 없는 규모가 있는 사업자도 자기 사업의 신고 소득률 수준을 소득표준율을 기준으로 삼아 인위적으로 낮게 조정해 신고했다. 

 

이 소득표준율에 의해 소득세를 추계신고하는 무기장 사업자는 99년 귀속 소득세 신고의 경우 총 130여만명의 사업자 중 약 60%에 달하는 75만명이나 됐다. 복식기장에 의한 신고자 40만명(30%)을 제외하면 나머지 간편장부에 의한 신고자(10%)도 사실상 제대로 된 정규영수증을 비용 증빙으로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소득세 과세사업자의 약 70%가 무기장 내지 부실기장에 기해 신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99년 6월 광주청에서 올라오자마자 나는 개인납세국 산하 부가·소득·재산세과의 업무현황을 파악했다.

 

나는 그때 소득세과 사무관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소득표준율제도를 경비율제도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동안 무기장 신고자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들 중 상당수가 실제는 어떤 형식이든 장부기장을 하고 있으면서도 세무조사를 안 받으려고 일부러 소득표준율에 의한 추계신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정부를 속이고 있는데 정부는 속아 주거나  속고 있는 형국이나 다름없었다.
실제 우리나라의 자영 사업자들은 아무리 소사업자라도 평균 학력수준이 대부분 고졸 이상이고 자기 사업에 직접 관련되어 있는 주요 경비 예컨대 상품 등 원․부재료 매입경비, 임차료, 종업원 인건비 등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지 원시증빙 또는 속칭 배추장수 장부라도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해 자신감을 갖고 소규모 사업자라도 원․부재료 매입경비, 임차료, 인건비 등 3대 주요경비는 사업자가 증빙이나 기록에 의하여 제시하지 않으면 정부가 경비로 인정해 주지 않도록 하고, 이외에 기타 경비만을 정부가 정하는 경비율에 따라 산정하도록 하는 새로운 발상을 하게 됐다.

 

 

 

무기장 추계신고자라도 상품 매입비, 임차료, 인건비는 자기가 제시해야 비용인정

 

 

 

나는 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무척 고무됐다.

 

이를 제도화하면 종래의 소득표준율제도의 문제점이 많은 점이 해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됐다. 사업자가 주요 경비의 증빙서류를 갖춰야 하므로 장부기장 능력이 배양되고 필요경비로 계상한 주요 경비는 그 입증책임이 납세자에게 있고, 소득세 조사도 받게 되므로 조사 회피를 위한 기장 회피 관행이 근절될 수 있다고 생각됐다.

 

즉 추계신고로 인한 매력이 크게 감소되므로 빠르게 기장풍토가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또한 자기 사업에 기본이 되는 주요 경비는 사업자가 증빙서류를 수취해 소득을 계산하게 되므로 소득표준율과 같은 획일적인 과세가 지양되고 사업자의 개별적 실상이 반영된 공평과세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여겨졌다.

 

다시 말하면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과 같은 범사회적 과세자료 인프라가 자영사업자의 수입금액 양성화의 툴(tool)이라면, 기준경비율제도는 무기장 추계신고하는 대중납세자의 소득금액 양성화의 툴(tool)이라고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득표준율제도 하에서는 무기장 사업자는 자기 사업을 위해 지출한 비용에 대한 증빙 서류를 수취하지 않아도 되지만 새로운 제도하에서는 비용 지출에 대한 증빙을 수취하지 않으면 그만큼 소득금액이 늘어나므로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세금계산서, (면세)계산서, 신용카드 매출전표와 같은 정규 영수증을 철저하게 받아야만 한다.

 

이렇게 되면 거래 상대방의 매출자료 또는 소득자료도 노출되므로 거래당사자간에 연쇄적인 과세자료 양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무기장 사업자라도 주요경비를 제시해 스스로 소득금액을 계산하게 되므로 신고납세제도에 부합되는 것이었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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