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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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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성추행 서울대 교수, 상습성 부인…"반복적이지 않았다" 주장

제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대 교수가 상습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서울대 강모(54)교수 변호인단은 18일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에서 공소 사실은 모두 인정하나 상습성에 대해서는 "동종전과가 없고 기간이나 횟수로 봤을 때 집중·반복적으로 행해졌다고 보기 어렵고 단둘이 은밀하게 모임을 가진 것이 아니라 동석자들이 있고 공개적인 모임이었다"며 부인했다.

이에 검사 측은 "9명의 피해자 중 3명을 제외하고 피고인이 불러내서 일대일로 추행을 했고 피해자들 증언에서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며 "성추행의 특성상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많은데 9명을 11차례 걸쳐 추행한 것이 드러난 것만으로도 상습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서울대 인권센터에서 강 교수의 징계 과정에서 직접 조사를 했던 내용을 제시하기도 했다.

서울대 인권센터 조사결과에 따르면 공소사실에는 서울대 수학과 학생 3명이 있는데 이중 1명 외에는 중복되지 않는 피해자들이 있었다. 또 42명의 수학과 교수와 연구원, 학생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2명이 22회에 걸쳐 강제 추행을 경험을 했고 14명이 성희롱을 당했다. 강 교수는 기소돼 입건됐던 지난해 10월에도 성추행을 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강 교수의 변호인 측은 제출한 탄원서에 대해서 지인들이 억지로 제출한 것이 아니라 진심이라고 변호했다. 지난달 6일 강 교수가 지인들이 작성한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해 '지나친 제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논란이 된 바 있다.

강 교수 변호인은 "오늘 제출한 탄원서는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불이익을 우려해 억지로 제출한 것이 아닌 피고인의 친구와 지인뿐 아니라 여자 교수와 여자 제자 등이 평소 피고인의 인간적인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며 "강 교수의 평소 격의 없고 직설적인 행동이 이 사건의 단초가 된 것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경 판사는 이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러운데 인간은 누구나 동전의 양면을 가지고 있고 피고인이라고 좋은 점이 없겠나"라며 "지인의 탄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가 중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 교수 측 변호인은 예정됐던 증인 2명에 대해 "피고인의 평소 생활모습이라든가 업적과 관련해 아는 분들을 섭외했으나 지금 워낙 여론에 주목을 받다보니 모두 고사해 증인 심문이 어려운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장에는 가명 피해자 2명이 법정을 찾았다.

검사는 "피해자들이 피고인 의견서를 보고 사실관계가 잘못된 부분에 대해 납득을 못하는 부분 있어서 사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증언을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된 증언이라면 피고인 측에서 상습성을 부인하고 있어 정식으로 증인 신청을 하는 게 맞다"고 다음 재판으로 증인 신문을 미뤘다.

또 "재판부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공개해서 양형에 대해서도 공방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재판부가 생각하는 핵심적인 양형인자 부분은 상습성, 동종 범행의 반복, 다수 피해자, 진지한 반성 여부이고 그리고 신뢰관계를 이용한 추행인가이다. 진지한 반성은 행위자에 대한 감경 인자이고 나머지는 가중 인자로 규정이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 참여한 강 교수는 굳은 표정으로 앞만 바라보고 종종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박 판사는 강 교수에게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 처벌도 중요하고 형도 중요하지만 재판장이 가장 걱정하는 건 피해자들의 2차 피해"라며 "교수들의 추천서가 없다든지 그렇게 되면 취업도 진학도 쉽지 않은 게 한국사회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어 걱정된다. 피고인도 범행 내용도 중요하지만 혹시라도 계기나 상황에 처한다면 피해자들이 전반적인 취업이나 학업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마음으로라도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난 7월28일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대학원 인턴 여학생의 가슴을 포함한 신체를 만지는 등 2008년부터 지난 7월까지 제자 9명을 11차례에 걸쳐 상습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교수는 주로 자신이 가르치던 대학원생과 학부생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자신이 지도교수를 맡은 교내 동아리 소속 여학생도 성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 교수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달 20일 오후 2시 301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서울대학교 학부 학생들도 참석했다.

서울대 10학번 학생은 재판이 끝난 뒤 "강 교수가 이번에 어떤 판결을 받는지에 따라 학내 다른 성추행 논란 교수들에 대한 처벌도 결정될 것 같아 재판을 보러 왔다"며 "이번 판결이 학내 교수들의 성추행 처벌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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