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 표준전산망 도입 ‘나비효과’ 한류 발전
2000년부터 시행한 신용카드 세금공제 혜택으로 전 국민이 신용카드를 갖고 이들 업소의 수입금액을 자동 노출시켜 줌에 따라 더이상 사람에 의해 이들 업소의 수입금액을 관리·감독할 필요성이 없어져버린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역담당제라는 일하는 방식, 또는 세원관리방식을 존치할 이유가 없었다.
당시 지역담당제가 없어질 경우 가장 우려했던 문제는 미등록, 미신고, 과소신고하는 사업자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90년대 말에 소득세 확정신고 인원은 100만명 남짓(99년 130만명)이었는데 2008년에는 360만명, 2012년에는 440만명 수준으로 자영사업자 수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됐다.
이미 길거리 포장마차에서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시대가 돼 버린 것이다. 이는 가계소비자의 신용카드 사용 덕분에 더이상 미등록하거나 미신고, 과소신고할 틈(loophole)이 없어졌음을 자명하게 나타내주고 있는 것이다.
지역담당제가 자동 소멸하다
또한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세금 혜택으로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됨에 따라 신용카드 회사, 결제 단말기 회사 등 직전까지 부도 위기에 몰렸던 관련 기업과 산업이 갑자기 흑자로 돌아섰다.
뿐만 아니라 일반소비자들의 결제패턴이 그사이 현금 위주에서 카드 위주로 빠르게 대체됐고 심지어 은밀한 사생활까지도 드러날 수 있게 됐다. 한마디로 납세 투명성을 위한 이 장치가 전반적인 사회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장치로도 역할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일부 언론은 정부수립이후 신용카드 세금공제제도야말로 명실상부하게 역대 정부정책 중에서 가장 성공한 정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영화관 등에 출입할 때 사용하는 입장권과 같은 소액 다빈도의 비정규 영수증에 대하여 그동안 국세청은 일련번호가 찍힌 입장권 책을 일괄 인쇄해 공급 관리하는 통제가 불완전한 방식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내가 광주에서 올라와 세정개혁단장으로 일을 개시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문화체육부 장관이 국세청에 보내온 오래된 공문을 보게 됐다.
공문 내용은 문체부가 문예진흥기금을 제대로 징수하기 위해 영화관, 극장 등에서 발매하는 입장권 티켓을 전산망으로 관리하는 이른바 표준 전산망을 선정했으니 국세청에서도 ‘티켓링크’라는 표준 전산망을 승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본청 부가가치세과장 시절부터 이 부문에 대한 투명한 관리수단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던 터라 곧장 ‘티켓링크’ 사장에게 연락해 전산발매시스템을 내 사무실에서 시연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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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행정에서의 지역담당제 폐지는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지역담당제’는 세무조사와 세금징수 등 모든 세무관리가 지역담당자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맹점 때문에 각종 부작용이 파생됐다. 따라서 역대 국세청장들은 지역담당제 폐지를 놓고 많은 고심을 했다. 2000년부터 시행된 신용카드 사용 세금공제 혜택은 신용카드 사용이 급격히 늘어남과 동시에, 지역담당제를 폐지해도 사업자 세원관리가 용이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했다. 사진은 당시 국세청 주도로 신용카드 이용 활성화를 위한 범사회적 캠페인에 주부클럽연합회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동참하고 있는 모습.<세정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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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권발매 표준전산망을 보급하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실제 티켓매표상황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떴다. R석, S석 등 좌석 종류별 실시간 매표예약 상황, 현장창구 매표 상황, 음료수 판매상황, 팝콘 판매상황 등이 실시간으로 구분 집계되고 있었다.
나는 이 시스템이면 만족할만한 관리 수단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종전의 입장권 책자 일괄인쇄 공급제도를 폐지하고 직접 입장권 티켓 전산 관리 훈령을 제정해 99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다.
대도시 개봉관 등 387개 업소를 대상으로 2000년 3월까지는 자율적으로 가입하도록 권장하고 2000년 4월부터는 가입지정을 하기로 했다. 2000년 연말까지 이들 중 181개 업소가 이 티켓팅 표준전산망에 가입했다.
이리하여 소액현금 거래가 자주 발생하는 영화관, 극장, 공연장 등 입장권 매표 상황을 제3의 부가가치통신망에 의해 전산으로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나는 이 시스템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전국 극장협회 회장, 서울극장협회 회장, 서울시내 대형 개봉영화관 사장들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갖고 국세청의 의지를 천명했다.
문제는 서울극장협회 곽정환 회장이 완강히 버텼다. 나는 개인적으로 몇번 만나서 설득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문체부 표준전산망 공모에서 기술 부족으로 탈락한 업체들이 곽 회장의 판단을 그르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입장은 단호했다.
2000년 새해 3월22일 곽 회장은 나에게 전화로 ‘티켓링크’ 시스템으로 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을 주었다. 얼마후 그는 이렇게도 간편하고 투명한 관리 수단인 줄은 몰랐다며 스스로 홍보대사가 됐다.
입장권 표준전산망이 한류의 원동력이 되다
입장권 표준전산망의 시행 효과는 한 마디로 우리 한류문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영화, 연극, 뮤지컬 등 예술창작품들이 종전에는 얼마나 표가 팔렸는지 정확하게 알 수단이 없었으나 비로소 티켓발매 표준전산망으로 정확한 매표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대기업들이 문화예술창작 및 공연 사업에 큰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좋은 배우, 가수, 탤런트들이 발굴되고 좋은 작품들이 만들어져 오늘날과 같은 한류문화로 발전하는데 큰 공헌을 하게 됐다.
입장권 뿐만 아니라 고속버스 승차권에 대해서도 이 시기에 전산발매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건교부에 강력히 요청한 결과 고속버스사업 조합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도입해 공용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이명박 서울시장때 구축한 시내버스 교통카드 시스템도 승차권 전산관리 시스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발전된 정보통신기술(ICT)과 특정산업의 사업운영 방식을 연계하여 재구축하는 이른바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BPR)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한분야 한분야 개발․구축되면 무엇보다 그 산업이 새롭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고 과세기초자료는 더불어 부산물(by-product)로 자동으로 산출되는 결과가 된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