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와 열정…세정 대개혁 프로젝트 스타트'
세정개혁단에 새 힘을 불어 넣다
광주청에서 올라온지 10여일후 어느날 오후 나는 나와 함께 세정개혁을 추진할 국세행정개혁기획단 요원들과 첫 미팅을 가졌다.
당시 총괄팀장은 한상률 소득세과장이 계속 맡았고, 주요 팀 멤버는 봉영근 사무관, 이용우 사무관, 이천길 사무관, 김상수 사무관, 장운길 사무관 등이 포진돼 있었으며, 뒤에 인사 이동으로 박헌세 사무관, 정경석 사무관, 이근희 사무관 등이 제2기 새 맴버로 합류하였다.
그날 오후 나와 첫 대면을 했을 때 이들은 한결 같이 지난 1년간 세정개혁에 참여하면서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개혁 아젠다가 없는데서 비롯된 답답함과 불안감이 이들을 지치게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동안 내가 석박사 학위 논문을 통해서 준비한 개혁의 아젠다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나갔다.
약 두시간 정도 이야기하고 나니 T/F팀원의 분위기가 처음 시작할 때의 지친 모습과는 달리 무언가에 고무된 듯한 상기된 분위기로 바뀌었다. 특히 한 팀장의 얼굴이 활력을 되찾고 빛나고 있었다.
나는 당시 분당 집에서 출퇴근을 했는데 아침 6시경에 집에서 나와 밤 자정 무렵에 귀가한 후 잠시 눈 붙였다가 다시 출근해야만 했다. 늦은 밤 아내가 매번 차를 갖고 와서 청사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퇴근하곤 했다.
나는 이래가지고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사직공원 앞에 있는 1인용 원룸을 얻어 개혁작업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묵기로 하였다. 이로 인해 시간 절약이 많이 됐고 수면시간도 확보할 수 있었다.
개혁의지와 열정으로 국세청이 하나되다
99년6월27일 주일예배를 마친 후 나는 노트에 이렇게 나의 기도를 적고 있다.
‘제게 지금 이 막중한 일, 세정개혁의 임무를 맡겨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 일이 하나님 기뻐하시는 일, 곧 하나님의 공의를 실현하는 일임을 자각하고 있사오니 제게 건강과 능력, 지혜와 명철을 주셔서 이 선한 일에 넉넉히 승리할 수 있도록 붙들어 주옵소서’
나는 무엇보다 절대자 하나님 앞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 일에 임했고 우리 개혁단T/F팀은 물론 본청 모든 부서까지 스스로 휴일도 반납한 채 불철주야, 멸사봉공, 한 마음 한 뜻으로 참으로 열심을 다해 일했다.
99년 6, 7, 8, 3개월간과 그후 연말까지 3개월은 국세청 역사에서 그 개혁 열기와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아마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시기로 기억된다.
나는 그해 6월30일 손수 마련한 ‘세정개혁추진계획(안)’을 청장께 보고하고 언론 보도자료와 청와대 요약보고(안)를 준비하였다.
이 짧은 기간에 어떻게 그토록 방대한 세정개혁을 구상하고 추진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이와 같은 개혁 구상은 내가 국세청에 처음 발을 디딘 때로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25년간 줄곧 고뇌해 왔던 문제들이었기 때문에 20세기 끝자락에서 나에게 세정개혁단장으로서의 임무가 맡겨진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생각되었다.
99년 국세행정개혁은 국세청 개청 이래 그 양이나 질적 면에서 최대 규모, 최고 수준으로 이뤄졌으며 국세청의 모든 부서가 일심동체가 돼 추진하였다.
다음에는 그 때 이루어진 수많은 개혁프로그램 중에서 주로 나의 아이디어로 구상해 채택, 시행했던 주요 핵심정책들을 ①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범사회적 과세기초자료 산출 인프라 구축 ②납세자보호자담당관 신설 및 납세상담콜센터 개설 ③업무기능별 조직의 도입과 중․대세무서로 구조조정, ④소득표준율 대신 기준경비율제도 도입, ⑤지역담당제 폐지와 일하는 방식의 개선으로 나누어 요약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범사회적 과세기초자료 산출인프라 구축
99년 세정 대개혁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개혁 프로그램은 범사회적 과세기초자료 산출 인프라 구축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내용에 관해서는 이미 앞에서 나의 박사학위 논문 요약을 통해서 본 바와 같이 경제 3대 주체인 정부, 기업, 가계가 정규영수증인 세금계산서, (면세)계산서, 신용카드영수증을 수취해 과세당국에 제출하게 하자는 것이 중심 내용이고 여기에 비사업자인 비영리․공익단체도 정규영수증을 수취해 제출하도록 유도하고, 마지막으로 입장권, 승차권, 승선권 등과 같은 소액 다빈도의 비정규영수증에 대하여도 제3의 티켓발매전산망을 구축 운영하자는 것이었다. 이상의 내용을 도표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표>
과세자료 인프라 구축이야말로 세정개혁의 핵심 프로그램
우리는 정부 등 공공부문의 예산 지출 증빙을 정규영수증만으로 통제하기 위해 감사원의 계산증명규칙과 국가, 지방자치단체, 국․공립 교육기관, 정부투자기관 등의 회계 관련규정을 모두 개정하게 했다.
우리는 99년과 2000년 내내 담당자를 정해 감사원, 재경부, 교육부, 행정자치부를 직접 찾아다니며 입이 닳도록 설명하고 설득하느라 온 힘을 쏟았다.
이 일을 위해 부가가치세과 김호기 과장과 고병채 서기관, 권기영 사무관이 많은 수고를 했고, 특히 김 과장은 신용카드 복권 추첨 방송을 맡아 본인이 직접 출연하는 등 열정을 다했다.
아울러 과세자료제출 및 관리에 관한 법률도 제정해 2000년7월1일부터 시행했다.
기업의 비용 지출시 정규영수증 수취를 강제하기 위해 관련 세법에 2000년 1월부터 10만원 이상 일반경비를 지출하고 정규영수증을 수취하지 않을 경우 미수취 금액의 10%를 가산세로 부과하도록 했고 5만원 이상 접대비를 지출하고 정규영수증을 수취하지 않을 경우 세무상 접대비로 인정받을 수 없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거래 상대방의 수입금액이 양성화되고 회계 증빙의 진실성 확보로 기업 경영의 투명성도 제고될 수 있게 됐다.
가계부문에 대하여는 두 가지 유인(incentive)을 제공했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