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일 치르고 난 후 산행의 즐거움!
청장 초도순시가 끝난 후 5월15일 토요일 나는 오전에 청장순시 결과를 정리해 놓고 오후에는 광주청 직원들과 함께 지리산(智異山) 산행길에 올랐다.
먼저 경남 산청군 중산리로 가서 산 중턱에 있는 법계사(法界寺)에서 일박하고, 다음날 5월16일 일행 13명이 일찍 일어나 절에서 제공하는 밥을 먹고 등반을 시작했다.
이윽고 1,915m 천왕봉(天王峰)에 올라서니 탁 트인 삼남지방이 눈앞에 전개됐다. 우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장터목을 지나 세석평전에서 점심을 먹고 길게 내리뻗은 한신계곡을 거쳐 백무동으로 하산하니 하루해가 졌다.
나는 광주청에 있는 동안 지리산 정상을 등정하기 위해 매 주말마다 호남지역 산을 모두 올랐고 99년1월1일에는 지방청 직원들과 함께 무등산(無等山) 입석대, 서석대에 오르기도 하였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시원함과 짜릿함, 그리고 진땀을 몇번이나 흘리고 나서 산에서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준비해 온 도시락을 펴서 함께 먹는 꿀맛 같은 점심, 이런 게 산행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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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2기 국세청장에 임명된 안정남 국세청장은 ‘정도세정(正道稅政)’을 모토로 내걸었다. 조직정비와 의식개혁 등을 포함한 세정개혁 완수와 자본자유화에 따른 국부유출 차단, 재정수요의 원활한 조달 등을 세정 핵심기조로 삼은 것이다. 안정남 국세청장은 취임하자마자 국세청내에 ‘국세행정개혁기획단’을 발족시키고, 단장에 장 춘 개인납세국장을 임명했다. 사진은 99년5월26일 개최된 안정남 제12대 국세청장 취임식 모습. <세정신문DB> |
안정남 신임 청장, 나의 보직을 미리 확정해 두다
99년5월24일 김대중 대통령은 이건춘 국세청장을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발탁·기용했고, 5월26일에는 안정남(安正男) 차장이 국세청장에 임명되었다.
새로 부임한 안정남 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정도세정(正道稅政)을 부르짖고 ①세정개혁의 완수를 위해 조직의 정비, 인사의 혁신, 업무의 개선, 의식의 개혁 ②21세기 준비를 위해 자본자유화에 따른 국부유출 차단, 전자상거래에 대비 ③재정수요의 원활한 조달(통일재원까지 염두) ④직원복지의 향상을 위해 직원기숙사 확충, 보수 수준의 획기적 제고를 취임공약으로 제시했다.
5월27일 오후 안정남 청장께서 나에게 전화를 주었다.
나에게 9월1일부터 발족하게 될 개인납세국장을 맡으라고 했다. 내가 조사국장을 요청했더니 그 자리엔 누구를 정했다고 하여 다시 법인납세국장을 제시하였더니 같은 말을 했다.
난 30분 이상을 내가 조사국장 자리로 가야 할 당위성에 대해 말했으나 청장은 이미 마음이 확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그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큰 일을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큰 일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 당시 그 말이 나에겐 별로 달갑게 느껴지진 않았다.
Ⅵ. 99년 세정대개혁-21세기를 준비하다
1. 본청 개인납세국장 겸 국세행정개혁기획단장
안 청장 세정개혁단장 내정을 미리 공표하다
99년6월8일 화요일 안정남 청장은 바로 사흘전인 6월5일 김대중 대통령께 신임 청장으로서의 포부를 담은 업무보고를 마치고 매우 고무된 상태에서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특별 담화를 발표했다.
대통령께 보고한 내용은 세수전망, 21세기를 대비한 세정개혁, 9월1일 출범하는 새 조직개편안, 음성탈루소득 추징사례 등이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소신을 갖고 음성탈루소득에 제대로 대처하되 중소 벤처기업과 서민에게는 혜택이 가는 세정을 펴라고 지시하셨음을 전했다.
이어 국장급 인사를 어제까지 마무리했음을 밝히고 이번 인사는 연공서열 보다는 개혁의지와 조직기여도에 따라 시행했다고 하면서 세정개혁은 중단 없이 추진할 것이며 앞으로 국세행정개혁기획단장은 장춘 광주청장이 맡게 될 것임을 전국 지방청까지 나가는 방송을 통해 공표했다.
안 청장은 마음속으로 이미 이 ‘큰 일’을 내게 맡기려고 작정했던 것이다.
내가 1년전 광주청장으로 내려가기 전 본청 재산세국장때 안 청장은 차장 자리에 있으면서 청장이 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새로운 조직개편안을 구상하도록 나에게 특명을 내린 바 있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이 자리엔 나를 점찍어 놓았던 것으로 여겨졌다.
99년6월12일로부터 약 3개월후인 9월1일에 나는 새로운 조직개편안에 따라 발족될 개인납세국장으로 내정됐고 새 직제가 출범되기 전까지는 한시적으로 간세국장 이름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러나 이때부터 사실상 개인납세국장 겸 국세행정개혁기획단장(이후 ‘세정개혁단장’이라 함)으로서 3개월 앞으로 다가오는 ‘국세청 제2의 개청’을 주도적으로 준비하였다.
당시 수송동 본청 청사는 지은지 오래돼 안전상 문제로 구 건물을 헐고 신축하기로 결정됨에 따라 본청은 당분간 종로2가 종각역 옆에 새로 신축한 밀레니엄빌딩으로 이사했는데 우리는 이곳에서 제2의 개청에 맞춰 21세기 새 백년과 2천년 새 천년을 준비하는 마음자세로 세정개혁에 착수했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