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동의 없이 드라마 주요인물의 생사를 바꾸는 것은 작가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지영난)는 '더 이상은 못 참아' 작가 서영명씨가 전속 계약사였던 JS픽쳐스와 JTBC를 상대로 낸 52억원대 손해배상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JS픽쳐스가 서씨에게 2억8100여만원을, JTBC가 서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JS픽쳐스의 배상 책임에는 서씨의 동의 없이 드라마 주요 인물의 생사를 바꾼 점으로 인한 위자료 500만원이 포함됐다.
재판부는 "서씨의 시놉시스 및 극본 등에 대한 저작재산권이 JS픽쳐스에 이전됐더라도 저작물에 대한 동일성 유지권, 성명 표시권 등 저작 인격권은 여전히 서씨에게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JS픽쳐스는 드라마 중간에 사망하기로 한 등장인물을 서씨의 동의 없이 살아나도록 했다"며 "이는 저작물의 본질을 해하는 정도의 중대한 내용 변경에 해당해 저작물에 대한 서씨의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문제가 된 인물은 배우 선우용녀씨가 연기한 '길복자'로, 황혼이혼을 주제로 한 이 사건 드라마에서 등장인물 '황종갑(배우 백일섭)'과 함께 주인공 부부로 등장한다.
서씨가 짠 줄거리에서는 등장인물 길복자가 남편에게 평생 매를 맞고 구박을 당하다 이혼 이후 갑작스레 교통사고로 사망하기로 돼 있었다. 서씨는 이후 길복자가 남편 황종갑과 이승과 저승에서 서로 화해에 이른다는 내용의 줄거리를 짠 상황이었다.
그러나 JS픽쳐스의 극본 변경으로 길복자가 장지까지 갔다가 관 속에서 살아 나오면서 드라마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서씨는 이에 "이는 이 사건 드라마에 대한 중대하고 본질적인 변경"이라며 "저작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한편 서씨는 이 사건 드라마가 30여회까지 방영된 이후 JS픽쳐스로부터 대본이 늦게 나온다는 이유로 작가 교체 통보를 받았다. 당시 서씨는 JS픽쳐스와 전속작가 계약을 맺고 총 32회 분량의 극본을 넘긴 상황이었다.
서씨는 이에 "JS픽쳐스가 일방적으로 극본 작성을 중지시켜 집필계약을 위반했다"며 JS픽쳐스와 드라마를 방송한 JTBC를 상대로 원고료 및 특별원고료, 저작권료, 위자료 등 총 52억원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JS픽쳐스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작가를 교체해 집필계약에 따른 의무를 거절했다"며 "집필계약 해지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해 집필계약 이행시 받을 수 있었던 원고료 및 위자료의 지급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원고료 산정에 있어서는 서씨가 주장하는 액수와 계약상 원고료 액수 간에 차이를 인정해 계약상 원고료 기준으로 지급액을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