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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9. (목)

경제/기업

통신·패션 '청신호'… 철강·전기전자 '영향 미미'

한국과 중국이 25일 자유무역협정(FTA) 가서명을 완료, 협정문 내용이 공개되면서 산업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통신·패션업계는 중국진출에 청신호가 켜진 반면, 전기·전자, 철강업계는 한중 FTA로 인한 수혜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국내로 들여올 가능성이 열려 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먼저 자동차업계의 경우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중국 현지화 전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가 양국의 양허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국내자동차 기업은 중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때 현행 22.5%의 관세를 그대로 지불한다. 반면 중국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수입될 때는 8%의 관세가 부과된다.

현지공장을 운영하며 중국시장에 자동차를 공급하는 현대기아차는 현지 생산체제를 바탕으로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쏘나타와 아반떼, K4 등 전략 차종으로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는 베이징에 연간 10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1∼3공장을 두고 있으며 중국 서부 지역 공략을 위해 충칭시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4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기아차는 옌청에 연산 14만대 규모의 1공장, 30만대 규모의 2공장과 3공장을 차례로 세워 현재는 중국에서 연간 74만대의 완성차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BMW나 벤츠·도요타처럼 중국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글로벌 업체들이 향후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국내로 들여올 가능성이 열려 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한중 FTA와 중국 생산차 수입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BMW그룹 코리아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기지가 선양에 2곳이 있는데 모두 중국 내수용"이라며 "중국을 타깃을 한 롱 휠베이스 모델을 중국에서 만들고 현지에서만 판다"고 설명했다.

전기·전자 업계는 대체적으로 한-중 FTA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FTA 발효 후 10년 내 대중 수출 관세가 사라지는 중소형 가전제품의 경우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한중 FTA 협상 결과 중국은 전기밥솥, 세탁기, 냉장고 등 중소형 생활가전 및 의료기기 가전부품에 대한 시장개방을 약속했다. 또 최근 중국의 공급능력이 확대되고 있는 LCD 패널과 관련해서 양국은 10년내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이미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FTA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제품들이 모두 현지에서 생산, 공급되고 있어 추가 수혜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기기의 경우에도 수출량 자체가 FTA의 수혜를 입을 정도의 규모가 아직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양국간 수출 인프라와 교역량이 확대되면 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한중 FTA로 인해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LCD 패널은 중소형 생활가전과 같은 10년 철폐 품목이지만, 발효 후 9년차부터 관세를 낮추기 시작해 10년 내 철폐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9년차부터 관세 감축이 시작되는 만큼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FTA 체결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중국에 중소형 가전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의 경우 관세 철폐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등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미 한국산 밥솥과 소형가전은 중국 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견 가전업체 관계자는 "한중 FTA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향후 중국내에서 인프라 확대와 교역량 증가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1994년 이미 대부분 품목의 관세가 철폐돼 한중FTA로 중국산 제품 수입이 급증하진 않을 것이라도 내다봤다. 반면 중국시장의 경우 품목별로 최대 10%에 달했던 관세장벽이 사라지는 만큼 일부분 수출 증대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1994년 일부 품목을 빼고 관세를 철폐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개방돼 있기 때문에 한중FTA가 체결된다고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이 급격히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품목별로 3~10%의 관세를 유지하는 중. 중국의 개방폭이 더 넓기 때문에 한중FTA가 국내기업에 조금 더 유리하다"며 "중국 건설, 조선경기가 회복되면 범용 품목(범용강)의 대중수출도 늘어날 것이다"고 덧붙였다.

대형 제철사 A사 관계자도 "범용제품의 경우 이미 관세가 없기 때문에 중국산 제품 유입이 급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이 고부가강의 경우 자국시장 보호를 위해 관세 철폐항목에서 제외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중국 주 수출품목이 범용강이 아닌 고부가강이라 큰 영향은 없다"며 "범용강도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이 더 높기 때문에 국내기업이 진출하긴 어려움이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 통신업계 중국진출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로써 양국은 상대국에서 투명한 경쟁을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양국이 가서명한 'FTA 통신 챕터'에는 상대국 사업자의 서비스 공급에 있어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공중통신망 및 서비스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내 통신업계 문제점으로 꼽혔던 중국내 통신규제 관련 무역 장벽을 완화함으로써 통신부야 규제 환경의 투명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이 FTA를 맺으면서 협정문에 통신 분야를 별도 챕터로 구성해 합의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중국의 기간통신은 49%, 부가통신은 55%까지 외국인 투자지분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각각 49%, 100%로 중국보다 개방 수준이 높다. 양국은 외국인투자지분 제한과 관련, 단 2년 후 재협의를 전제로 자국법에 준해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통신 분야는 물론 서비스 분야 동반성장 및 활성화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IT강국인 만큼 중국 진출이 더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모바일이나 통신장비 등 중국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공정경쟁 여건이 마련된다면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중국 진출이 활성화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울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패션업계는 큰 틀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있지만 특히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큰 득을 볼 것이란 입장이다.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은 역외가공지역 생산품으로 인정받는다. 한중FTA는 비원산지 재료가치에 개성공단 임금을 제외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 현재 봉제 및 섬유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있다.

대표적인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신원그룹 측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역외가공지역으로 선정받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며 "대부분 브랜드들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상태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 내수 시장 개척을 위한 지원 기구로 '차이나데스크'를 설치한다. 설치 초기엔 중국 수출기업에 대한 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원산지 증명관리, 판로개척, 비관세 장벽 해소 등 정보제공 및 컨설팅 지원이 이뤄지도록 한다. 발효 후엔 상담 수요를 감안 ,FTA 활용, 수출산업화, 판로개척, 사후검증 등 다각적인 원스톱 ㅈ원체제를 구축한다.

KOTRA는 베이징, 상하이, 청두, 창다오 등 4곳에 'FTA 해외활용 지원센터'를 설치, 4월에 대규모 수출상담행사인 '한중FTA 비즈니스 플라자'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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