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변호사 명의를 빌려 사건을 부당 수임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 사무실 사무원 김모(5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김씨에게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각각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정모(59)씨와 박모(79)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김씨는 2005년 4월~2011년 8월 정 변호사와 박 변호사에게 각각 7750만원과 4350만원 등 총 1억2100만원의 사용료를 지급하고 변호사 명의를 빌려 소유권이전등기신청사건 등을 단독으로 수임·처리, 수임료 명목으로 1억842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로부터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매달 사용료를 건네받은 정 변호사와 박 변호사도 함께 기소됐다.
1심은 "김씨가 정 변호사와 박 변호사의 사무실 사무원으로 등록돼 변호사들의 지도·감독 하에 사건을 처리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김씨가 직접 수임한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법 위반죄가 성립되고 이에 따라 2명의 변호사 역시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명의 대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김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정 변호사와 박 변호사에게는 각각 벌금 2500만원과 15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김씨가 정 변호사 등의 사무실에 정기적으로 출근하면서 변호사들에게 수임 내역을 월 단위로 보고했고, 사건 업무를 처리하면서 받은 금액이 통상적인 변호사 사무실 사무원의 월급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많다고도 볼 수 없으며, 김씨가 변호사 명의를 빌린 '형식상 사무직원'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김씨는 자신이 직접 수임한 사건을 처리하면서 변호사들에게 수임 내역을 구체적으로 보고하지 않았고, 수임료 명목으로 돈을 받은 뒤 수임 건수와는 무관하게 매달 일정 금액을 변호사들에게 고정적으로 지급했다"며 "이를 고려하면 김씨가 처리한 업무는 변호사들의 지휘나 감독 없이 김씨의 책임과 계산 아래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할 여지가 많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김씨 등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 변호사법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