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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0. (금)

내국세

[연재]'황수웅 조사과장이 나를 조사과 선임계장 발탁'

- '나는 평생 세금쟁이' -(33)

드디어 정통 세무조사통 되다

 

 

 

정통 세무조사 통(通)으로 입문

 

 

 

필자는 2년2개월간의 국무총리실 파견근무를 마치고 93년 7월, 드디어 친정집인 국세청으로 되돌아 왔다.

 

그동안 필자는 많은 것을 깨닫고 또 공직자로서 마음가짐도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았다. 무엇보다 다른 공직자들을 감찰하는 나 자신을 매일매일 되돌아보고 혹시나 다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상급자로부터 가급적 삼가하라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지켜 왔다.

 

이 시간을 빌어 솔직히 고백하지만 국세공무원으로 36년간 재직하는 동안 한번도 골프채를 잡아본 적이 없었다. 남들 다하는 운동을 나 혼자 안 했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큰 자랑거리냐고 항변할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현직 시절에는 그 운동을 배워 보겠다는 마음을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불행히도 그런 계기가 나에게는 오지 않았다.

 

 

 

대체로 승진해서 지방으로 가게 되면 여가를 이용해서 골프 연습장이라도 가게 된다는데 나는 6급에서 곧바로 본청 사무관으로 근무하게 되었고, 나중에 세무서장으로 내려갔을 때는 그 지역이 농촌지역이라 골프 연습장이 아예 없었다.

 

또 사무관으로 수도권에서 근무할 때는 본청 파견 등 바쁜 일 때문에 아예 손도 못 댔다. 또 일요일이면 교회에서 하루종일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좀 여유가 있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국무총리실의 공직 감찰반에 투입되다 보니 자연히 골프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 연고인지는 몰라도 지금 공직을 떠나 십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골프에 대해서는 초보자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 아닌가? 그렇다고 아직까지 한번도 후회해 보지는 않았다. 단지 함께 골프 운동하는 일행들에게 민폐(?)만 끼칠 뿐이지만…,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세무사회장 재임 당시 전통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전통시장 이용 분위기 확산을 위해 온누리 상품권 이용 및 구매 홍보를 적극 실시, 전통시장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어쨌든 국세청으로 되돌아 온 나에게 국세청에서는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답 차원인지 몰라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관리과 2계장으로 발령내 줬다.

 

참고로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당시 국세청의 주력부대라고 하면 단연 조사국이었다. 따라서 간부들이나 직원들이 자기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서든 조사국으로 가야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서울지방국세청의 경우 조사 1‧2‧3‧4국을 비롯해서 국제거래조사국까지 모두 5개 국이나 되다 보니 조사요원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길이 비교적 넓지만 당시에는 조사1국과 2국밖에 없었다. 조사1국은 주로 대기업 정기 세무조사였으며 조사2국은 지금의 조사4국과 같은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조사1국 조사관리과에서 필자가 맡게 된 업무는 직접적인 세무조사가 아닌 일선 세무서와 나와 함께 근무하는 직원 10여명이 자체적으로 수집한 탈세정보자료를 종합해서 본청 조사국으로 보고하는 일종의 조사 지원업무였다.

 

그 때 필자는 정보수집업무 체계를 종전의 개별자료 위주보다는 업종별 기획수집 방식으로 바꿔서 해보니 질적으로 훨씬 양질의 탈세정보 자료를 수집하게 됐다.

 

그런 이유로 본청 조사국 핵심 간부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아 얼마후 본청 조사국 조사1과3계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러다가 당시 황수웅 조사2과장께서 지난 2년간 필자의 업무 스타일을 잘 보셨던지 부족한 나를 2달만에 조사2과 선임계장(1계장)으로 발탁해 주셨다. 그 곳에서는 전국에서 올라오는 모든 탈세정보 자료에 대한 처리 방향과 기준들을 만들어 지방청별로 내려 보내는 일이었다.

 

6개월 동안 역시 최선을 다했더니 이제는 진짜 아무나 갈 수 없는 조사1과 선임 계장(1계장)으로 또 자리를 옮겨 주셨다. 그러니까 본청 조사국으로 전입된지 채 1년도 되지 않는 그 짧은 기간 동안 2번씩이나 다른 자리로 옮기게 되었다.

 

그 때 나에게는 또 하나의 깨달음이 있었다. 어느 조직에서나 아무리 비핵심 멤버라 할지라도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더니 상상도 못 할 큰 보상이 굴러들어 온다는 것을…, 다시 말해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성실함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상사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내 경우에는 정확히 9개월동안 3차례씩이나 승승장구하게 해 주었다.

 

그때 나는 확신했다. 세금쟁이 28년만에 드디어 정통 세무조사통에 입문했다는 사실을…. 

 

-매주 水·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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