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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0. (금)

내국세

[연재]'관리자가 일을 찾아서 하지 않으면 안일해져'

- 격동기 국세청 30년, 담담히 꺼내본 일기장 -(44)

국세행정백서 명맥 잇지 못해 아쉬움

 

 

 

지방청 부과국 존재해야 하나?

 

지방청 조사국은 지방청에서 직접 조사업무를 집행하고 있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관리하고 마무리를 했으나 직세국, 간세국은 좀 사정이 달랐다.

 

대부분의 업무는 본청 직세국, 재산세국, 간세국에서 지침이나 지시형식으로 일선 세무서에 시달하는 업무를 중간에서 받아, 여기에 자체 청 실정에 맞게 일부를 보완해 다시 일선에 시달하고 일선의 업무 집행상황을 관리·감독하는 일이 주된 역할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도적으로 일을 창출해 자기 책임으로 추진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지방청 조직 중 조사국 외에 직세국, 재산세국, 간세국 등 부과국의 역할과 기능은 피동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국장, 과장 등 관리자가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안일하게 지낼 수도 있다고 생각됐다.

 

이 점은 앞으로 우리가 지방청의 역할과 조직편제를 어떻게 하느냐에 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었다. 
 

 

 

 

 

 

 

장 춘 광주지방국세청장은 세무행정의 기록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98년 하반기 TF팀을 만들어 광주국세청과 관하 세무서의 세정집행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따라서 광주청 최초로 ‘국세행정백서’가 발간됐다.<사진은 장 춘 광주청장이 관하세무서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세정신문DB>  


역대 광주사세청장 12분 찾아내 사진을 게시하다
 

 

당시 광주청 2층 회의실에 들어가면 널찍한 뒷 벽면에 역대 광주지방국세청장들의 사진이 액자에 담겨 한줄로 나란히 부착돼 있었다.

 

 

 

얼굴사진 아랫면에는 제 몇대, 재직기간, 성명이 쓰여 있었는데, 이들은 66년3월3일 국세청 개청이후 역대 광주지방국세청장들이었다.

 

나는 국세청이 외청으로 독립하기 이전 재무부 사세국 산하에 각 지방 사세청장들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총무과장에게 명해 당시 재무부 총무과 인사계에 가서 역대 광주지방사세청장 명단을 입수하도록 한 후 가족이나 후손들에게 연락해 사진을 제공받았다.

 

 

 

연락이 안된 분은 재무부에 비치돼 있는 인사기록부에 첨부돼 있던 사진을 복사해 활용했다.

 

이렇게 하여 국세청 개청 이전 광주지방사세청장을 역임한 12분의 사진액자를 만들어 부착함으로써 50년6월23일부터 66년3월2일까지 15년간의 역대 광주사세청장들의 사진을 부착했다.

 

 

 

잃어버린 역사를 새로 복원하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뿌듯했다.

 

 

 

광주청과 산하세무서 행정백서를 발간하다

 

 

 

98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나는 광주청과 산하 세무서의 세정집행 결과를 매년 책자로 만들어 역사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도록 했다.

 

이 일은 내가 이리세무서장 시절에 제안했던 사항인데 그로부터 14년이 지나서야 실현에 옮기는 작업이었다.

 

나는 총무과장에게 T/F 팀을 구성케 하고 팀장을 세워 작업을 진행케 하였다.
당시 팀장을 맡은 김남균 조사관의 충성스런 노고 끝에 98년도 광주청과 관내 전 세무서의 ‘國稅行政白書’가 처음으로 발간이 되었다.

 

450여쪽에 달하는 98년도 광주청의 행정백서 내용을 일별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처음에 사진 자료로 청사 전경, 역대 청장, 현 지방청 간부와 관내 세무서장, 98년 주요 행사 사진을 실었다.

 

 

 

목차는 총 5장으로 구성했는데 제1장은 일반 현황으로 1절 연혁, 2절 일반행정 현황, 3절 세정여건을,

 

 

 

제2장은 주요 업무 추진실적으로 1절 과별 중점 추진업무, 2절 납세지원분야, 3절 세정관리분야, 4절 조사분야, 5절 행정지원분야를,

 

 

 

제3장은 세정일지로 1절 연도별 주요 행사 및 사건, 2절 1998년 업무일지를,

 

 

 

제4장은 주요 보고서 및 연설문으로 1절 주요 보고서, 2절 주요 연설문, 3절 대화자료 등을,

 

 

 

제5장은 부록으로 1절 광주지방국세청 변천사, 2절 주요 인명 자료, 제3절 주요업무추진실적 통계표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몇분의 지방청장 회고사를 수록했다.

 

나는 발간사에서 ‘우리 행정의 주요 추진사항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야말로 행정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올해부터 우리 청과 관내 세무서의 행정백서 발간에 착수하도록 하였다’라고 쓰고 있다.

 

 

 

전 기관이 매년 세정백서를 발간토록 훈령 만들어야

 

 

 

어떤 일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것을 잘 보존하는 이른바 기억의 저장(Memory Storage)은 선진국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임을 나는 가는 곳마다 강조했다.

 

 

 

이번에 처음 시도해 만든 이 행정백서의 형식과 내용을 본바탕으로 해 매년 새롭게 추진한 사항을 그 자리에 바꾸어 기록하면 각급 기관들이 어렵지 않게 매년 1권의 행정백서를 발간할 수 있게 되리라고 나는 기대하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내가 광주청을 떠난 후에는 이 사업이 계속되지 못했고 그때 발간한 지방청과 산하 세무서의 행정백서마저도 행방이 묘연하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앞으로 아무리 말단기관이라도 정부예산을 쓰는 이상 반드시 매년 업무 추진실적과 통계 등을 역사기록으로 남겨 보존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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