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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세

[연재]격동기 국세청 30년, 담담히 꺼내본 일기장(43)

첫째도 둘째도 근신·절제 …

 4. 광주지방국세청장 시절

 

 

 

광주행 비행기속에서의 다짐

 

 

 

98년7월3일 금요일 오후 나는 광주지방국세청장으로 부임하기 위해 광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 안에서 나는 광주청장으로서 어떠한 자세로 지내야 할지 깊은 상념에 빠졌다.

 

나라 경제가 IMF비상관리체제에 들어간 가운데서 호남지역의 국세행정 사령관으로 부임하는 심정은 말할 수 없이 착잡했다.

 

30대 기업집단 중에서 14개 기업 그룹이 도산한 처참한 상황하에서 취약한 호남의 기업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 보지 않아도 뻔하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각오를 단단히 하고 첫째도 근신, 둘째도 근신을 다짐했다. 세수활동은 필요 최소한에 그치도록 하고 불필요하고 무리한 세무간섭이나 세원관리활동은 가급적 자제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행기 안에서 박정구 광주상공회의소 회장(당시 금호아시아나 회장)으로부터 그날 저녁 상공회의소 환영만찬에 초대를 받았다.

 

광주시 서구 쌍촌동에 위치한 광주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제29대 광주지방국세청장으로 취임식을 갖고 이어 출입기자실에 들러 기자회견을 가졌다.

 

 

 

 

 

 

’98년 7월 광주지방국세청장으로 부임한 후 장춘 광주청장은 IMF국난 속에서 기업에 대한 세무간섭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기업에게 불편을 줄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인들과의 개별만남을 적극 자제했다, 대신 기업인단체들과의 간담회 또는 조찬회 등을 기업들의 애로사항 청취기회로 활용했다. 장 춘 광주국세청장이 ’98년 가을 광주 전남경영자협회 초청 조찬연수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세정신문DB>  

 



본청장, 복무지침을 주다

 

 

 

7월6일 월요일 아침, 청에 출근하니 이건춘 청장께서 전화로 ①광주청 관내 직원 근무기강을 바로잡도록 하라. 인사권과 지휘권을 확립하고 일사분란한 체제로 재출발하라 ②유관 기관장과의 유대를 강화하되, 가급적 기업인과의 만남을 자제하라 ③국장들 제대로 일하도록 챙겨라 ④기자단과는 인간적 대화로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라 ⑤감사관은 당분간 공석으로 두고 청장 직할로 하라는 당부 말씀이 있었다.

 

바로 이어 7월 중순에 국장급 인사이동에 따라 광주청 조사국장에 기영서, 직세국장에 황정욱, 간세국장에 양홍선이 발령돼 지방청 국장들의 새 진용이 갖춰졌다.

 

이로부터 약 2주일 후에는 지방청장 주관으로 관내 사무관 인사를 단행해야만 했다. 광주청은 전남, 전북 출신을 고루 기용해야 했고, 전남 내에서는 출신 고교별 자리 안배도 중요한 인사 고려사항이었다.

 

나는 먼저 인사원칙부터 마련하도록 하였다.

 

기회균등의 인사원칙을 제정, 시행하다  
 

 

그동안 특정 고교출신들이 지방청 과장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한다는 여론을 감안해 지방청 과장자리에는 관내 여러 고교의 대표주자들을 한명씩 안배해 추후 서장 승진기회가 고루 돌아가도록 했다.

 

종전 기득권의 향수에 젖은 사람들은 불평도 있었으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의 전전임 광주청장을 지낸 바 있는 안정남 차장께서도 나의 인사원칙과 인재 기용에 대해 수긍하고 그대로 인정했다.

 

뒤이어 6급 이하 실무직 인사를 해야만 했는데 나는 이영규 총무과장으로 하여금 6급 이하 전보인사의 원칙부터 마련하도록 했다.

 

광주시내로 들어오는 순서, 광주시 밖으로 나가는 순서, 광주시에서 출․퇴근 가능 지역과 불가능 지역을 구분해 순환배치하는 원칙과 순서 등을 제정했다.

 

당시 인사계 오용현 계장이 총무과장과 함께 불철주야 고생한 끝에 좋은 안이 마련됐다.

 

나는 먼저 인사원칙을 공표한 다음에 이 원칙에 따라 인사배치를 했다.

 

이때 만들어진 원칙이 근간이 돼 이후로도 그때그때 부분적인 보완을 하여 지금까지 이 원칙이  계속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방청 전산실 여직원들이 많이 포함돼 있는 기능직에 대하여도 이와 같은 인사원칙을 제정해 공표하고 인사배치를 했다.

 

인사이동 또는 인사배치원칙의 제정과 공표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공정한 인사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후에도 내가 기관장의 위치에서 나의 권한과 책임으로 단행하는 인사는 어느 때나 이 원칙을 고수하도록 했다.

 

 

 

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하나니…
 
나는 지방청장으로 부임하면서 몇 가지 근무지침을 나 자신에게 그리고 관내 서장들과 조사국 관리자들에 시달했다.

 

나는 우선 IMF국난(國難)의 시기에 나 자신부터 공사간 모든 면에서 근신하고 절제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관사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성경부터 1장씩을 읽고 묵상기도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검사장이나 경찰정장, 국정원장, 광주시장, 전남지사 등 유관 기관장 외에 기업인과의 만남은 일절 자제했다.

 

골프라운딩도 끊고 주일엔 교회예배를 마친 후 간부 몇몇과 전남북의 유명한 산을 찾아 등산했다. 

 

관내 서장들에게는 업무협의가 아니면 어떤 명분으로도 청장실 출입을 금하도록 했다.

 

특히 휴가철이나 명절  전후에는 전화로 업무보고나 협의를 하도록 했다.

 

조사국 간부 등(국장, 과장, 계장)에게는 청장실로 별도로 불러서 청장이 조사과정이나 조사 후에 사사롭게 관여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니 그 대신 엄정하되 끝까지 친절한 태도와 깨끗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간곡히 당부했다.

 

이 후 조사국은 기영서국장의 지휘 하에서 잡음 없이 일사분란하게 잘 운영됐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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