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은 서울에서, 퇴근은 인천으로
90년 2월경, 토지초과이득세 시행 준비단에서 만든 업무 로드맵에 따라 드디어 ‘국세청 재산세국’이 출범하게 됐다.
그때 필자는 재산세국에 계속 남아 있으라는 윗분의 지시가 있었지만 도저히 몸이 견딜 수 없다고 말씀드리고, 그동안 맡고 있던 업무 일체를 재산세국에 인계했다.
그리고 수원세무서 법인세과장으로 잠시 근무하면서 동수원세무서 개청 준비를 도왔다.
90년 4월, 부천세무서 법인세2과장으로 정식발령을 받았는데, 한두해 전에 이곳에서 부가세 2과장으로 1년 가량 근무한 적이 있어 그렇게 생소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틈틈이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재산제세 실무강의도 했다.
그런데 당시 부천세무서는 서울과 인천 사이에 위치해 있어 편리한 점도 있었지만 불편한 점도 있었다.
특히 부천시 전 지역과 김포군, 강화군까지 관할하다 보니 세원 관리와 더불어 직원 관리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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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2011년 뉴욕상공회의소 초청을 받아 뉴욕상의 대동연회장에서 한인상공인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CEO의 삶-나눔과 섬김’을 주제로 특강을 실시했다. 조 회장은 특강에서 “나눔과 섬김은 누구든 작은 것부터, 가까운 것부터 당장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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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공직 부조리를 담당하는 검찰청이 인천시내에 소재하고 있어서 그 기관과의 관계가 어정쩡한 상태에 있었다.
지금이야 검찰지청이 부천시내에 있어서 각종 기관장 모임을 통해 상호간의 정보교류가 쉽게 이뤄지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세무서 간부 회의에서 과장들의 대외행정기관 전담제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필자는 인천지방검찰청을 맡기로 했다.
부천세무서라는 조직과 후배직원들을 위하는 일이라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틈만 나면 검찰청 간부들과 자주 접촉하곤 했다.
어떤 날은 그들과 저녁 미팅을 하기 위해 퇴근후 집이 있는 서울의 정반대쪽인 인천으로 가야 했고, 또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때로는 못 먹는 술도 마셔야 했다.
이렇게 서로 자주 만나다 보니 다소 몸은 피곤했지만 정(情)도 들고 소통도 잘 됐다.
또 진심이 서로 통하다 보니 어떤 날은 서로 의기투합해 밤늦도록 노래방에 가기도 하고, 함께 서울을 가기 위해 영업용 택시(일명 ‘총알택시’)를 타고 12시가 넘어서 집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후 필자가 국무총리실로 파견발령받기까지 1년 이상을 그런 관계로 계속 유지해 왔다.
그것을 계기로 필자가 현직에서 퇴임한 후에도 그분들과는 계속 좋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이야기 하나가 있다.
지금도 그 분들은 국세청은 다른 어떤 조직에서도 볼 수 없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이 잘 되고 또 조직을 위해 스스로 몸을 던지는 선‧후배들이 많은 조직이라고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런 전통은 이미 흘러간 옛날 이야기 아닌가?”라고 반박하는 선배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에 발령받은 후배들은 조직을 사랑하는 강도가 많이 떨어졌다고들 한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런 현상은 비단 국세청 뿐만 아니라 모든 부처에 걸쳐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트렌드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 반면 국세청을 먼저 떠난 우리 선배들도 현직 후배들에게 좋은 모델이 돼야 하는데….
필자도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그렇게 좋은 귀감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송구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를 비롯한 절대다수의 많은 선배들은 국세청을 친정집처럼 진정 사랑하고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감히 확신한다.
아무튼 필자는 66년에 문을 연 국세청 개청요원의 한사람으로 9급 최말단에서 출발해 그동안 훌륭한 선배님들의 많은 가르침을 받고 36년을 보냈으니 누구 못지 않게 국세청을 사랑하고, 후배들을 아껴주고 싶은 심정만은 간절하다.
그리고 그 당시 부천세무서에서 함께 고생하던 후배직원들을 보호해 주기 위해 내 스스로 시간과 물질을 써가며 작은 방패막이 역할을 해 준 것에 대해서 지금도 가슴 뿌듯하게 생각한다.
또 그렇게 나의 작은 희생으로 함께 한 직원들의 사기에 다소라도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니 조직의 일원으로서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 때 사귀었던 후배들 중에는 김형균 전 광주청장을 비롯해서 현재 세무서장으로 재직하고 있거나 재직했던 신충호, 임재원, 손윤, 민영일 후배 등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내 자신이 왠지 모르게 진한 행복감에 젖어들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내 자신에게 물어보고 싶다.
‘지금 만약 부천으로 출근하고, 인천쪽으로 퇴근하라면….’
-매주 水·金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