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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9. (목)

내국세

[연재]'나는 평생 세금쟁이'(29)

주민등록 위장전입 전과자되다

주민등록 위장전입, 전과자 되다

 


늘상 긴장된 국세청 본청 분위기에서 10년이 넘도록 근무하다 일선 세무서로 풀려날 즈음에 필자는 송파에 있는 방 3칸짜리 아파트에서 서울 동남쪽 끝자락에 있는 강동구 상일동 연립주택(일명:빌라)으로 이사했다.

 

시내 중심부에서 많이 떨어져 있어 공기도 좋고 시골 냄새가 물씬 나는 변두리 지역이다 보니 그간 몹시 찌들었던 필자의 심신이 하루가 다르게 회복돼 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한국세무사회장 재임 당시인 2009년 7월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공동협력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업무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경영애로와 규제완화, 중소기업 관련 법률·제도개선,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의견을 수렴, 세제발전에 기여했다.

 

이 집에서 새로 발령받은 부천세무서까지는 몇십키로나 되는 먼 거리여서 출퇴근 문제가 장난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서울 동쪽 끝에서 서쪽 끝을 지나 한참을 더 가야 하는 거리였다.

 

더구나 운전면허도 없으니 자가 운전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대중교통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2호선 지하철역인 성내역을 거쳐 신도림역까지, 거기서 다시 1호선으로 갈아타고 부천역까지, 거기에 도보로 10분을 더해 장장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보니 새벽녘에 집에서 나와 퇴근 때는 밤이 돼야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더욱이 수원으로 강의를 가는 날에는 서울에서 부천으로, 다시 수원으로, 수원에서 서울 집으로 되돌아 와야 하는 일을 되풀이하다 보니 몸이 견딜 수가 없었다.

 

필자의 이런 고충을 아는지 함께 근무하고 있던 직원들이 나에게 한가지 제안을 해줬는데, 빨리 운전면허를 따라고 하는 것이다.

 

또 운전면허는 서울보다 부천이 더 쉽게 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급히 필자의 주민등록지를 부천으로 옮겨 놓으라는 말도 함께 들려줬다.

 

사실 하루이틀도 아니고 계속 이런 식으로 왕복 4시간이나 걸리는 출퇴근을 계속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보니 그들의 이야기대로 실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즉시 부천 중동에 살고 있는 직원 친구 아파트로 주민등록을 잠시 옮겨놓고, 또 세무서 부근에 있는 자동차학원에 교습신청도 했다.

 

막상 신청해 놓고 보니 매일 쏟아지는 업무와 교육원 강의 준비 때문에 운전 교습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상태로 하루 이틀을 흘려 보내다 보니 운전면허 문제는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 무렵 필자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국세청 후배 직원이 부천 세무서로 전근을 오게 됐는데 다행히 그 직원은 자가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직원의 승용차에 편승해 출퇴근하게 되니 자동차 운전 교습문제는 자연히 물건너 가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필자는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기 위해 주민등록돼 있는 부천시 중동 동사무소에 들렸는데, 내 주민등록이 직권말소돼 있지 않는가? 담당 공무원에게 내 사연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더니 즉시 재등록 신청을 하라고 일러줬으며 돌아가서 기다리면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집으로 주민등록이 옮겨지게 될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다행히 위장전입된 2개월 동안 큰 문제는 없었지만, 설령 내가 한 행위가 단순히 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나는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전과자(?)가 된 셈이다.

 

그런데도 내 마음에는 아무런 양심에 가책이 없었다. 또 법을 위반했다는 진정한 뉘우침도 없었다.

 

그러면서 마음 한켠에는 매일매일을 그 직원의 승용차에 편승해 가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직원에게도 개인적인 자기 사정이 있고 또 나와는 근무 여건도 다른데….

 

그래서 할 수 없이 주말을 이용해서 서울시내에 있는 운전교습 학원에 다니게 됐다.
나에게는 운전면허증 따는 문제가 보다 시급했기 때문에 열심히 운전교습을 받았다.
이듬해인 90년도에 서울 강남에 있는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세차례의 실패 끝에 면허증을 따게 됐다. 그리고 그때부터 서툴지만 조심스레 자가운전을 하게 됐다.

 

그 이후 필자는 장관을 비롯한 각급 고위공직자 후보 인사 청문회 때, 주민등록 위장전입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도 저 후보와 똑같은 전과자(?)인데…”라고 속으로 되뇌며 웃음짓기도 했다.

 

 -매주 水·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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