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6.20. (금)

내국세

[연재]'나는 평생 세금쟁이'(28)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세금쟁이 두 날개를 펴다

 

 

 


‘삼재(三災)’라는 고통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온 필자는 시험 합격을 계기로 왠지 모르게 힘솟는 희망의 빛을 보게 됐다.

 

 

 

합격자 발표후 8주간에 걸친 중앙공무원교육원 사무관 후보 교육을 마치고 국세청으로 복귀한 나에게 떨어진 과제는 재산제세 종합 실무교재를 만들어서 일선 세무서 종사직원들에게 대대적인 직무교육을 실시하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관련세법 규정들이 수시로 바뀌고 또 이에 대한 업무 지침도 자주 바뀌다 보니 일선 세무서 직원들이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각종 감사에 자주 지적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간에 감사기관에서는 이를 직원들의 비리로 보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간의 각종 감사시 지적된 사항들과 함께 재산제세 관련 업무에 대한 종합적인 직무교육을 시키게 되었다.

 

약 6개월에 걸친 직무교육을 마무리하고 나니 사무관 정식 임용과 함께 특별한(?) 보직발령을 받게 되었다.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우리의 일상을 되짚어보고 순간마다 일어나고 있는 작은 기적에 감사하라고 우리 사회에 멘토로서 잔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자서전 ‘기적은 순간마다’표지.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6급에서 사무관으로 승진하게 되면 예외 없이 지방 일선 세무서 과장으로 발령받게 되어 있는데, 필자만 유독 본청 계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무관들이 본청 재산세과를 기피하고, 그렇다고 마땅히 발탁할 적임자도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회나 감사원, 아니면 청와대 등으로부터 정책 질의가 오거나 답변을 해야 할 경우 그간의 업무 추진 내용과 과정을 잘 알아야 하는데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필자는 한 자리에서 무려 10년 이상 근무를 했으니….

 

아마도 50년 가까운 국세청 역사에서 이런 특별한 인사는 필자가 처음이 아닐까 한다.

 

갑자기 6급 직원 자리에서 사무관 계장으로 올려 앉으려니 송구스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이틀 지나다 보니 자연스러워졌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나와 함께 근무해 온 직원들도 무척 편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기들보다 내가 업무 내용을 더 잘 알고 있다 보니 자기들을 거치지 않고 내가 직접 기획문을 만들어서 국장이나 청장에게 신속하게 보고를 하게 되니 시간관리 면에서도 매우 효율적이었다.

 

무엇보다 자기들을 대신해 나 혼자 자리를 지켜주다 보니 다른 부서와는 달리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 대신 나는 직원들에게 비교적 여유있는 그 시간에 틈틈이 세무사 공부를 하던지 아니면 다른 공부를 해 보라고 기회를 주었다.

 

이런 분위기로 2년 가까이를 보내다 보니 필자는 신체적으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드디어 88년 7월말, 사무관 인사 이동시 윗분들에게 말씀드렸더니 수긍하시며 나를 자유롭게 풀어주셨다.

 

76년 9월, 7급으로 국세청 본청으로 들어와서 6급을 거쳐 그 자리에서 사무관으로 승진하여 2년 가량 더 근무함으로서 12년동안을 한 자리에서 한 업무만을 맡아 오다가 비교적 업무가 단순한 부천세무서 부가세2과장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국세공무원 교육원에서 재산제세 관련 교관직도 함께 겸하게 되었다. 오전에는 부천세무서에서, 오후에는 수원에 있는 교육원에서….

 

필자가 이렇게 끈질기게 한자리에서 오랜 생활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2가지의 이상한(?) 신기록을 세운 셈이 되었다.

 

그 중 하나는 12년동안 한 업무만을 해온 기록과 또다른 하나는 6급 직원에서 바로 사무관 자리로 올라 앉게 된 2가지 기록을…,

 

필자는 본 지면을 빌어 2만여명의 사랑하는 국세청 현직 후배들과 독자 여러분 특히, 젊은 청년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 첫번째는 남들이 하지 않았거나 해보기를 꺼려했던 재산제세 업무 한가지에만 12년간 집중했던 것처럼 우리 각자도 성공하는 삶을 살려면 남이 하지 않는 업무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또 사업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하지 않거나 하기 싫어하는 사업을 해 보라는 것이다.

 

또 그 두번째는 한번 맡은 일에 대해서는 이리저리 자주 옮겨 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즉 한 우물을 계속해서 파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흐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 다는 속담이 있듯이…,

 

부족하기 짝이 없는 필자가 감히 이렇게 권면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내가 훌륭하게 되어 높은 자리에 올라 있어서가 아니라, 현직 시절에서 이런 귀한 체험을 바탕으로 지금껏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매주 水·金 연재-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