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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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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기 “내 작품 표절, 법적대응”…김종숙 “무슨 소리”

“김종숙씨가 내 작품을 표절했다. 작품 해석은 물론 같은 재료와 방법론을 구사했다”.(황인기)

“황인기 작가의 작품은 지난해 5월 처음 접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체를 보면 분명 다르다. 표절은 절대 아니다.”(김종숙)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화가 황인기(64) 성균관대 교수가 화가 김종숙(47)의 작품에 대해 표절의혹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황 교수는 25일 “김종숙 작가의 작품이 옛 그림을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해 크리스털을 부착, 완성하는 내 작품과 유사하다”며 “김종숙 작가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했으나 시정되지 않고 오히려 지속해서 전시를 열고 있어 내 작품으로 오인되는 불편한 경우가 수차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옛 그림을 독창적으로 해석해 내는 일은 매력적인 표현 수단이지만, 이는 독창적 해석일 때만 그것이 용인된다. 이런 작품을 같은 표현 방식으로 다른 작가가 만들어 발표한다면 이는 부적절하다”며 “김종숙 작가의 태도는 내가 이룩한 독자적 해석을 그대로 훔쳐서 표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08년에 갤러리 인에서 공개한 자신의 작품과 2011년 발표된 김종숙 작가의 작품을 비교했다.

황 교수는 “옛 그림을 모티브로 이를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 둘로 양분해서 같은 재료(스와로브스키 합성 크리스털)로 캔버스에 부착한다면 이를 표절 이외의 다른 해석이 가능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불쾌해 했다.

황 교수는 2000년부터 옛 그림을 디지털 픽셀로 전환해 크리스털이나 플라스틱 레고, 리벳, 실리콘 등을 붙이는 작업을 해왔다. 1997년 국립현대미술관 선정 ‘올해의 작가’,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와 2006년 광주비엔날레 등에 참가했다.

황 교수는 “몇 년 전 김 작가가 내 그림과 유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김 작가의 전시가 많아지면서 내 그림과 오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번에 표절문제를 지적하지 않으면 미술계의 질서도 무너질 것 같아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작가는 “옛 그림을 스와로브스키로 작업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표절이라고 한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황 교수가 자신의 작품과 콘셉트, 재료가 같다고 하는데 많은 작가가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다”며 “내 작품을 모두 보지 않고 콘셉트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크리스털 페인팅’이라는 장르는 작업과정과 콘셉트 면에서 황 교수의 ‘디지털 코드’와는 완전히 다르다. 황 교수는 디지털코드에 다른 재료를 대입해 작업하지만, 나는 이미지를 페인팅으로 옮긴 후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선택적으로 붙여나가는 방식이다. 내 작품의 콘셉트인 ‘크리스털 페인팅’의 독자성을 오독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지난해 5월14일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열린 그룹전 ‘이상과 미술 - 현대미술, 이상을 담다’ 전에서 황 교수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고 했다.

김 작가는 “2009~2010년께 주위에서 황 교수를 비롯해 나와 비슷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내 작품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일부러 확인하지 않았다”며 “사실 그 전까지 황 교수를 알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가 자신의 2008년 금강전도와 나의 2011년도 작품을 비교했는데, 나 역시 2008년 전시에서 금강전도 작품을 냈다. 또 이미 2005년 금강전도와 비슷한 금강산도 작업을 했었다”며 “특히 금강전도는 황 교수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가 패러디, 패스티시 등을 통한 이미지 차용 문제와 표절의 문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표절이 성립되려면 내가 황 교수의 창작물을 도용해 도덕적, 윤리적 문제를 일으켰다는 법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나는 겸재에 대한 오마주로서 겸재의 금강전도를 빌려와 재창조했을 뿐 황 교수의 작품을 따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작가는 “황 교수가 단순히 몇몇 작품의 외적 형태의 비교만으로 표절이라고 독단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미술가로서의 양심과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며 “미술작품 제작에서 금강전도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재료에 대한 독점권이나 특허를 출원한 것도 아닌데도 아무런 사실 확인 없이 창작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나의 창작 권리를 빼앗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작가는 2005년부터 산수화 이미지를 직접 그리거나 실크스크린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스와로브스키를 올리는 작업을 해왔다.

한편, 김 작가는 26일부터 3월16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신한갤러리에서 10주년 초대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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