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때려죽여도 오고, 메가지를 비틀어도 온다’고 늙은 운동권
학생이 헐레벌떡 뛰어와서 말했다.
또 시인은… 무성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봄은 뒷마을에 이미 도착하여
몸단장 중이라고 한다.
옆집 대학생 형한테 물어보니… 본래 봄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라고…
봄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철학자 같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 점잖은 읍내 조합장 아저씨가 동네 어귀 순댓국집에서 독한 막걸리 냄새를 풍기며
‘봄은 길가는 여자들의 다리에서 오는 거라고’ 하는 걸 들은 적도 있다
새벽 잠결에 들었는데… 싸나운 뒷집 조카네 할머니가 사립문 앞에 와서 고모들한테
쏴붙였다. “봄?? 아 시방 그거 엊저녁 나물 무침에 이미 넣어 먹었자녀, 그게 바로 그거지 뭐야”
두 살 난 조카가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길래 혹시나 하고 물었는데… 역시 이놈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다가 희~죽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