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판사에 대해 검찰이 구속수사 방침을 세웠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강해운)는 19일 사채업자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수원지법 최모(43) 판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17일 최 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4시간이상 밤 늦게까지 조사하고 돌려보낸 뒤, 다음날 오후 검찰에 다시 출석한 최 판사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일부 관련자가 친척이어서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으면 관련자 진술 번복 건의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인 점 등을 감안해 긴급체포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판사는 지난 2009년 초부터 동향 출신의 사채업자 최모(61·수감)씨로부터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판사는 13년 전 검사로 입문해 2008년 12월 판사로 임용되기 전까지 지방의 모 검찰청에서 근무하다 부천지청에서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최씨와 친분을 맺었다. 이후 최씨의 마약사건 수사자료를 건네받아 법리검토를 해주는 등 도움을 준 대가로 판사시절부터 뒷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최 판사가 사채업자 최씨로부터 건네받은 뇌물 액수가 최소 1억여원 이상에서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채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시점과 횟수는 검사출신인 최 판사가 2008년 12월 판사로 임명된 뒤 이듬해부터 수차례에 걸쳐 현금이나 수표로 직접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최 판사가 사채업자로부터 받은 돈의 대부분을 아파트 전세자금이나 주식투자 등에 쓴 것으로 의심하고 구체적인 돈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날 대구교도소에 수감중인 사채업자 최모(61·수감)씨를 불러 최 판사에게 금전을 건넨 경위와 액수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에서 최 판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추가로 다른 금전을 요구하거나 수수한 사실이 있는지, 금전을 대가로 한 부적절한 사건관련 청탁이 있었는지 등을 보강수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 판사는)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조사받고 있으며 구체적인 액수는 확인해줄 수 없으나 억대의 금품수수 혐의"라며 "진술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현직 판사라는 신분인 점, 뇌물 액수가 억대에 달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행법상 특가법상 알선수재의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만약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무렵인 지난해 4~5월 최 판사를 3차례 불러 대면조사하고 경위서와 계좌 금전거래 내역을 제출받는 등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금품수수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내고 최 판사를 직무에서 배제시키지 않았다.
최 판사는 최근 자신의 비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사표를 제출했지만 대법원은 검찰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단 사표 수리를 보류할 계획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위로 인해 현직 판사에게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매우 깊이 인식하고 해당 판사에 대해선 그 책임에 상응하는 강력하고 엄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사표 수리시에는 징계 절차가 불가능한 점을 고려해 수리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과 경찰은 각각 첩보를 입수해 내사를 해오다 지난해 4월 최 판사의 금품비리가 불거지자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 창구를 일원화했다.
이후 검찰은 9개월 넘게 최 판사와 친인척 등 주변인물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과 사채업자의 전 내연녀 등 관련자들을 소환해 돈이 오간 시점과 횟수, 장소 등을 확인해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최 판사의 대학 동문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로 최씨의 마약사건을 수사한 김모 검사로부터 수사에 필요한 사실확인서를 제출받아 검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