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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0. (금)

내국세

[연재]격동기 국세청 30년, 담담히 꺼내본 일기장(36)

‘실물경제의 실명화’ 실현방안 연구

 수도하는 마음자세로 집필하다

 

 
나는 매일 분당 집에서 버스를 타고 양재역에서 내려 내 연구실에 도착하면 먼저 성경 1장씩을 정독하고 묵상으로 마음을 평화로 채운 다음 논문을 구성하는 목차에 따라 원고지 한장 한장을 써 내려갔다.

 

 

 

무엇보다 나는 이 작업이 나에게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즐기는 마음자세로 임하였다.

 

 

 

논문심사가 끝날 때까지 꼬박 1년이 소요됐다.

 

 

 

지도교수는 동국대학교 김번웅(金繁雄) 교수이고 심사위원은 한양대학교 조창현 교수(후에 인사위원장 역임), 서울대학교 오연천(吳然天) 교수(현 서울대학교 총장) 등이었다.

 

 

 

당초 나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의 여러 교수들로부터 동국대학교 김번웅 교수 밑에서 박사학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추천을 받아 동국대 대학원에 들어오게 됐는데 어느새 학위과정을 마치고 드디어 논문심사를 무사히 통과하게 돼 마음이 홀가분했다.

 

 

 

내 학위논문의 내용을 요약하고 그 정책적 시사점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요약> 

 

오늘날 우리나라의 조세제도와 조세행정의 한계와 고민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한마디로 과세자료 또는 과세표준의 양성화 수준이 실제와 너무 괴리되어 있다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근로소득자에 비해 자영사업자의 과세자료 양성화 또는 과세표준 현실화 정도가 매우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는 1993년 8월 금융실명제와 1996년 7월 부동산실명제 실시를 계기로 투명한 납세환경이 조성될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이미 경험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우리의 납세여건이 크게 개선되리라는 낙관적 전망을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정부 조세정책에 대한 현 주소를 점검하고 미래의 조세제도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역할에 주안점을 뒀다. 따라서 주요 세제에 대한 토론회가 자주 열렸는데, 일각에서는 연구보다는 정부정책을 대변하거나 그대로 홍보하는 비중이 너무 많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진은 ’97년 1월 개최된 ‘접대비관련 세제 개선방향’이란 주제로 한국조세연구원이 주최한 정책토론회 모습. <세정신문DB>   

 



제3의 실명제인 실물거래 투명화가 문제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우리의 납세환경이 금융실명제 등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별로 개선되지 못한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이 제3의 실명제라고 할 수 있는 소위 ‘실물거래의 실명화’가 이뤄지고 있지 않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러한 전제 위에서 어떻게 하면 실물거래의 실명화를 실현 가능케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조세제도 또는 조세행정의 공평성․효율성 등을 높여 나갈 것인가에 관심과 노력을 투입했다.

 

실물거래의 실명화 또는 투명화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은, 예컨대 전근대적인 유통구조, 현금 위주의 대금결제 관행, 기업의 물량 위주 판매정책, 국민 일반의 영수증 수수관행 미정착  등 여러 가지를 열거할 수 있겠으나 이러한 요인은 조세제도 또는 조세행정의 입장에서 보면 주어진 여건일 뿐이지 스스로 통제가 가능한 사항들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조세제도 또는 조세행정이 우리의 실물거래를 실명화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통제가능한 방안은 없을까?

 

무릇 우리 사회의 모든 재화 또는 용역은 실물의 유통과정을 통해서 공급되고 있으며 거래당사자들은 이러한 실물거래과정에서 어떤 형식으로든지 그 거래 내용을 나타내는 거래증빙을 주고받고 있는바,

 

 

 

본 연구는 이와 같은 실물거래과정에서 거래당사자간에 주고 받는 바로 이 거래증빙을 세무상 정규영수증으로 산출케 해 이를 과세당국에 과세자료로 제출토록 함으로써 실물거래를 실명화하는 실천적인 방안의 제시를 연구주제로 삼고 있다.

 

본 논문은 모두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바, 제Ⅰ장 서론과 제Ⅵ장 결론을 제외하고, 제Ⅱ장부터 제Ⅴ장까지의 주요 내용을 요약․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과세정보자료의 중요성:Garbage In Garbage Out, Gold In Gold Out)

 

제Ⅱ장에서는 과세자료에 관한 이론적 준거와 본 연구의 체계적 진술을 위한 분석의 틀을 제시하였다.

 

조세자료에 관한 이론적 기초로 먼저 조세행정의 4대 이념 및 3대 목표를 뚜렷이 정립하고자 하였으며 행정의 공생산성이론을 원용해 본 연구가 제안하는 기초과세자료 산출시스템이 조세행정 당국과 납세자인 시민간에 양자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공생산장치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또한 조세행정에 있어서 과세자료의 중요성과 그 종류를 기술하고, 제3자 정보보고제도와 신고서 내용과의 상호대사방식을 통하여 과세자료가 조세행정과 연결되어 활용되는 메커니즘을 살펴봤으며, D.Easton의 체제모델을 원용해 양질의 과세자료 투입은 양질의 조세행정을 산출하고 빈약한 과세자료의 투입은 빈약한 조세행정을 산출한다는 점에서 과세자료와 조세행정과의 관계를 ‘Garbage In, Garbage Out and Gold In, Gold Out’의 관계로 설명하였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과세자료제도의 변천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본 연구를 위한 분석의 틀과 정책대안의 모색에 참고하고자 했다.

 

과거 우리나라의 과세자료제도 중에서 판매 및 지급보고서 제출제도와 거래(지정)원천징수제도, 그리고 영수증 행정 중에서 기업비용 지출의 기본증빙으로서 표준영수증의 의무적 사용방안 등은 우리나라 특유의 거래자료 산출제도로서 그 중요성을 새롭게 부각시키고자 하였다.

 

이어서 납세자 행동에 대한 선행연구 결과를 개관하고, 기초과세자료 산출제도가 어떻게 탈세기회의 봉쇄장치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그동안의 탈세행위에 관한 연구결과와 연계해 검토했다.

 

끝으로 연구의 설계로서 조세행정의 이념․목표 및 그 수단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선결요건인 기초과세자료 산출시스템과의 관계를 목표․수단의 연쇄관계로 묶어서 표현하였으며, 이를 3대 경제주체별로 빈틈없이 산출케 하는 시스템의 확립모델을 연구분석의 틀로써 제시했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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