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7년 본격적인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2년 연속 임금체계를 조정하는 등 변호사업계의 불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법조계 일각에서는 변호사 공급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식의 근시안적 해법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법률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고용, 창업 해외진출 등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법률시장 개방에 본격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변호사업계 1위인 김앤장이 2013년과 2014년 2차례에 걸쳐 임금체계를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앤장 측은 공식적으로 임금체계 조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변호사업계에선 사실상 임금 삭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김앤장의 경제적 상황이 지난 1~2년 사이 상당히 안좋아졌다는 것은 업계에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심지어 김앤장의 한 원로 변호사가 이런 상황을 감안해 김영무 대표 변호사에게 사의 표명을 했다가 김 변호사가 이를 만류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앤장은 지난 2013년에는 30여년간 유지해왔던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재정적 부담 때문에 대체 프로그램으로 바꾸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급속하게 변호사 수를 늘린 반면 변호사 시장에 공급되는 사건 수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김앤장은 2011년 7월~지난해 11월까지 약 3년여 동안 변호사 수가 393명에서 571명으로 178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태평양 252→349명, 광장 249→341명, 세종 223→275명, 화우 186→253명, 율촌 161→223명, 바른 120→154명 등 주요 로펌 7곳이 평균 82.8명의 변호사 수를 증원했다.
반면 변호사업계에 공급되는 사건 수는 2013년 기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본안사건의 경우 1846만여건으로, 10년 전인 2004년 1790만여건 대비 불과 3.1% 증가에 그쳤다.
이와 관련, 서울 소재 한 중견 법무법인에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법률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 대형 로펌들에 대응하기 위해 유수 로펌 대부분이 덩치를 키웠다"며 "문제는 고용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로펌이 지출하는 고정비용이 늘어난 데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로펌들은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변호사 채용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채용 비중을 늘리거나 김앤장처럼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국내 회사 근무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다른 변호사는 "예전엔 대형 로펌에서 소위 '품'이 안 되는 사건들은 개인변호사를 소개해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요새는 일감이 없어 로펌에서 수임료를 낮추고 소가 3000만원 이하의 규모가 작은 사건도 수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이 경우 대형 로펌 아래의 중견 로펌들이 일감을 빼앗기면서 덩달아 수임료를 낮출 수밖에 없다"며 "대형 로펌에서 중견 로펌으로, 중견 로펌에서 개인 변호사로 리스크가 전가돼 결국 변호사업계 전체에 생존권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