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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세

[연재]격동기 국세청 30년, 담담히 꺼내본 일기장(32)

부가세 완전자율신고제 ‘개막’

개인 일반 예정신고 폐지, 예정고지로 대체

 


93년 4월 내가 부가가치세 과장으로 부임했을 때 개인사업자는 210만명이었고 이 중 과세특례자가 130만명, 일반과세자가 80만명이었다.

 

법인사업자 모두와 개인 일반과세자는 6개월을 과세기간으로 해 첫 3개월분을 예정신고하고 후 3개월분을 첫 3개월분과 합해 확정신고를 했다.

 

그리고 과세특례자의 경우는 예정신고 대신에 정부가 직전기 납부세액의 1/2을 고지하는 예정고지를 하고 6개월에 한번만 신고하면 그만이었다.

 

본청의 부가가치세과는 매 3개월마다 신고관리지침을 만들어 일선에 시달했는데 이제 막 신고서 접수가 끝나 신고 결과를 집계하기도 전에 신고관리 지침을 마련해야 할 정도로 신고 횟수가 너무 빠르게 돌아왔다.

 

잦은 신고 횟수는 납세자 불편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신고납부기한을 전후해 생산되는 일선의 업무량이 너무나도 많았다.

 

신고전에 미리 신고지도과표 또는 사후심리과표를 형성해 두는 작업부터 신고안내서 발송준비, 신고접수창구 개설 등 해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고 신고서 접수 당일에는 신고서를 대리작성해 주느라 세무서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신고가 끝나면 신고서와 세금계산서를 편찰해 자료관리관실에 송보하고, 미신고자, 미납부자를 확인해 신고 및 납부를 독려해야 하거나 고지를 해야 하고 체납자에 대하여는 체납세금을 받는 업무가 뒤따랐다. 실로 하나의 신고납기가 양산해 내는 업무가 어마어마했다.

 

나는 일선의 부가가치세과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개인 일반과세자의 예정신고제도를 과세특례자의 경우처럼 자료관리관실에서 직전기 납부세액의 1/2을 전산출력하여 고지하는 방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였다.

 

나는 93년 4월부터 부가가치세신고 횟수 조정 건의안을 마련해 93년 6월부터 세제실과 협의를 진행했다.

 

처음에 세제실은 부가가치세는 본래 납세자의 자율적인 신고납부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므로 예정신고제도를 예정고지제도로 바꾸는 것은 이 원칙에 반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국세청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했다. 최경수 부가세제과장, 엄낙용 심의관까지는 잘 설득이 됐으나 김용진 세제실장을 움직이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다행히 최 과장과 엄 국장 외에 김진표 국장과 이종규 과장, 이근영 국세심판소장이 곁에서 힘을 보태준 덕분에 세제실장도 OK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세제실의 입장은 정리가 됐으나 부가가치세제 도입의 공신인 당시 국회재경위원회 강만수 전문위원을 설득하는 일이 부담이 됐다.

 

93년9월27일 나는 허병우 간세국장과 함께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 음식점에서 강 전문위원, 장기태 입법조사관 등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 문제를 꺼냈는데 강 전문위원도 별다른 반대 의견은 없었다.

 

이렇게 하여 93년 세법개정안에 개인 일반과세자에 대한 예정고지납부제도가 신설돼 94년부터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개인 일반과세자 80만명이 3개월마다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해방됐고, 일선 세무서 부가가치세행정도 이전보다 훨씬 여유를 갖고 업무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직전기 납부세액이 10만원이 되지 않은 과세특례자에 대하여도 예정고지를 생략하고 확정신고때 납부토록 함으로써 예정고지 건수를 대폭 축소할 수 있었다.

 

 

 

 

95년 1기 부가세신고부터 ‘타율신고’에서 ‘자율신고’체제로 전환했다. 납세자들의 신고편의를 위해 세무서 직원들이 신고서를 작성해 주자 납세자들은 세무서가 수입금액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일이 많았다. 국세청은 납세자 자율을 살리기 위해 95년 부터는 부가세신고때 일체의 직원간섭을 없애고 오로지 납세자 스스로 신고서를 작성토록 유도했다. 초기에는 다소간의 혼란이 있었으나 점차 자율신고가 정책돼 갔다. 당시 한 일선세무서 부가세과에 설치 된 신고서자기작성대에서 납세자들이 신고서를 직접 쓰고 있는 모습. <세정신문DB>    

 


법인사업자도 예정신고 대신 예정고지로

 

 

 

이와 같이 신고 횟수를 감축하는 제도 개선이 계기가 되어 99년 세법 개정에서는 종전의 과세특례자(연간 매출액 4,800만원 미만)를 간이과세자로 바꾸면서 세율과 세액계산방법을 개선했고 2013년부터는 간이과세자의 과세기간을 1년으로 해 7월에 중간예납에 해당하는 부과징수제를 도입하고 매년 1월에 확정신고를 한번만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납세편의와 일선 업무량 감축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앞으로 법인 일반과세자에 대하여도 개인 일반과세자의 경우와 같이 예정신고 대신에 예정고지를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면 그야말로 납세편의 증진과 행정효율화에 큰 보탬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부가가치세부터 완전자율신고제로
 
95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1월25일은 94년 2기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납부일이었다.

 

새해부터는 부가가치세 행정을 종래의 타율신고제에서 자율신고제로 완전 전환하기로 하였다.

 

 

 

신고 때마다 직원들이 신고서를 대신 작성해 주는 것이 관행이 되다 니, 신고전에 세무서에서 사업자의 수입금액을 좌지우지하는듯한 오인을 받게 되고 신고서 접수창구는 시장통처럼 붐볐다.

 

 

 

신고후에 경정조사를 하면 신고때 세무서에서 과표 인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항의도 있었다.

 

이에 따라 95년부터는 신고전에 일체의 세정간섭을 배제하도록 했다.

 

과세특례자는 직전기 수입금액에 표준신고율을 곱해 우송해 줌으로써 신고서를 별도 작성하지 않고 그대로 접수만 하면 되도록 우편신고제를 도입 하였다.

 

개인 일반과세자는 세무사 등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고 세무서 직원이 신고서를 대리 작성해 주지 않도록 했다.

 

처음으로 사업자들이 자기 수입금액을 자기 손으로 신고서에 쓰도록 유도한 것이다.

 

 

 

처음 시행하는 제도여서 다소의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사전에 충분한 매스컴 홍보와 개별안내로 큰 혼란없이 첫번째 자율신고제 시행을 마무리했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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