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원칙-
두 가지 스톱
미국에는 주간의 고속도로가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Interstate highway)라 하여 잘 발달되어 있다. 모든 고속도로는 I-89, I-90 식으로 이름이 붙는데 짝수는 동서를, 흘수는 남북을 연결한다.
이러한 고속도로는 장거리 여행시만 꼭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내 근교를 다닐 때에도 무시로 이용한다. 거의 대부분 공짜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우리집으로 갈려면 흑인거주지를 지나는 편이 빠르다. 밤늦게 비도 살살 날리는 날 적당한 피로와 이제 곧 우리집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이 지역을 지나려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더러 있다.
비에 젖은 아스팔트는 자동차 불빛을 먹어 버리기에 전방 시야가 좋지 않게 마련이다. 그런데 근처에 가서야 갑자기 보이는 물체가 사람이라 왕왕 놀라는데, 아 이런 !
까만 흑인이 새까만 잠바입고 가로등도 없는 밤길을 비도 오는데 무슨 산책인지……거기다 데리고 가는 개도 새까맣다.
정말 가까이 가서야 보이는 것은 멀뚱히 우리 차를 보는 그 흑인의 하얀 이빨과 반들거리는 개의 눈 빛 뿐이다. 어휴! 식은땀 날밖에
인종차별적인 감정은 전혀 없지만 대체로 흑인은 판단 능력이 우리보다 뒤떨어지는 것 같다. 아니 우리가 탁월하다고 함이 옳을 듯하다.
차가 달려오는 속도를 보고 우리는 건너갈지 말지를 대개 정확히 판단할 수 있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아 무리임에도 불구하고 유유자적 차 앞으로 걸어 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미국에서는 일단 차로 대인사고를 냈다 하면 거덜 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멀쩡해도 차에 부딪쳤다면 기본으로 1만 달러 정도는 주고 시작해야 한다. 12,000,000만원 이상인 셈이다. 거기다 변호사비, 배상비 등등……
그래서 미국인들은 교통질서를 칼같이 지킨다. 그중 제일 눈에 띄는 것이 STOP표시에 대한 반응이다. 미국에는 STOP이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그냥 STOP이고 다른 하나는 ALL WAY STOP인데, 전자는 자기 책임하에 알아서 지나가라는 표시이다. 즉 지나가다 사고 나는 경우는 무조건 자기가 가해자가 된다. 우리의 경우 비보호 좌회전과 같은 예다. 후자는 선입선출, 즉 먼저 정지한 차가 먼저 출발하는 표시이다.
사람이 있건 없건 잘 달리다 그저 STOP표시만 있으면 무조건 선다. 그리고 두 종류 중 하나에 따라 다시 진행하는 것이 체질화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STOP은 STOP인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횡단보도 앞에 정지신호가 있길래 미국식으로 지켰더니만 한가한 x놈으로 취급되기도 하고 급한 택시기사는 미친 x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아예 정지신호를 붙이지 말던가, 아니면 우리도 미국식으로 정지와 ‘눈치정지’로 구분하여 정지는 말 그대로 정지하과 ‘눈치정지’는 눈치껏 보고 정지하던 말던 달리게 말이다.
STOP을 STOP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미국인이고 STOP을 주위정황을 고려하여 STOP아닌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 우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