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6.21. (토)

내국세

[연재]격동기 국세청 30년, 담담히 꺼내본 일기장(31)

위장과세특례자 규제 ‘고심’

세금계산서전산 대사, 매출·매입합계대사로 

 


나는 일선 세무서에서 말단 과장에서부터 여러 보직을 거치고 4곳에서 서장직을 수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세무서 각 과의 업무를 줄 일 수 있을까 늘 고심했다.

 

각 과 업무 중에는 불필요한 일도 많았고 간소화 할 수 있는 일도 많았는데 이러한 업무가 본청에서 만든 각 세무별 사무처리규정, 예컨대 부가가치세 사무처리규정 등에 그대로 남아 있어 일선 세무서로 하여금 형식적인 집행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업무감사를 곧이곧대로 한다면 안 걸릴 직원이 없었다.

 

예컨대 사업자등록 일제조사업무는 3, 6, 9, 12월 즉 매 분기마다 연 4회 실시하도록 돼 있었다.

 

사업자등록조사업무는 휴·폐업을 확인해 세적을 정비하고 위장사업자 등을 색출하여 세원관리를 잘 해 보려고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였다.

 

부가가치세 업무가 이 일 하나 뿐이라면 실효성있게 집행이 가능하겠지만 이보다 더 시급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일에는 신경을 쓸 겨를도 없었다.

 

나는 부가가치세 과장으로 부임하자마자 먼저 사업자등록조사 업무를 분기 1회에서 반기 1회로 줄이면서 반기 1회도 반기단위 부가가치세 확정신고시 미신고자를 중심으로 확인하도록 대폭 간소화했다.

 

또 하나 일선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업무가 있었는데 바로 세금계산서 불부합자료 처리가 그것이었다.

 

국세청 자료관리관실에서는 전국의 사업자로부터 제출받은 세금계산서를 하나하나 입력한 후 매출, 매입을 건별로 대사(cross-check)해 세금계산서 불부합자료일람표를 출력·하달하고, 일선 세무서는 불부합 내용을 한건 한건 확인조사해 세금 추징 또는 오류수정 등의 조치를 해야 했다.
그러나 자료량이 워낙 많아서 이 업무는 아예 덮어둘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우리는 몇달간의 연구 검토와 자료 관리관실과의 협의, 일선 실무진과의 의견교환과정 등을 거쳐 세금계산서 전산대사방식을 매출, 매입합계 대사방식으로 전환했다.

 

이와 더불어 95년부터는 세금계산서 제출도 매출처․매입처별합계표제출제도로 개선했다.

 

이 일에 관해서 나는 그후에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검토했는데 2002년 중부청장 시절때 사업자들이 세금계산서를 전산망으로 수수하기 위한 전국적인 부가가치통신망 개설을 제안한 바 있었다.
이 제안이 오늘날 국세청 전자세금계산서시스템인 ‘e-세로시스템’ 도입의 단초가 됐다.

 

앞으로 e-세로시스템의 이용대상 사업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모든 사업자가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단계에 가면 세금계산서 제출, 입력, 활용 등 일련의 세금계산서 관련 행정업무가 대폭 생략될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륵과 같은 부가가치세 과세특례자- 당시 과세특례자 관리는 부가가치세 행정의 가장 골치아픈 업무 가운데 하나였다. 많은 사업자들이 ‘과세특례자’라는 탈을 쓰고 부가세를 탈루하고 있었지만 워낙 사업자 수가 많고 일손은 부족한 형편이어서 거의 속수무책이나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국세청은 과특자 관리를 위해 특단의 노력을 경주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일선 세무서 부가세과는 과세특례자 축소와 신규발생 억제를 위해 일일점검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한 세무서 부과세과 과장이 일반사업자와 과세특례자 비교표를 사무실 게시판에 붙여 놓고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있는 모습. <세정신문DB>

 


계륵같은 과세특례자 관리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는 일반과세자와 과세특례자로 구분돼 있었다.

 

법인사업자는 모두 일반과세자로서 장부에 의해 매출, 매입을 기록·관리하고 신고하고 있으므로 행정상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개인사업자는 좀 규모가 크면 일반과세자로, 규모가 영세하면 과세특례자로 분류됐고 과세특례자에 대하여는 과세방식이 간편하고 세부담도 적었다.

 

이에 따라 실제 매출액 규모는 일반과세자 범위에 속하면서도 거짓으로 과세특례자그룹에 숨어 있으려는 소사업자가 너무도 많았다.

 

이들은 소위 ‘위장과특자’라 했는데 이들을 행정면에서 규제해 보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그 중에 하나가 ‘과세특례배제기준’이었다.

 

나는 93년 과세특례배제기준을 전면 재검토했다.

 

호화사치성 업종 등 종목별 기준 외에 전국공통기준, 지방청 기준, 세무서 기준으로 지역별 기준을 세분화해 기준의 현실타당도를 제고했다.

 

특히 서울 등 6대 도시내에서는 영세 구멍가게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과세특례자로 사업자등록하는 사례를 배제하도록 했다.

 

또 하나 과세특례행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표준신고율제도였다.

 

 

 

이 제도는 과특자가 6개월마다 신고할 때 직전기 매출액의 몇 %를 더 할증해서 신고할 것인가를 매기 업종별로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신고기준율을 말하였다.

 

 

 

업종별 생산출하지수, 재고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를 활용해 기준율을 산정공표했는데 이러한 행정 기준율이 실상을 반영하기 어려운 점, 그리고 어디까지나 평균율이라는 점 등에서 불합리한 점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사업자 특히 소매, 음숙 등 소위 현금수입업소의 수입금액을 양성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아직 마련하지 못한 이상 당분간 이러한 과특규제행정 수단은 불가피했다.

 

한편 세제면에서는 금융실명제 시행에 따라 소규모 사업자의 수입금액이 양성화될 것을 가정하고 정부 여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과세특례범위를 넓히고 소규모 사업자를 배려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었다.

 

94년에는 한계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였고, 95년에는 연간 매출액 1억5천만원 미만 사업자에 대하여 매출액×업종별부가가치율×10%로 세액을 계산하는 간이과세제도를 도입, 시행했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