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방 속 할머니 시신' 사건이 신고 이후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는 데만 1시간이 걸린 것으로 확인돼 부실한 초동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심지어 최초 신고자인 고교생 2명을 참혹하게 살해된 시신과 함께 기다리도록 조치해 인권침해 논란까지 일고 있다.
학교 측은 해당 학생들에 대한 심리치료를 계획하고 있다.
29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2일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빌라 앞을 지나던 A(17)군 등 고교생 2명이 피해자 전모(71·여)씨가 숨진 채 여행용 가방에 담겨 있는 것을 보고 112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군 등은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여행용 가방이 조금 열려 있고 사람 엉덩이 같기도 하고 사람 모형의 인형인 것 같기도 해 신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신고 1시간만인 오후 4시5분 현장에 도착했다.
사건을 초기 대응한 간석4파출소는 신고 6분만인 오후 3시13분 잘못된 곳으로 순찰차를 보냈고, 3시17분 '간석역에서 한 노숙자가 신변에 위협을 가하며 돌아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돼 순찰차를 돌렸다.
3시43분 '인근 대형마트에서 운전자 2명이 싸운다'는 신고 접수한 경찰은 싸움이 난 곳으로 다시 순찰차를 돌렸고, 결국 도보 근무자를 신고 현장으로 보내 4시5분 해당 사건을 파악했다.
간석4파출소는 위치 확인 등을 위해 신고 학생들과 두 차례 통화했지만,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며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고 이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까지 1시간이 걸린 이유는 112 상황실에서 해당 신고를 '분실물 습득'으로 처리한 게 결정적이었다.
일반적으로 변사 사건의 경우 대응순위가 'CODE1'으로 'CODE0'을 제외하고는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분실물 습득으로 처리되면서 대응순위 'CODE2'로 접수돼 다른 사건보다 뒤늦게 처리됐다.
당시 신고한 고교생 A군은 "112에 엉덩이도 보이고 사람 같아 보이니까 빨리 와달라고 말했다. 경찰이 너무 안 와 빨리 와달라고 다시 전화까지 했다"며 "우리 신고를 분실물로 처리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1시간 동안 기다려야 할 줄 몰랐다"며 "시체와 함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 교사도 "경찰이 학생들을 참혹하게 살해된 시체와 함께 1시간 동안 있도록 방치했지만, 아이들에 대한 조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인권 침해나 마찬가지"라며 "학교 차원에서 심리상담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간석4파출소 관계자는 "대응순위가 낮아 사건 처리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며 "상황실에서 변사 신고로 전달했다면 우선적으로 현장에 도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