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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2. (일)

내국세

[연재]'나는 평생 세금쟁이'(18)

두마리 토끼 잡으려면 집토끼부터 잘 길러야

나에게는 두 마리의 토끼가?

 


필자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만 29세가 되는 75년6월25일 바로 그날에 나는 큰 생일 선물을 받았다.8급 세금쟁이가 드디어 7급으로 한 직급 승진하게 된 것이다. 지난 66년에 입사였으니 꼭 9년만이다.

여기에 더 기쁜 것은 10개월후에 마포세무서 법인세과로 발령이 난 것이었다. 필자가 그동안 잡아보고 싶었던 두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었다.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법인세 분야로도 가게 된 것이다.

법인세과 법인2계에 배치받았는데 직원 서열로는 6급인 차석과 7급인 삼석 그리고 그 다음이 필자였다. 10명 가까운 직원 중 3번째였으니 나는 몹시 고무되어 있었다. 그동안의 잦은 실수와 혹독한 시련도 있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중견 세금쟁이로 올라서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부터 정통 세금쟁이로 자리잡자. 젊은 나이에 무엇인들 못하랴.”

그런 마음의 각오를 하게 되니 지금은 비록 남들보다 법인세 분야 실무 능력이 딸리긴 하지만 더 많은 세법공부와 실무에 열중하다 보면 좋은 길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나와 함께 할 팀원이 나이는 또래였지만 나보다 법인세 실무 경험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마포세무서장께서 필자와 그 반원을 서장실로 불러서 “우리 세무서 사정이 어쩔 수 없으니 자네 2명은 몇달만 개인세과로 가서 소득세 실지조사업무를 도와주게, 법인세과 직원 중 개인조사에 경험있는 직원들이 자네들밖에 없네”라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차출 대상에 필자가 뽑힌 것은 경험보다는 서열이 낮은 위치에 있다 보니 우리 팀이 차출된 것이다. .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2010년 11월 세무법인 석성 창립 5주년 행사로 아내와 함께 캄보디아 밥퍼봉사 활동에 나섰다.

 

 

 


참고로 지난 1975년은 개인납세자에 대한 세금제도가 대폭 바뀌어져 오늘날과 같은 전면적인 종합소득세 제도가 처음으로 실시되는 해였다.

쉽게 이야기하면 74년 이전까지는 개인에 대한 소득세가 사업소득, 부동산소득, 배당소득 등 소득 종류별로 분리해서 소득세를 매겨 왔으나 75년부터는 개인별로 1년동안 발생한 모든 소득들을 종합해서 소득세를 매기도록 바뀌어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 60년대 정부의 경제개발계획 발표에 따라 전국적인 토지 개발 붐이 일어났다. 이에 68년부터 개발 예정지 대도시와 그 주변 일대를 ‘부동산 투기지역’으로 지정 고시하여 이곳에 있는 토지 등을 팔 경우에는 그 매매 차익에 대해 ‘부동산 투기 억제세’로 세금을 매겨 왔는데 그 세금의 과세 근거법률이 74년 말로 끝나게 됨에 따라 75년부터는 소득세법에서 규정하여 이를 양도소득세로 매기도록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납세자 입장에서 볼 때는 갑자기 소득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되다 보니 장부에 따라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또 여기에다 여의도 일대가 그 당시에는 영등포세무서가 아닌 마포세무서 관할이었기 때문에 소득세 납세자에 비해 개인세과 직원들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부득이 법인세 요원들을 차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몇달동안 처리해야 할 십여건의 실지조사 대상자를 배당받았는데 그들의 주소지는 여의도와 마포구이지만 사업장은 서울시내 심지어 지방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그들 대부분이 사업장에서 장부를 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필자는 일일이 사업장들을 돌아다녀야만 했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다행히 지정된 시일내에 실지조사를 모두 마칠 수가 있었다. 그러자 필자의 업무처리능력이 마음에 들었는지 담당 개인세과장께서 나에게 법인세과로 되돌아가지 말고 개인세과에 그대로 남아 있으라는 것이었다.

마음이 아팠지만 어떻게 항변할 수가 없었다. 일 잘한다고 칭찬까지 해 주셨는데…
얼마 후 여름휴가를 다녀와 보니 필자는 개인세과로 정식발령이 나 있었다. 매우 섭섭했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음 인사 때는 꼭 법인세과로 가기를 소망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주어진 일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즈음에 필자는 뜻밖에도 갑자기 국세청 본청 소득세과로 발령을 받게 된 것이다.

그때 필자에게는 또 한번의 깨달음이 있었다. 나에게는 두 마리의 토끼는 잘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주 水·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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