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옹진군이 언론의 정당한 취재 행위를 막아 비난을 사고 있다.
3일 오후 인천 옹진군청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서해5도 어민들이 정부 대표단과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백령도·대청도 등 서해5도 어민들과 해양수산부·해양경비안전본부·국방부·합동참모본부·행정자치부 5개 정부기관과 인천시·옹진군 2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했다.
그러나 회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서해5도 어민들과 정부가 첫 만남을 가진 자리였지만, 정부와 옹진군이 언론 보도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군은 당초 이날 회의가 있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려왔고, 옹진군이 준비한 회의장에는 기자석까지 마련되 있었다.
이날 어민들이 준비한 서해5도의 피해 상황이 담긴 동영상을 관람하기 직전 군 관계자가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했다.
군 관계자는 "원활한 회의진행을 위해 정부 대표단에서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했다. 동영상이 끝난 뒤 나가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이 "퇴장할 이유가 없다.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군 관계자는 "보도하기 부적절한 내용이 나올 수 있다"고 답변했다.
기자들은 이어 이날 회의의 좌장 격이었던 해수부 서장우 어업자원정책국장에게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하는 이유를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동영상이 끝난 뒤 옹진군은 조윤길 군수가 직접 나서 다시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하며 어민들과 언쟁을 벌였다.
조 군수는 회의에 기자들을 참여시켜 달라는 어민 요구에 "정부 참여자들 중에는 오늘 회의 내용에 대해 확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 기자들이 없어야 정부측 참여자들이 마음 놓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 참가를 재차 요구하는 어민에게 "오늘 회의하지 말자는 얘기냐"고 질책하듯이 말했다.
기자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군 관계자는 "기자 퇴장은 정부 측 요구가 아니었다. 내가 실수했다"고 말을 바꾼 뒤 다시 '안보' 문제를 거론하며 퇴장을 요구했다.
정부 측 관계자들은 퇴장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이날 정부 측 관계자로는 해수부 서장우 어업자원정책국장, 해수부 지도교섭과 황창훈, 해경안전본부 여인태 경비과장, 합참본부 해상작전과 김상호, 합참본부 백경순 상륙작전과장, 국방부 북한정책과 박경우, 행자부 지역발전과 사영배씨가 참석했다.
결국 회의가 30분 이상 지연되자 어민들이 나서 "우리가 회의 결과를 기자들에게 알려주겠다"고 말해 상황이 일단락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허선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해양위원장은 "해양경비안전본부 경비과장이 어민들에게 중국어선을 막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일개 과장급이 말이다"며 "원론적인 얘기만 오갔다. 이처럼 아무런 대책도 없고 보여줄 것도 없어 정부가 기자들을 내쫓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지역언론사 기자는 "옹진군은 회의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리고, 회의장에 기자석까지 마련했다.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한 건 정부측이 분명하다"며 "이날 회의는 언론의 취재를 막을 법적 근거나 명분이 없었다.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유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옹진군 관계자는 "군 관계자도 회의에 참석했다. 그런 부분이 작용한 것 같다"며 "국민의 알 권리와 안보라는 부분이 충돌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