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래도 꿰어야 보배이듯, 과세행정은 곧 징수로 이어질 때에야 비로써 빛을 발한다.
반면, 첨예화되는 경제활동 탓에 과세관청과 납세자 간의 다툼은 비일비재한 실정으로, 각종 조세불복제도에 이어 행정소송까지 이어지는 다툼에서 과세논리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최근들어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의 일환으로 관세행정상 세액심사가 강화됨에 따라 납세자의 불복이 급격히 증가하고, 특히 대형로펌 등이 법률상 미비점 및 품목분류 등을 문제 삼아 과세관청을 상대로 의도적 기획소송 또한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와중, 조세쟁송에서 100% 승률을 기록한 송무(訟務)의 달인이 있어 화제다.
인천공항세관 납세심사과에 근무중인 정유진 관세행정관이 그 주인공으로, 2012년 12월부터 지금까지 2년 가까이 총 44건을 송무업무를 수행했으며, 올들어 수행한 대법원 판결 등 27건을 모두 승소했다.
송무업무는 관세공무원 대부분이 꺼려하는 업무 가운데 하나.
납세자 또는 대리인과의 다툼이 발생할 경우 관세관청의 입장에 선 송무담당자는 정당한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해박한 업무지식을 바탕으로 과거의 판례 등 세밀한 분석력이 필요하고, 직접 재결기관(조세심판원, 각급 법원)에 출무하여 답변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송무업무는 세관장의 이의신청, 관세청이나 감사원의 심사청구 또는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 이후 진행되는 행정소송의 과정에서 세관장의 의견서를 시작으로 답변서, 준비서면 등 하나의 사건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3년 동안 진행된다.
현재 인천공항세관 납세심사과는 직원 2명, 주무, 과장을 주축으로하는 ‘소송전담팀’을 편성·운용중으로, 소송 주요 쟁점사항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청구의견에 대한 과거 유사판례 등을 참고해 창의적·논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 금년 11월말까지 법원에서 판결이 완료된 27건의 사건을 모두 승소하는 등 송무행정의 품질향상과 신뢰성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들이 기피하는 소송업무 2년간 전담
국민안전 위해물품에 국내반입 차단 정당성 확보
이처럼 인천공항세관의 송무승소율 100%라는 기록을 세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정 행정관이 송무업무를 수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소송 중 자신의 첫 소송업무이자 짜릿한 반전을 거둔 ‘독거미 통관보류처분 취소소송’이다.
정 행정관은 “처음 송무업무를 수행하면서 인계받아 처음 시작하기도 했거니와, 1·2심에서 패소한 상태에서 인계받은 상황이라 ‘과연 제가 이 소송을 1․2심을 뒤집고 승소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고 당시의 난감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정 행정관은 그러나, 1·2심 당시 법원에 제출했던 독거미의 위해성과 관련한 증거자료와 관련 규정을 검토해 본 결과 ‘독거미의 독이 사람의 체질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위해를 야기할 수 있어 관련 규정상 독거미의 수입이 국민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과, 1·2심 법원의 판결내용을 거듭해 분석한 결과 재판부가 통관보류와 관련한 규정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끌어 냈다.
그는 대법원에 이같은 쟁점을 적극 부각한 결과, 1·2심을 뒤집고 3심에서 최종 승소하는 등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정 행정관은 “단순히 승소해서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수행했던 소송이자, 관세청 공무원으로서 사회안전과 국민생활 위해요소의 유입을 차단해 안전한 사회를 이루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탠 것 같은 뿌듯함이 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177억원 상당의 국고유출 방지에 기여
납세자 권익 보호 등 투명성 제고 노력 강화
정 행정관은 송무업무의 보람에 대해 국고손실을 방지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정 행정관은 “관세행정의 특성상 세금과 관련한 조세소송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조세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 바로 국고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어 그 사안이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비단, 과세관청의 입장만을 옹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과세관청은 국민이 납세의무를 돕는 기관으로 정 관세행정관 또한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일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정 행정관이 꼽은 송무업무의 또다른 보람으로는 ‘관세 납세자를 위한 권리구제제도 안내’ 리플릿을 발간·배포하였던 일이다.
정 행정관은 “송무업무 수행 중 의외로 많은 납세자가 권리구제제도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권리구제제도를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를 위해 안내리플릿 2천매를 발간·배포하는 과정에서 성실납세자의 권익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인천공항세관 송무승소율 100% 달성의 주인공인 정유진(34세·7급) 관세행정관은 부산출신으로,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며 세관공무원의 꿈을 가졌다.
관세직 9급과 7급을 동시에 응시해 2008년 12월 9급으로 인천공항세관에 임용된 후 통관지원과·우편통관과에서 근무하던 와중, 1년 후에 7급으로 재임용되어 특송통관과, 수입과, 휴대품검사관실, 조사총괄과를 거쳐 납세심사과에서 송무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부서내에선 재기발랄한 직원으로 선배 및 동료직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박상덕 납세심사과장은 “정유진 반장은 팀원인 문경환 계장과 서로 토론하면서 논리를 개발하는 팀웍을 잘 이루는 모습이 믿음직하다”며, “어려운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항상 밝은 모습으로 업무를 꼼꼼히 분석하고 추진하는 자세로 임하는 등 성실함과 겸손을 갖춘, 요즘 보기 드문 청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