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행정대학원 최우수 논문…'과분한 영예'
나는 87년 3월 정부장학금으로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입학해 2년반 동안 수학하고 이제 석사학위 논문을 제출할 때가 되었다. 89년 가을부터 이듬해 초까지 매일 체납복명을 끝내고 서장실에서 자정 무렵 까지 논문 초안을 작성하였다.
내가 원고를 작성해 주면 총무과 8급 김문식(세무대 출신)이 컴퓨터로 문서 작성을 도와주었다. 추운 겨울에도 끝까지 남아 논문심사가 끝날 때까지 나를 도와준 그가 참으로 고마웠다.
후일 내가 중부청장으로 부임했을 때 거기서 그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는 어디서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자기가 맡은 일에 정성을 다했다.
나의 석사학위 논문 제목은 ‘한국의 소득표준율제도에 관한 연구’이었는데 나는 이 논문 한편에 우리나라 소득표준율제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방향까지를 담은 역사적 문서를 남기려고 애썼다.
논문 지도교수는 오연천(吳然天) 교수(후에 서울대학교 총장 역임), 심사위원은 김동건 교수와 이달곤(후에 행정자치부 장관 역임) 교수 등이었다.
나의 논문은 1990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최우수논문으로 선정되어 행정대학원 교무실에 연도별 최우수자 명단이 동판으로 새겨져 오늘날까지 게시되는 영예를 얻게 되었다.
은평구…'이웃돕기성금 1위'
89년 12월 초 은평구청 김치운(金致雲) 구청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12월8일 아침에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은평구 관내 주요 기업인을 모시고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조찬간담회를 개최하는데 세무서장이 한 말씀해 달라고 하였다.
당일 아침 다 함께 조찬을 마치고 나는 백여명에 가까운 초청받은 사람들 앞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며칠 전 TV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소녀가장이 월 2만원의 지원금으로 병든 할아버지와 어린 남동생을 돌보며 한달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가슴이 뭉클했다. 여기 모인 우리에겐 2만원이라는 돈은 있으나 없으나 사는데 지장이 없는 돈이지만 이 가정에서는 한달 세사람의 생명이 걸려 있는 소중한 돈이었다.
우리가 평생 남을 구체적으로 축복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지 모르나 축복하면 받은 사람은 받아서 좋고 준 사람은 베풀어서 기쁨이 있다. 이것은 곧 이중의 축복(double blessing)이 된다.
금년 연말에도 우리의 따스한 사랑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모처럼 우리의 불우한 이웃을 돌아볼 기회가 왔는데 ①은밀하게 ②좀 과분하게 ③대가 생각하지 말고 ④생각날 때 즉시 실행하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날 오후 나를 아는 몇몇 유지들이 오늘 아침 내 말을 듣고 오늘 즉시 좀 과하게 이웃돕기 성금을 내고 왔노라고 전화를 주었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90년 새해 2월초 김 구청장이 점심식사에 초대하였다.
웬일이냐고 했더니 오늘 오찬은 내가 사는 거라고 하였다. 서울시내 25개 구청 중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인 은평구에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제일 많이 모금 되었다고 고건(高建) 서울시장(후에 국무총리 역임)에게 큰 칭찬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이 일은 순전히 장 서장 덕분이라고 하며 기뻐하였다. 나도 덩달아 너무 기분이 좋았다.
서부세무서장으로서의 1년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었다. 당시 일선 세무서의 최우선 과제는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를 세무행정력으로 잠재우는 것과 사치성 행락 소비조장 업소에 대한 세정간섭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주택다수 보유자, 아파트 당첨권 전매자, 고액 토지거래자에 대한 조사와 신촌일대 대형 음식점, 룸살롱을 집중적으로 관리하였다.
이외에 사설학원 및 과외교습소 단속, 위장공동사업자 규제, 부동산임대업 특별관리, 자료상 추적조사 등의 업무를 추진하였다.
이 모든 업무 추진 결과는 결국 세수로 귀결되는데 89년 서부세무서의 세수실적은 862억원으로 이는 그해 서부세무서 세수예산액(768억원)을 초과 달성한 좋은 결실을 거두었다.
90년2월12일 서기관 정기인사 발령이 있었다.
나는 내심 인사발령을 매우 기대하고 있었으나 인사 명단에 내 이름은 없었다. 또 다시 서부에서 1년을 더 지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정리하였다.
그런데 이로부터 한달후 본청 이건춘(李建春) 총무과장(후에 국세청장, 건설교통부 장관 역임)으로부터 뜻밖에도 영등포세무서장 발령통지를 받았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