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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3. (월)

내국세

(80)'관료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로선다'

허명환 著(前행정자치부 서기관)

-비빔밥과 샌드위치-
철저한 선택의 나라

 

미국에서 밥 제대로 시켜 먹을 줄 알면 영어는 일단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점심은 보통 샌드위치와 음료수 한컵으로 떼우는데 든든한 편이다.

 

처음 샌드위치를 주문했을 때 주문받는 이가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라 무지하게 속상했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가 쉽게 아는 쇠고기 샌드위치를 주문하려면, 당장 “어떤 빵”부터 묻는다. 어떤 빵이라니? 알고 보니 밀빵, 보리빵, 횐빵, 이태리빵 둥둥이 있다.

 

그것도 발음이나 분명히 하기나 하면 고맙지…뒤에 줄은 밀려 있는데 빵부터 못 고르고 있으니, 겸양지덕이 동하여 귓불이 달아오르기 마련이다.

 

겨우 밀빵 ! 그러면 또 “마요네즈? 겨자? 흑은 둘 다”라고 묻는다, 이건 또 무슨 소린지……얼결에 "둘 다”라고 대답하는데, 왜냐하면 both라는 발음만 들리기 때문이다(우리말식으로마요네즈하면 미국 사람 죽었다 깨어나도 못 알아듣는다).

 

그러면 또 미국 치즈 혹은 스위스 치즈라 묻는다. 도대체 두 가지 치즈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기나 해야 대답하자 쯧쯧……

 

"상추 할래 말래, 토마토 줄까 말까, 양파는?”

 

“피클스 (오이 절인 것) 할래 말래, 칩 줄까 말까?”

 

어렵게 어렵게 주문 끝나면 얼굴은 달아 있고 등은 끈끈해진다.

 

Shoot! 도대체 밥도 하나 주문 못해 먹다니 하는 자괴감. 이사람 들이 나를 보기를 저런게 어떻게 수업 듣고 공부할 수 있는지 한심하다고 보지는 않을까 하는 등등 생각에 밥맛은 달아난지 오래다.

 

다 끝나는 줄 알았는데 또 “여기서 먹을래 갖고 갈래”묻는다. 못 알아 들어 "뭐라고요”하면 역시 같이 입속에서 굴리는 대답. "Here, or to go?”

 

“이줌마, 비빔밥 한 그릇!” 하면 되는 고국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미국은 철저하게 선택의 나라다. 선택은 책임을 전제로 하고 가격의 차이를 수반한다. 이것이 시장경제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뭉뚱거려서, 대충대충, 한 두개 등등의 사고방식으로 그들을 대한다면 국제화하고는 거리가 있는 행동이 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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