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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3. (월)

내국세

[연재] “나는 평생 세금쟁이”(8)

“당신은 파면감이야” 호통 덜컥 겁나

“당신은 공직자로서 파면감이야!”

 


형의 장례를 마치고 서둘러 서울로 올라온 필자는 한동안 멍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장남을 잃은 대구에 있는 부모님을 생각하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서둘러 불쌍한 부모님을 서울로 모시고 와서 신촌 부근에 전세방을 얻어 임시방편으로 어렵게 살다가 대구 집을 헐값에 처분하고 서울 마포 신수동에 자그마한 단독주택을 구입해 가족들과 함께 본격적인 서울생활을 하게 됐다.

대구의 아픈 기억을 잊고 세금쟁이 일상으로 돌아온 필자에게 또 하나의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직전 근무처인 동대문세무서 조사과에서 상사로 모셨던 오혁주 과장(작고)께서 결혼하시자마자 중부세무서 개인세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우연하게도 필자도 다른 한 분의 선배와 함께 중부세무서 개인세과로 옮기게 됐다.

그때 총무처(지금의 행정안전부)에서 우리나라 공직사회에서는 처음으로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공무원아파트를 분양하게 됐는데 그때 오 과장께서는 본인을 비롯해서 자기와 함께 중부세무서로 오게 된 필자와 또 한분의 선배 이름을 빌려 아파트 청약을 하게 됐다. 그때 경쟁률이 5 대 1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은행알’로 추첨하는 원시적인 추첨현장에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필자가 당첨이 됐으며 곧바로 필자 명의로 분양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그런데 입주 조건은 계약자가 반드시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소유자인 오 과장께서는 당시 신혼생활을 하고 있어 필자가 그 부부와 함께 살아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분양받은 아파트내 방 3칸 중 한칸에 필자가 쓰는 책들과 책상 그리고 간단한 의복 몇벌만 갖춰 놓고 마치 필자가 직접 살고 있는 것으로 위장했다

그런데 주위의 제보(?)인지는 몰라도 어느 날 총무처 연금국에서 호출이 온 것이다.
영문도 모른채 호출당한 필자에게 분양받은 본인이 실제로 입주하지 않다고 하여 “당신은 공직자로서 파면감이야!”라고 호통을 쳤다.
물론 이름을 빌려준 필자 뿐만 아니라 실제 소유자인 오 과장께도 같은 처분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애송이 세금쟁이는 덜컥 겁이 났다.

그런데 당시 오 과장께서는 국세청에서 공보업무를 담당하셨던 경력이 있어 그때 가까이 알고 지내던 기자들을 통해 겨우 합의를 보게 됐다. 합의 내용은 필자가 반드시 살겠다는 약속으로…,
그리하여 필자는 오 과장 부부와 함께 동거 아닌 동거(?)를 하게 됐다.

 

조용근 세무법인 석성 회장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초청을 받아 2007년 5월 미국 뉴욕의 UN본부를 방문, 반기문 UN사무총장과 환담의 시간을 가졌다. 조 회장의 이번 UN 방문은 지난해 12월 (사)한국언론인연합회가 수여하는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을 함께 수상한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당시 오 과장께는 필자 또래의 동생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필자를 막내동생처럼 생각하시겠다고 했으나 열살이나 많은 직장의 직속상사와 하루종일 동거하는 것이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심지어 출근도 같이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중부세무서 개인세과에서는 필자를 보고 ‘부(副)과장’이라는 존칭까지 불러주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당시 필자가 맡고 있는 업무는 충무로2가 일대(지금의 신세계백화점 부근)의 부동산 임대업자에 대한 세금 부과업무였다.

그 때만 해도 빌딩에 대한 과세 현실화가 제대로 돼 있지 아니한 상태라 세금을 다소 올려 부담시켜도 대부분이 재력가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에 반발하거나 불만을 표시하는 납세자들이 없었다.
그런 데도 고질적인 체납자 때문에 체납세 징수율이 다른 동료, 선배들에 비해 저조했다.

그후 일이지만 그 성적이 빌미가 돼 서울시내 세무서가 서울청과 중부청 둘로 쪼개질 때 필자는 서울청 소속 용산세무서로 옮겨가게 됐다.
그때 애송이 세금쟁이는 또 하나의 교훈을 마음에 새기게 됐다. 다른 사람이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이름을 빌려줘서는 안된다고…. 또 내가 부동산을 살 때는 반드시 내 명의로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으며, 아울러 공직자로서 이 부분에 대해서 약점이 있으면 안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지만 그 후에도 이 부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필자는 역시 인정에 약하구나 하고….

“서울특별시 용산구 동부이촌동 공무원아파트 23동 206호”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난생 처음으로 등기부상 필자 명의로 아파트를 취득하게 됐으니 비록 그것이 필자의 실제 소유가 아니라하더라도…
“당신은 공직자로서 파면감이야!”
<계속>-매주 水·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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