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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1. (토)

-담배에 대한 세부담 인상의 경제사회적 효과-

김유찬 <홍익대 교수>

담뱃세 인상안 얘기가 나온 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2조원 넘는 세수의 증가를 예상하면서 증세가 아니라고 하니 어떻게 이 논법을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증세가 목적이 아니라 국민건강 보호가 목적인데 세수는 부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해도 증세는 증세다. 게다가 국민건강 보호가 목적이 아니라 세수 증대가 목적이라는 점도 정황상 부인하기 어렵게 돼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최성은,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 2014)에 담배가격이 4천500원 정도일 때 정부의 추가세수가 2.7조원 정도로 극대화되며 그보다 담배가격이 더 높아지면 세수는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는 분석이 있었다. 담배 한갑의 가격이 정확하게 4천500원이 되도록 정부가 담배세 부담을 인상하는 것이 이 분석을 모르는 채 우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더이상 강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안대로 담배세 부담을 가격이 4천500원이 될 때까지 증가시킨다면 하루에 담배 한갑을 피우는 흡연자의 1년간의 세금부담은 121만원 정도 될 것이다. 한겨레신문이 친절하게 이 규모의 세부담은 기준시가 6억8천만원짜리 집(매매가로 한 9억원 정도)의 1년간 재산세에 해당되는 수준이라고 밝혀줬다. 중산층 이상이 1년간 내는 재산세 세금을 흡연자라는 이유로 내야 한다니. 형평성에 상당히 어긋나는 느낌이다. 다른 비유를 해 보면 2천500원짜리 담배 한갑에 세금 등 총 부담이 1천550원 포함돼 있으니 담배 한갑 피우는 사람이 소주 3병을 마시는 사람이 부담하는 세금을 현재 부담하는 것이다. 이제 담배세가 오르고 담배 가격이 4천500원이 되면 앞으로는 담배 한갑 피우는 사람이 소주 7병을 마시는 사람이 부담하는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담배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정책인가?
담배에 대한 중과는 흡연자들 중 저소득층 인구의 비중이 높아 결국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킨다. 흡연율을 보면, 소득 하위 25% 이하의 흡연율이 소득 상위 25% 이상의 흡연율보다 큰 차이를 두고 높다. 저소득층은 담배 값이 오르면 감당하지 못해 금연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해결된다는 사고는 별로 현실적이지 못하다.
지금도 담배 한갑 2천500원이 서민층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담배가 야기하는 건강 상의 문제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흡연자들이 담배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저소득층 서민들에게 담배 소비에 지출되는 액수는 큰 것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이 돈을 쓰면서 담배 소비에 의존한다. 흡연자들은 스스로의 심리적 건강을 위해 신체적 피해를 감수하고 있고 그것은 그들이 잘 알고서 하는 선택이다. 담배와 술은 돈과 시간이 부족한 저소득계층에게 있어서 생활의 시름과 고통을 달래주는 거의 대체될 수 없는 위안품이며 이들에게 다른 대체물이 현실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담배가 서민층에게 다른 대안이 없는 심리적 위안품이라는 측면에서 저소득층 담배소비의 탄력성은 매우 낮을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높은 담배가격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담배소비는 줄지 않고 세부담만 늘려주게 되는 것이다.
스웨덴이나 덴마크 같은 복지국가의 담배 가격에 비해 우리나라의 담배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서 높은 담배 소비를 방치한다는 지적은 별 의미가 없다. 우리는 우리의 맥락에서 출발해서 올바른 조세정책을 정립해야 한다. 이들 복지국가들의 높은 담배 가격과 비교하지 말라. 그들은 국가가 엄청난 복지 지출을 한다. 그 점은 쫓아가지 않고 왜 담배값만 따라잡아야 하나?
복지재정의 요구에 따라 재원이 필요할 경우 우선 비과세되고 있는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와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다음 순위로는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확대와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조세공평성에 부합하며 국민 경제의 더 빠른 성장을 위한 길이다.
소비세분야에서 꼭 세금을 올려야 한다면 담배세 대신 주류세를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고 하지만, 술은 담배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약 5조5천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술로 인한 질병, 음주관련 사고, 가정폭력 등의 피해를 다 합치면 사회적 비용이 18조6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 담배소비에 부과되는 세금은 연간 약 7조원인 것에 비해 술에 부과되는 세금은 연간 4조4천억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에 비해서 술은 담배에 비해서 훨씬 적은 세금을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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