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유력시되는 백골 상태 시신이 전남 순천에서 발견되면서 유 전 회장이 순천을 도피처로 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전 회장의 고향은 대구.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총본산은 경기도 안성. 여객선 '세월호' 선사가 있는 곳은 인천.
순천과는 이렇다할 인연이 없는 유 전 회장이 주요 거점으로부터 수백㎞나 떨어진 순천에서 출몰하고, 끝내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뭘까.
우선 밀항을 시도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여수나 광양 등 항구도시와 가까운 데다 순천 역시 바다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다.
남해안을 루트로 삼아 중국이나 일본으로의 밀항을 시도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중국 크루즈선이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곳이고 해안지역 특성상 경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할 수 있는 점도 밀항설을 키우기도 했다.
도피처는 물론 필요할 경우 '인간 방패'도 돼줄 수 있는 구원파 시설과 신자가 많다는 점도 순천행(行)을 택한 이유로 꼽힌다.
순천에는 '다판다'를 비롯, 구원파 계열회사 점포들이 수십 곳에 이르고, 구원파 순천교회, 연수원 등이 있어 물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도움을 줄 이들이 적잖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실제 유 전 회장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 2주 만인 지난 4월29일께 최측근을 통해 순천의 구원파 신도에게 전화를 걸어 순천시 서면 학구리의 한 별장을 비우도록 한 뒤 5월 하순까지 머문 흔적을 남긴 바 있다.
별장을 관리하던 한 구원파 신도는 유 전 회장이 차량 번호판을 수시로 떼었다 붙일 수 있도록 충전용 드릴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5월말에는 이 별장으로부터 4~5㎞ 가량 떨어진 옛 구원파 모임장소(1층짜리 단독주택)에 유 전 회장이 은신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별장과 주택 모두 유 전 회장 추정 시신이 발견된 매실밭으로부터 불과 4~5㎞ 이내다.
인근 보성에 유 전 회장의 두 아들이 소유하고 있는 15만㎡ 규모의 녹차밭인 '몽중산다원'이 은신처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보성은 순천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불과하다. 이 녹차밭은 부동산왕인 유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8개 영농법인 중 하나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국외 도피나 신자들의 도움 등이 용이하고 수사라인으로부터 되도록 먼 곳을 찾아 순천까지 내려왔을 개연성이 줄곧 제기돼 왔었다"며 "현재로선 발견된 시신이 유 전 회장이 맞는지 최종 감식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 전 회장은 지난달 12일께 순천 송치재 휴게소에서 2.5㎞ 정도 떨어진 한 매실밭에서 사실상 백골 상태로 발견됐으며, 엉덩이뼈 일부를 떼어내 DNA 분석을 의뢰한 결과 친형 병일(75·구속)씨의 DNA는 물론 검경이 이미 확보한 유씨 DNA와도 일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