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납전담부서 인력 재배치 세수확보 전면전
2013년 국세행정은 세수 확보와의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방안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가 공약가계부에서 밝힌 집권 5년간 필요한 재원은 135조1천억원으로, 이중 48조원을 국세수입으로 조달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새 정부 첫 국세청장인 김덕중 청장의 최대 역점업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세수 확보’였다.
연초 국세청은 일선 세무서를 중심으로 인력 500명을 빼내 서울·중부청 등 지방청 조사국과 체납정리부서(숨긴재산무한추적과)에 집중 배치했다.
또한 새 정부가 복지재원 마련 방안의 하나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선정하면서, 국세청은 지하경제 4대 분야인 대기업 등 대납세자, 고소득 자영업자, 민생침해탈세자, 역외탈세자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이를 위해 지방청 조사국과 체납정리인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존 인력을 재배치한 것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올 9월 현재까지는 일단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9월말 현재 지하경제 양성화에 의한 세수실적은 1조9천945억원으로 목표치(2조7천414억원)의 72.8%를 달성했다. 국세청이 목표액(1조9천800억원)의 72.6%, 관세청은 73.2%를 각각 거뒀다.
그렇지만 목표 세수 달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펑크’ 사태가 예상된다.
올 상반기 10조원에 육박했던 세수 부족 폭은 다소 줄었지만, 10월말 기준 국세수입은 167조1천577억원으로 세수진도비는 84%. 작년 같은달보다 4조418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금액으로는 올해 세수목표액에서 10월 현재 32조원이 부족하다. 사실상 세수목표 달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세수 확보를 위한 징세행정을 강화하면서 납세자들의 반발도 거셌다. 국세청은 연초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나섰다.
중소기업 보다는 상대적으로 세수 확보 여력이 더 큰 대기업에 조사인력을 집중하자 여기저기서 투자의욕을 꺾는다는 아우성이 거셌다.
세무조사가 대기업에 집중됐지만 소위 납세저항은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자들에게서 나왔다.
세무조사와 별개로 신고후 사후검증, 수정신고 등과 같은 행정이 치밀하게 전개되면서 세무조사 보다 심한 압박을 느낀 것이다.
문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수 확보가 국세청의 지상 최대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납세자들의 세금압박이 더 커지게 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세수확보 위주의 징세행정이 전개되는 와중에 전·현직 국세청 최고위직이 세무비리에 연루된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 최고위직 연루 세무비리 국세청 청정 이미지 먹칠
세무비리 사건의 주인공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은 CJ그룹측으로부터 뇌물 30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전격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CJ측과의 뇌물수수 연결고리를 한 점 등으로 역시 구속과 함께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일단 세무조사와 관련한 청탁의 대가는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받은 뇌물을 인사청문회 비용과 기관경비로 썼다고 밝혀 국세청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CJ발 사건은 당시 현직 서울지방국세청장에게까지 미쳐 송광조 당시 청장의 사퇴로 이어졌다.
또한 국세청 고위직 사건에 앞서 서울·중부청 등 수도권청 조사국 요원들의 뇌물수수 사건이 연초부터 국세청을 덮쳤다. 김덕중 국세청장은 취임 직후 대대적인 쇄신방안을 내놨다.
개청 이래 최초로 검사 출신 감사관을 전격 임명했으며, 조사요원을 전담 감찰하는 세무조사감찰관을 신설했다.
조사공무원에게 조사업체 관계자 및 수임세무대리인과의 사적 관계를 사전고지토록 의무화했고, 조사팀장과 조사반장은 같은 팀에서 1년 이상 근무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조사 후라도 2년간 조사공무원은 조사업체 관계자 및 세무대리인을 개별접촉 할 수 없도록 했고, 금품을 한번이라도 수수하면 조사분야 근무를 영구 배제하는 조사분야 영구 퇴출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같은 비리근절 대책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세수 확보에 대한 압박감에다 세무비리 근절 종합대책 등의 시행으로 올해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과거 어느 때보다 치밀하고 냉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4대 권력기관의 하나라는 인식 탓에 국세청 고위직 인사문제 역시 올 한해 국세청 안팎을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국세청장에 대전 출신을 임명한 것은 정권의 지역적 기반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였다.
그렇지만 국세청 차장을 서울청장, 중부청장, 부산청장, 대전청장, 국세청 조사국장,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 서울청 조사2국장 등 핵심 요직에 ‘TK출신’을 기용함으로써 ‘TK편중인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송광조 전 서울청장의 낙마로 현재 국세청 1급 네 자리는 모두 TK출신들 차지다.
아직까지 고위공무원단 풀에 TK출신이 많고 비영남 출신이 상대적으로 적어 당분간 편중인사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조세탈루혐의 확인을 위한 조사업무 및 조세체납자에 대한 징수업무에 FIU 정보를 활용하도록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내년 1월부터 피부미용업·웨딩관련업 등 10개 업종은 현금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발급토록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등 과세인프라 구축작업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