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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9. (목)

내국세

수정신고 납세자들 '부글부글'…"차라리 조사해라"

세무사들 "얼마 더 내라는식 행정은 지양해야"

"500만원만 더 신고하겠다" "안된다. 1천만원은 채워줘야 한다".

 

연말을 2개월여 앞두고 영세사업자들과 세무대리인들이 과세관청의 부가세 수정신고 안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과세관청 직원들이 막무가내로 수정신고 세액을 정해놓고 납부를 강권하고 있어 납세자들과 수임세무대리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6일 지방국세청 및 세무서, 세무대리계에 따르면, 전국 지방청과 일선세무서는 사후검증의 일환으로 사업자들에게 부가세 수정신고 안내문을 발송하는 등 강력한 행정지도를 펴고 있다.

 

서울청의 경우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및 아웃도어전문점, 부동산 임대업, 음식 체인점 등 사후검증을 예고한 항목을 중심으로 이달 말까지 수정신고를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청 산하 일선세무서 또한 서별로 자체 분석한 업종을 중심으로 사후검증 차원의 수정신고 지도를 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수정신고 행정지도 과정에서 세액을 미리 결정해 놓고 납부하라는 식으로 강요하는 사례가 많아 납세자들과 수임세무대리인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

 

서울지역 A세무사는 "영세사업자인데 수정신고 안내문이 나와 어쩔 수 없이 500만원 정도 더 수정신고를 하려 했는데 500만원을 더 보태 1천만원을 채워달라는 담당직원의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면서 "세금납부를 놓고 무슨 흥정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B세무사는 "개업한 지 1년밖에 안된 예식장인데 수정신고 안내가 나와 소명을 하러 갔는데 담당직원이 5천만원을 더 하라고 해서 1천만원 밖에 할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말하고 나와 버렸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C세무사는 "수정신고 안내문상에 3개연도에 대해 수정신고를 하라고 해서 소명을 하러가 이의를 제기하니 작년하고 올해 2개년치만 하라고 다시 정정하면서 매출누락액의 절반인 수억원을 내라고 했다"면서 "이 무슨 원칙도 기준도 없는 행정이냐"고 일갈했다.

 

이 세무사는 "수정신고 안내문을 받은 곳이 프랜차이즈인데 수정신고 안내를 받은 해당 과세기간에 대해 나름대로 성실하게 신고했다고 반박하자 담당직원은 그러면 3개년치 POS자료에 대한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쓰라고 했다"며 어이없어 했다.

 

D세무사는 "거래처 중 쌀국수 체인점이 있는데 과세관청에서 원가율 환산법을 통해 매출누락액이 12억원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쌀국수 체인점에서 12억이 말이 되느냐"면서 "이 일로 결국 체인점 부부가 이혼까지 하게 됐다"고 밝혔다.

 

게다가 과세관청의 수정신고 안내에 대해 납세자나 수임세무대리인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면 '그러면 조사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압력을 가하는 사례도 많다는 전언이다.

 

서울지역 한 세무사는 "납세자가 수정신고 안내문을 받으면 그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의 몫이다"면서 "소명과정에서 수정신고 세액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것도 문제가 많은데 세액에 대한 이견이 있자 '그러면 조사과에 인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협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다른 세무사는 "예를 들어 작년치 신고분에 대해 수정신고를 했다고 치다. 이후에 조사를 나와 수정신고를 한 작년치 신고분을 보지 말란 법이 있느냐. 그렇게 되면 수정신고하고 조사로 추징도 당하게 되는 꼴이 아니냐. 그럴 바엔 차라리 조사를 해라"고 말했다.

 

또다른 세무사는 "수정신고 안내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납세자의 소명을 먼저 받아보는 게 순리다"면서 "수정신고에 응하지 않으면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납세자도 세무대리인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수정신고하지 않으면 조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또다시 꺼내는 것은 위협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세무사는 또한 "수정신고 과정에서 납세자의 소명을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으려는 태도가 더 큰 문제"라며 "특히 올해 들어 정도가 더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세무사들은 과세관청의 수정신고 안내에 대해 매 신고후 이뤄지는 당연한 행정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얼마를 더 내라''안하면 조사한다'는 식의 강압적 행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방청 한 관계자는 "과세관청에서 일방적으로 세액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정보, 신고내역분석, 원가율 분석 등 다양한 분석과 자료를 토대로 수정신고를 안내할 뿐이며 납세자의 소명도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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