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말까지 적발된 속칭 환치기(불법 외환거래) 규모가 무려 3조9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치기 금액은 지난 2009년 1조9천억에서 5년새 두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해마다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윤호중 의원(민주당)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도별 환치기 적발 규모는 2009년 642건 1조9천918억원, 2010년 194건 1조3천608억원, 2011년 89건 1조2천571억원, 2012년 125건 2조3천75억원, 2013년 10월1일 현재 36건 3조9천731억원에 달했다.
환치기란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따로 계좌를 만든 뒤 한 국가의 계좌에 돈을 넣고 다른 국가의 계좌에서 그 나라의 화폐로 돈을 빼는 불법외환거래의 대표적인 수법으로,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아 규정된 송금 목적을 알릴 필요도 없고, 환수수료도 물지 않는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탈세와 돈세탁용 자금거래의 온상인 조세피난처와 함께 자금을 해외로 유출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 외환자유화 조치 이후 각종 외환송금 한도가 줄어들거나 폐지되면서 환치기를 이용한 불법 외화유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수법이 지능화되고 규모도 커져 암달러상을 통해 불법으로 환전하던 과거와 달리 수십 또는 수백 개의 계좌를 개설해 불법 외환거래를 알선하는 전문 중개인까지 등장했다.
특히 환치기 금액은 최근 5년간 두배로 급증한데 비해 적발 건수는 오히려 5분의1로 줄었다. 이는 환치기 수법이 지능화되고 규모가 커진 것을 의미한다.
또한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해당되는 불법자본거래, 재산도피, 자금세탁까지 합하면 올 10월1일까지 적발금액은 무려 5조3천억원에 이르며, 이는 5년간 20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윤 의원은 "환치기 적발 금액이 급증한 것은 관세청의 적발노력에 따른 점도 있지만, 적발 건수는 매년 줄어들었는데 금액이 매우 커진 점을 볼 때 예금계좌가 아니라 증권회사의 법인계좌를 이용해 정상적인 증권투자처럼 위장해 환치기를 하는 등 날로 고도화·지능화·기업화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세피난처로의 역외탈세 등 다양한 방식의 국부유출이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가운데 더욱 적발에 힘쓰고 강력한 처벌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