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국세청장 가운데 가장 힘든 시기에 청장직을 맡은 것 같다."
김덕중 국세청장이 4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국세청 직원들은 올해 국세행정의 최고 화두인 '세수(稅收)' 여건이 극도로 악화돼 있어 청장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걱정하는 모습들이다.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국정과제 수행과, '복지재원' 및 '세입예산' 확보라는 특명(?)을 받았다.
정부부처 가운데 최고의 충성심과 업무수행능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국세청이지만 외부변수 앞에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국세청 앞에 놓인 가장 큰 걸림돌은 국내외 경기부진, 경제성장률 하락, 실질성장률·민간소비지출증가율 하락 등 우울한 경제관련 통계수치들.
세수확보를 둘러싸고 있는 여건이 이렇다 보니 세수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은 당연사.
4월까지 국세청 소관 세수실적은 70조5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8조7천억원 감소했다. 세수진도비도 전년대비 5.8%p 떨어졌다.
"추경예산(199조원) 기준으로도 금년도 세입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게 국세청의 올 세수 전망이다.
이에 국세청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세수관리대책회의를 상시 개최하고, 신고·노력 세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후검증강화·기획조사·체납정리강화·자료처리 등 다방면의 징세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경기여건이 워낙 '밑바닥'이어서 한계에 봉착한 모습이다.
이렇듯 목표로 한 세입예산 확보도 어두운 현실에서 복지재원 마련은 더욱 암울한 상황에 놓여 버렸다.
국정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 역시 녹록치 않은 과정의 연속이다.
사실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단어로 포장돼서 그렇지 ▷역외탈세 ▷고소득자영업자 탈루 ▷민생침해탈세자 ▷대법인·대재산가 탈세와 관련해서는 지금껏 줄곧 진행해 오고 있는 평상업무다.
그런데 새정부 출범과 함께 이들 4대 지하경제 중점분야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자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전방위 세무조사로 기업활동이 위축된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서 국세청장을 비롯해 경제관련 사정기관장을 불러 놓고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무언의 압박(?)을 가한 점도 국세청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게다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FIU 금융거래정보 활용 확대도 당초 기대치에서 훨씬 멀어져 버렸다.
결과적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추진동력도 시들해 졌고, 성실신고 유도 수단의 하나인 세무조사도 브레이크가 걸린 형국을 맞고 있다.
김덕중 국세청장은 인사청문회 준비 싯점부터 지금까지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주말에도 청장실로 출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세입예산확보''복지재원''지하경제 양성화' 등등 국세청 앞에 놓인 만만치 않은 현안과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청장 취임 100일과 관련 일선 한 관리자는 "국세청은 밖의 여건이 어렵다고 여건 탓을 하며 손을 놓은 적이 없었다"면서 "지금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징세활동을 펼칠 뿐"이라고 의미심장한 각오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