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경영자들은 해외 경영진들에 비해 국내외 경제상황에 대해 훨씬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언스트앤영이 최근 발표한 자본신뢰지수(Capital Confidence Barometer; CCB) 조사에 따르면, 국내 경영진의 33%가 국내 경제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비관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는 작년 10월 조사에서 4%만이 국내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고 답한 것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글로벌 경제에 대해서도 국내 응답자의 31%가 '나빠지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지난 조사 때보다 3배 이상 높아진 것이며 글로벌 응답자 평균인 13%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글로벌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내 경영진은 35%로 지난 조사 때와 비교해 크게 늘었지만, 글로벌 응답자의 51%가 그렇다고 답한 것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이같은 결과는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로 인해 경제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동시에 해운, 제조업을 중심으로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존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라고 언스트앤영은 분석했다.
언스트앤영 한영 재무자문본부 유홍렬 부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 보고서는 얼마 전 이른바 버냉키 쇼크가 있기 전 상황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의 출구전략이 국내 기업들의 시장 전망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향후 1년내 M&A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한 국내 응답자는 29%로, 작년 10월 조사 때 6%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응답자들은 M&A를 통해 경영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중복된 사업을 구조조정해 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산가치에 대한 우려가 다소 감소한 것도 국내 기업이 M&A를 추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 부대표는 "국내 기업이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경제 전망을 보이는 가운데 M&A 추진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이 늘어난 것은 결국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M&A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겠지만 확실히 6개월 전에 비해서는 시장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언스트앤영의 자본신뢰지수는 영국 경제전문 연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과 공동으로 전세계 50개국의 기업 임원진 약 1천600명을 대상으로 향후 경제 전망을 조사한 것으로 반기에 한번씩 발표되고 있다. 이번 발표 내용은 한국 응답자 51명의 설문결과를 분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