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7.02. (수)

내국세

공무원만 수두룩…'이상한' 설계공모 지침 논란

건축 설계공모 사업을 추진 중인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심사위원의 과반수를 소속 공무원으로 채우고 있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안전행정부와 국토교통부의 '설계공모 운영지침'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인데, 제도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충북 제천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제천교육문화센터와 장애인체육관 건축설계 업체를 전국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5개 이상의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당선한 업체들에는 사업비 20억원 대의 설계용역 계약 우선권이 주어졌다.

시는 이번 설계공모 심사위원단을 꾸리면서 심사위원 8명 중 4명을 제천시 소속 기술직 사무관으로 채웠다. 표결권이 없는 심사위원장을 제외하면, 교수 등 전문가 심사위원은 3명에 불과했다.

설계공모에 참여했던 업체의 한 관계자는 "심사위원 대부분이 공무원이어서 제천시의 '뜻대로' 당락이 갈렸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하면서 "심사도 매우 부실하게 이뤄져 뒷말이 많다"고 말했다.

시가 설계공모에 적용한 기준은 국토부의 설계공모 운영지침(고시 2012-466호)이다. 이 지침은 '발주기관에서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경우에는 소속 직원을 과반수 선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시는 심사위원 8명 중 4명 이상을 '반드시' 소속 공무원으로 선임해야 한다.

반면 안행부의 지자체 설계공모 운영요령(예규 361호)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의 심사위원 참여 비율을 3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심사위원 구성 뿐만 아니라 심사기준도 국토부 지침보다 상대적으로 엄격하다.

시 관계자는 "안행부의 지침은 시의 재량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뿐만 아니라 시간과 인력소모가 많아 국토부의 지침을 적용한 것"이라며 "안성시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안행부와 국토부 지침 중 어느 기준을 따라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각 부처 관계자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라면 안행부 기준에 먼저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으나 안행부 관계자는 "지방계약법은 다른 법률과 지방계약법의 충돌이 있으면 다른 법률을 우선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건설기술관리법을 먼저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건설기술관리법을 근거로 만든 설계공모 운영지침도 논란거리다.

이 지침은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에 의한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 또는 지방공사'를 적용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와 지자체는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으로 명시돼 있어 지자체 설계공모에 이 지침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 지침의 근거법인 건설기술관리법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법 적용 대상 기관을 가운뎃점이 아닌 쉼표로 구분하고 있다.

설계공모 운영지침에 쉼표가 가운뎃점으로 잘못 쓰이면서 해석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침을 보면 마치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의 개별 법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침에 적용대상 기관을 쉼표로 구분했어야 하는데 가운뎃점이 잘못 쓰였다"면서 "혼란이 없도록 조문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안행부 예규에 따라온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국토부의 설계공모 운영지침은 도로공사 등 공기업과 지방공사에서 사용하는 기준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심사위원단의 과반수를 발주처 공무원으로 선임하도록 한 '이상한' 규정은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공정한 심사를 포기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