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코트의 최강자' 라파엘 나달(26·스페인)이 프랑스오픈 통산 8회 우승을 달성하며 세계 테니스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세계랭킹 4위 나달은 10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에서 열린 2013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5위 데이비드 페러(31·스페인)를 3-0(6-3 6-2 6-3)으로 완파하며 대회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50만 유로(약 22억2000만원)다.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11년 만에 펼쳐진 스페인 선수 간의 맞대결(지난 2002년 알베르트 코스타-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에서 나달이 웃었다.
'디펜딩 챔피언' 나달은 프랑스오픈 우승 트로피를 하나 더 수집하며 대회 4연패와 통산 8회 우승(2005~2008년·2010~2013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로써 나달은 윔블던에서 각각 7회씩 우승을 차지한 피트 샘프라스(42·미국)와 로저 페더러(32·스위스·세계랭킹 3위)를 제치고 동일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8회)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나달은 최근 프랑스오픈을 독식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대회 16강에서 로빈 소더링(29·스웨덴)에게 단 한 차례 덜미를 잡혔을 뿐 그 이후로는 패배가 없다. 프랑스오픈에 총 9번 참가해 59승1패를 기록했고 그 사이 정상에 8번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 7개월 간 공백기를 가졌던 나달은 지난 2월 코트로 돌아온 뒤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복귀 후 지금까지 45경기를 치러 43승2패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이날 프랑스오픈 우승을 포함해 올 시즌 벌써 7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나달은 페러를 상대로 9연승을 기록하며 '천적'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상대 전적을 20승4패로 더욱 벌렸다. 특히 클레이코트에서는 지난 2004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회(당시 1-2패) 이후 9년 동안 무패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페러의 메이저대회 결승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42번의 도전 끝에 메이저대회 첫 우승에 도전해봤지만 남자테니스 '빅4(노박 조코비치·페더러·앤디 머레이·나달)' 가운데 한 명인 나달에게 또다시 무릎을 꿇으며 아쉽게 꿈을 접었다.
나달은 1세트 초반 페러에게 리드를 허용하며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부진은 오래가지 않았다.
몸이 풀린 나달은 게임 스코어 3-3 상황에서 페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기선을 제압했고 이후 연속 2게임을 따내며 게임 스코어 6-3으로 1세트를 먼저 챙겼다.
기선을 제압한 나달은 공격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강한 서브와 자신의 장기인 톱스핀을 앞세워 페러를 몰아붙였고 게임 스코어 5-2까지 앞서 나갔다.
궁지에 몰린 페러는 8번째 게임에서 더블 폴트를 연속 2개나 저지르며 스스로 무너졌다. 나달은 가볍게 2세트까지 따내며 한 걸음 더 달아났다.
3세트 들어 작은 변수가 발생했다. 게임스코어 2-1 상황에서 갑작스레 비가 내리며 경기가 중단됐다. 다행히 비가 금방 그쳐 경기는 약 5분 뒤 재개됐지만 나달의 상승 분위기는 한풀 꺾여 있었다.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페러는 코트로 돌아와 추격에 나섰고 게임 스코어 3-3까지 따라붙었다.
위기를 맞는 듯 했으나 나달은 흔들리지 않았다.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내리 3게임을 쓸어 담았고 2시간 16분 만에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