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이 3억 정 이상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 미국에서는 연간 3만1000명이 총상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이는 하루 87명씩에 해당된다. 그 중 30명은 타살, 50명은 스스로 총을 쏘아 자살한 사람들이며 나머지는 경찰 총격전이나 오발 사고 등 기타의 경우다.
이처럼 음울한 미 질병통제방지센터의 사망 통계에서 보듯 미국은 대도시에서 시골 마을까지 하루도 총기사고가 없는 날이 없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매일 전국에서 누가 얼마나 죽는지 즉각적인 통계는 나오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AP 통신사는 올 1월17일(토요일)을 '죽음의 하루' 표본으로 선정, 하루 동안 미국 전역에서 일어난 총기 사망 사건들을 몇가지 꼽아 보았다. 이날 전국적으로 기사화된 사건은 단 1건, 뉴멕시코주 앨버커크에서 전직 목사 부부와 세 자녀가 집에서 총상을 입고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뿐이었다. 범인은 15살짜리 아들 느헤미아 그리고였다.
그러나 기사화되지 않은 총기 사고는 무수히 많았다. 이날 새벽 1시(현지시간) 뉴욕주 버팔로의 한 교차로에서 제약회사 기술자 크리스토퍼 카튼(42)이 자신의 차에서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사체로 발견됐다. 차문은 잠겨 있었고 모든 창문은 열려 있었으며 한 시간 전에는 가족들과 유튜브를 보며 즐기다가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에서 사망했다.
새벽 2시 41분에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교외의 맥도너에 있는 고급 주택가에서 14살과 15살의 형제가 놀러와 자기로 한 친구와 놀다가 엄마의 허락 하에 가지고 놀던 38구경 권총을 발사해 형제 중 한 명이 숨졌다. 비슷한 오발 사고로 몇 시간 뒤에는 오리건주 그리샴에서 제프리 데너이(23)가 친한 친구의 권총 오발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새벽 1시4분에는 클리블랜드 길거리에서 앤서니 번스(31)가 총에 맞아 숨졌고 용의자로 네 명이 체포됐다.
3시50분 세인트루이스 북부 화이트 캐슬에서는 지난 11월 권총강도를 당한 적 있는 햄버거 가게 직원의 제보로 잠복 근무하던 경찰관 두 명이 인근에 사는 토머스 도노반(21)이 종업원에게 총을 겨누자 그의 복부를 쏘았다. 도노반은 병원에 후송된 후 숨졌고 그의 총은 BB탄 권총임이 밝혀졌다. 발사한 경관은 처벌되지 않았다.
버지니아주 햄프턴에서는 조셉 매퀸(30)과 클리프턴 크리스천(24)이 새벽에 한 술집 밖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새벽 2시엔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의 한 교차로에서 카일 스트로먼(20)이 차에 탄 채 총격으로 숨졌고 30분 뒤에는 워싱턴DC 조지아 애비뉴에서 트레이시 맥패든(44)이 피살됐다.
오전에는 텍사스주 윈스보로에서 후베날 곤살레스(37)가 이혼한 전처 집에 네 명의 자녀를 만나러 갔다가 집 안에 있던 남자의 총에 맞아 즉사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총을 쏜 클린트 웰던 윌슨(31)은 전에도 3각 관계의 여자를 두고 싸운 끝에 총으로 사람을 죽였지만 정당방위라며 무죄 방면됐다고 한다.
담당 검사는 "전에 총기 살인을 한 사람을 이웃에서 구분해 내기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텍사스주에서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응사할 수 있어 살해범이 정당방위로 무죄가 되는 경우가 많다. 윌슨은 두 명을 죽였지만 앞으로도 더 죽일 수 있다고 이웃들은 우려하고 있다.
3시께에는 노스 캐롤라이나의 그린스버러에서도 매튜 노리스(28)가 나가달라는 친구의 명을 어기고 공격을 했다가 여러 발의 총을 맞고 숨졌지만 노리스는 정당방위가 인정됐다. 아이다호 대학에서는 재능있는 승마 선수인 1학년생 제이슨 데이빗 몬슨(18)이 기숙사 방에서 자신의 배를 쏘아 숨졌다.
12시20분에는 캘리포니아 샌 리앤드로 고속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켄 시츠(50)가 인근 갱단들의 총격전에서 날아온 유탄 한 발을 맞고 응급 조치를 해주던 버스 기사에게 안겨 숨졌다. 자기 차가 없어 드라이클리닝 용품을 버스편으로 20년 이상 배달해오던 시츠는 군 복무 후 자녀가 있는 이혼녀와 결혼한 뒤 성실하게 살아온 가장으로 알려졌다.
오후 1시40분에는 캔자스시 시내에서 레슬리 스터블필드(43)가 차에서 총상으로 숨진 채 발견됐고 캘리포니아주 훔볼트 카운티에서도 오리건주 뉴포트에서 여자 친구를 총으로 쏘아 죽인 뒤 도피했던 제이콥 그린(24)이 자신의 차 안에서 권총 자살한 채 발견됐다.
오후 1시13분에는 아빠가 불법 소지한 권총을 잘못 발사해 자신의 얼굴을 쏜 6살짜리 여아 네비 벤슨이 클리블랜드 아동병원에 실려왔다. 아빠인 에드먼드 벤슨은 위증죄 등 전과가 있어 총기 불법 소지와 아동을 위험에 빠뜨린 죄목으로 기소됐다.
의사들은 이런 아동 총기 사건이 끊잉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거의 사망에 이른다고 말한다. 단지 몇 시간만 시계를 거꾸로 돌려 부모들에게 총기로 인한 어린이들의 위험에 대해 다시 알려주고 싶을 지경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방 신문에 난 네비 벤슨의 부고에는 '천사의 부름을 받아' 천국에 갔다고 써 있었다.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한 이동차량 주택에서는 하오 4시30분 남자 3명과 여자 한 명이 들이닥쳐 호세 루이스 비달(24)을 사살했고 5시30분 샌프란시스코 시내 알라모 광장 부근에서는 하말 게인스(26)가 여러 발의 총을 맞고 즉사했다.
20~30분 간격으로 끊임없이 일어난 이날 하루의 총격 사건은 밤 11시40분 캘리포니아주 샌타 안나에서 갱들 간의 총격전에 의해 루벤 곤살레스(20)가 숨지는 것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