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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1. (화)

체계적 일관성 측면에서 보는 2013년 정부의 세법개정안

김유찬 <홍익대 교수>

지난 8월에 발표된 정부 세법개정안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 ▷지속발전을 위한 성장동력의 확충 지원 ▷재정위기 여파 최소화를 위한 내수 활성화 및 서민생활 안정의 지원 ▷복지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재정건전성 확보, 그리고 ▷조세의 효율성과 공평성 제고의 정책목표를 표방하고 있었다.

 

이번의 세법 개정안도 표방하는 정책 목표에 비교해 구체적인 내용들은 부실했다. 소득세나 법인세율의 상향조정과 같은 근본적인 조처가 동반되지 않는 이상 재정건전성의 확보라는 목표는, 확장적 정부지출에 대한 압박을 감안할 때, 이루기 힘든 것이다. 공평과세를 이루려는 의지도 또한 부족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의 인하, 주식양도차익과세 범위의 하향조정은 그 정도가 위의 두가지 목표를 이루기에 부족했다. 게다가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부동산거래 정상화를 위한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 그리고 법인이 보유하는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중과제도 폐지 등은 오히려 공평과세에 역행하는 조처에 해당되는 것이다. 

 

다른 측면보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 대해 세법을 하나의 일관적인 체계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 점은 비단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서만 엿보여지는 문제는 아니다. 연구자들의 접근방식에서는 조세를 법적인 측면에서 연구하는 학자들보다 조세경제학자들에게서 더 자주 노출되는 문제점이다.

 

2010년에 영국의 저명한 조세경제학자 Mirrlees의 책임하에 발간된 보고서 Mirrlees Review (Institute for Fiscal Studies, Tax by Design, 2010 Nov.)는 조세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었다. Mirrlees 보고서는 조세제도를 설계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형평과 효율(중립성) 뿐만 아니라 체계적 일관성을 강조했는데 이 점에 주목하고 싶다.

 

오래전 Canard라는 학자가 조세부담은 관 속의 유체와 같아서 정부가 국가의 경제순환과정의 어느 부분에서 조세를 부과하던지 국민들이 부담하는 전체 세부담은 차이가 없다는 Diffusion Theory를 말한 적이 있는데 체계적 일관성도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조세제도의 어느 한 부분을 전체에 대한 고려 없이 변경하는 경우 조세부담을 가능한 한 피하려는 납세자들의 신속한 반응에 따라 조세제도 변경의 소기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존의 세목이나 개별 조세제도 요소들간의 기능이나 역할 분담에도 의도하지 않은 변화가 생길 수 있으므로 조세제도의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에 대한 변경도 항상 조세제도 전체의 체계적 일관성을 고려하면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체계적 일관성은 소득, 소비, 재산과세의 과세영역별로 그 역할분담과 조세회피 방지의 측면에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소득과세, 소비과세, 재산과세의 개별 과세영역 내부적으로도 지켜져야 한다. 소득과세에서는 법인세과 개인소득세 간에, 소비과세에서는 부가가치세와 기타 개별소비세들의, 그리고 재산과세에서는 보유, 취득, 양도에 대한 여러 세목들이 각각 체계적 일관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법인세율과 소득세의 최고세율이 상호 독립적으로 결정되는 경우 투자자가 사업의 법적 형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중립성이 훼손될 개연성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체계적 일관성 측면에서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무시된 내용을 개인소득세 분야에 국한해 살펴보자. 가장 대표적으로 현행 소득세제의 초과누진세율구조는 체계적 일관성의 유지에 있어서 커다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제는 소득구간별로 현재 6%/15%/24%/35%/38%의 초과누진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35%의 구간까지는 9 내지 11%의 간격으로 구간별 세율이 증가하다가 최고세율 38%는 35%에서 3%만 증가하는 모양을 보여준다. 또한 소득구간을 구분하는 기준소득은 1,200만원/4,600만원/8,800만원/3억원으로 8,800만원까지는 기준소득의 차이가 완만하게 증가하다가 그 이후로는 3억원으로 큰 격차로 증가한다.

 

세율이 24%의 세율까지는 9%씩 증가하다가 35%의 세율은 이와 달리 11%가 증가하도록 설정된 것은 좀 특별한 최근의 스토리가 있었다. 당초 이명박 정부에서는 38%의 최고세율을 도입하기 수년전에 감세기조를 유지하는 입장에서 당시의 소득세율 체계 8/17/26/35%의 체계를 6/15/24/33%로 줄이기로 입장을 정한 바 있었다. 그러나 부자감세에 대한 사회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됐고 이에 따라 다른 소득구간의 세율체계는 2%씩 인하시킬 수 있었지만 최고세율 35%는 인하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두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 연말에 38%의 최고세율이 새로이 도입된 이상 35%의 세율은 더이상 최고세율이 아니다. 따라서 연소득 수백억원의 고소득자에게도 적용되는 세율이 아니며 8,800만원에서 3억원 이하의 소득자에게만 적용되는 세율일 뿐이다. 최고세율이 아니고 특정한 한 소득구간에만 적용되는 세율이라면 그 성격은 매우 다른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최고세율이 존재하게 된 이상 부자감세라는 비판 때문에 동 소득구간에 대해 35%의 세율을 유지할 정당한 이유는 별로 없다. 이렇게 본다면 다른 세율체계와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33%로 인하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이 경우 33%와 38%의 격차도 어느 정도 간격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소득세의 체계적 일관성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내용은 이번 세법 개정안에 종교인 과세 방안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종교법인에 비영리법인의 과세체계가 적용되는 이상, 학교법인이나 의료법인과 같은 다른 비영리법인이 지불하는 교사나 의사들의 소득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부과되는 것과 종교법인이 종교인들에게 지불하는 급여가 달리 취급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종교인에 대한 비과세는 조세평등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해치는 일이다. 종교인에게 성직자라는 측면에서 예외를 인정하게 되면, 예를 들자면, 교육자나 의료인의 직업적 가치는 상대적으로 비하되는 것이다.  

 

이 점은 제도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국세청의 직무유기에 대한 비판에 해당될 수도 있겠다. 여하튼 종교인 과세를 위해 법 개정은 아니라도 시행령 개정은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획재정부의 책임도 지대하다.  

 

종교인과 달리 종교법인에는 일반적인 비영리법인의 과세체계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현행법상 수익사업에 대해 법인세 과세가 이뤄지도록 돼 있다. 문제는 수익사업과 고유목적사업에 대한 구분경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검토절차도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종교법인의 수익사업이 제대로 과세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세무행정 측면에서 실질적인 체계적 과세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세법 개정안과 관계없이 현실에서 자주 지적되는 것 하나가 소득세의 면세점에 관한 것이다. 면세점이 너무 높아서 과세자 비율이 전체 납세자의 절반에 겨우 이른다는 것이다. 면세점이 너무 높다는 근로자에 대한 소득공제가 너무 높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 또한 소득세의 체계적 일관성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문제이다. 소득공제제도는 세율과 함께 개인의 소득세 부담을 결정하는 기본적 요소이기에 정책적인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조세법의 중요한 원칙을 일관적으로 지키는 것도 당연히 체계적 일관성에 해당한다.

 

소득공제제도에 대한 경제나 조세법의 이론적 근거를 찾아본다면 가장 접근하는 논리는 순소득과세원칙일 것이다. 순소득과세원칙이란 소득의 창출과정에 투입된 노력의 비용 즉 필요경비를 소득세의 과세표준에서 줄여주는 것을 정당화해 주는 원칙이다. 필요경비 개념에는 한 경제주체가(가족이 있으면 가족과 함께) 살아나가기에 적절한 최소한의 생계비도 포함되며 이를 특별히 주관적 필요경비라 부른다. 주관적 필요경비는 소득창출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생존이 유지돼야 비로소 소득활동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원칙에 입각하면 적절한 수준의 생활비를 소득공제하고 남은 소득부분에 대하여만 과세가 가능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체계적 일관성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자영업자에게도 근로자에게 적용하는 소득공제를 똑같이 허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근로소득공제, 보험료 공제, 교육비 공제가 이에 해당하는 것이며 자영업자들의 소득양성화 수준이 미흡한 것에는 다른 방식으로 대처해야 하며 이것이 체계적 일관성에서 예외로 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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