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라는 빈터에 집을 짓는다
편견의 밭을 갈아엎고
생각의 경계마다 주춧돌을 괴어놓는다
무허가의 슬픔을 잘라내
미소 띤 얼굴 만들어본다
움막 같은 통증이 무너져 내린다
속이 비치는 옷을 지어
각질 같은 죄를 떼어내는 공법
습작기의 가난한 언어 같은 기억을
벽돌 밑에 눌러 둔다
한숨에 풀을 붙여 벽에 바르면
서툰 공기가 추녀 밑으로 흘러내리고
담벼락으로 서있는 그녀의 창가에
호명된 암호를 슬어놓는다
목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쇄골에 고일 때 가슴골에서
들려오는 저녁의 메아리
그녀를 짓고 나면
이름을 무엇이라 지을까
짓는다는 것은 어떤 세계를 허물어가는 일이다
언제 또 헐릴지 모르는
그녀라는 무허가 건축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