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를 벙커C유로 세관에 허위 신고하는 방식으로 2천600억원에 달하는 중국산 원유를 시중에 판매해 온 국내 유류수입사가 적발되고, 대표가 구속됐다.
이번 적발된 이들은 더욱이 현행 석유사업법상 원유는 석유품질검사를 받을 수 없음에도 한국석유품질검사소로부터 벙커C유로 검사합격증을 받아 화력발전소에 연료로 납품해 온 것으로 밝혀져 국내 유류 품질검사의 정확성 여부를 의심케 하고 있다.
군산세관은 2002.1월부터 올 1월까지 총 2년동안 179차례에 걸쳐 중국산 원유를 벙커C유로 허위신고하고 국내에 수입해 온 H社를 적발하고, 대표이사 김某씨를 관세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이번 적발된 H社는 중국 발해만에서 채굴되는 원유를 수입하면서 그 성분이 벙커C유와 흡사한 점을 노려 국내에는 벙커C유로 판매할 목적으로 수입을 도모했었다.
그러나 정제과정을 거친 석유제품만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석유사업상 정상 수입이 어려워지자, 원유보다 관세율이 2∼4%이상 높음에도 벙커C유로 위장해 수입 통관을 시도했다. 적발된 H社는 이 과정에서 선하증권 등 수입신고 서류를 변조하는 치밀한 사전계획에 따라 원유를 벙커C유로 세관에 허위신고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석유품질검사를 받을 수 없는 원유임에도 한국석유품질검사소로부터 벙커C유로 합격판정을 받아 화력발전소에 발전용 연료로 납품한 것은 물론, 석유수입부과금도 환급받은 것으로 밝혀져, 국내 석유품질관리의 허술한 운영체계가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또한 H社는 이번 원유밀수 외에도 정상적인 벙커C유 수입시에도 잠정가격만을 적용하는 등 과세가격을 낮춰 신고해 1억6천만원의 관세를 포탈한 것으로 세관조사 결과 드러났다.
백승찬 군산세관 조사심사과장은 "작년 9월경 H社의 정보분석시 관련 서류의 단가가 위·변조돼 복사된 흔적을 발견한 후 이를 단서로 5개월에 걸친 조사를 벌여 왔다"며 "석유관련 단체 등에 대한 내사와 수입신용장 개설은행 등 총 7곳에 대한 압수 수색을 한 결과 범죄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사건전모를 전했다.
한편 이번 H社의 사례에서 보듯 원유를 벙커C유로 위장 수입하더라도 한국석유품질검사소는 별다른 제지없이 신고물품으로 합격판정을 줘 국내 석유 품질관리가 극히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