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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10. (토)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는 부적절한 입법인가?

김유찬 홍익대학교 교수

 지난 123일에 열린 조세관련 학회 연합학술대회의 마지막 세션의 발표에서 두 젊은 학자들이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고 이어서 흥미로운 토론이 있었다. 지정토론자와 세션에 참석한 여러 전문가들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제도 입법에 대한 성토에 가까운 발언을 이어갔다.

 

 일감 몰아주기 같은 입법사례를 외국에서 본 적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고 증여세가 아니라 증오세가 아니냐는 표현도 사용됐다. 이 입법안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에 해당하며 공정거래법에서 수요 독점에 대한 금지 같은 규범을 만들어서 규율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정부가 주도하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는 과연 그 정도로 부적절한 입법인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외국의 증여세 입법사례는 물론 없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기업이 우회증여를 하는 일이 없으니 입법사례가 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만 이 사안에 대해 입법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의 우회증여가 교묘하고 심각하다는 것이며 때문에 오히려 특별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공정거래법과 세법은 각각 다른 작동원리를 가지는 규범체계이며 관심사가 다르다. 공정거래법이 작동해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증여세법이 개입될 요건을 완전하게 없앨 수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게 될 개연성은 매우 희박하다. 공정거래법으로 세법의 부당행위부인규정의 존재 근거를 불식시키기 어려운 것처럼.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는 부적절한 입법인가? 그렇다. 현재의 입법안에는 안정적인 제도로서 정착되기 어려운 요소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는 다른 한편 마땅히 있어야 할 위치에 존재하는 제도이다. 더 적절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은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흠을 잡아서 이 제도의 도입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만 비난을 계속한다면 이러한 노력은 공정한 사회에 해롭다.

 

 현재의 입법안에서 무엇이 가장 문제인가? 가장 먼저 지적될 것은 정부안이 물량 몰아주기라는 측면에 집중해 증여의제가액을 찾으려 한다는 점이다. 기업 간에 어떠한 의도에서든지 거래 과정에서 혜택을 주고자 한다면 그 혜택의 규모를 재는 방법은 통상적으로 정상적인 거래조건보다 가격을 얼마를 더 유리하게 해줬느냐를 기준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비용을 간신히 커버할 수 있는 정도의 가격조건 하에서 거래가 이뤄졌다면 물량을 몰아줬다 하더라도 기업의 수혜 규모는 제로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물론 제3자간에 이뤄지는 정상적인 거래조건을 파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거래 물량에 따라서, 다른 부대조건에 따라서, 그리고 시장 상황에 따라서 가격은 차별화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피해가기 위해 정부의 입법안은 특수관계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가격조건이 아니라 물량에 착안해 과세하고자 했다.

 

 국제거래에 적용되는 이전가격과세에서는 정상가격(독립기업간가격)을 찾는 방법 중에 하나로서 원가가산법(cost plus method)을 활용한다. 특수관계기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는 서비스 원가에 동 업종에 통상적인 마진을 붙여서 가격을 청구할 수 있고 이보다 많거나 적은 가격청구는 이전가격세제의 규제대상이 된다. 이 원가가산법을 활용해 일감 몰아주기 사안에서 증여가액을 계산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 간에 이루어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증여세 회피 행태를 보면 한 가지 추가적으로 지적할 것이 있다. 정상적인 거래조건보다 얼마나 우호적인 가격을 제공했느냐의 측면에서 모회사가 제공한 혜택을 재는 방법도 있지만 다른 한편 자본금이 매우 작은 자회사에 가당치 않은 큰 일거리 물량을 몰아줘서 혜택을 줄 수도 있다. 이 두 번째 측면의 혜택은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가격으로 거래를 했다 하더라도 충분하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며 자본금이 작은 회사는 매우 큰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기대수익이 높아지면 주식가치가 급등하게 되고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대기업 오너들의 증여세 회피가 가능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기업이 몰아준 일감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받은 대가와 원가가산법을 원론적으로 활용해 계산한 정상가격의 차이로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제도에서 의제되는 증여가액을 구성하도록 하는 경우 결과적으로 증여세를 적절한 수준으로 부과하기에 부족하며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때문에 공정거래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가격 차이가 아니라 몰아주는 물량에 착안해 증여가액을 계산하는 일괄과세적 방식을 고려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미 논한 바와 같이 특수관계에 있는 작은 회사에 과도한 물량을 몰아주는 것을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한다 하더라도 증여세법이 손을 놓고 쳐다만 볼 사안은 아니다. 두 가지 규범의 발동요건이 다르므로 공정거래법의 발동으로 증여세가 포착하고자 하는 증여가액이 현저하게 감소할 수는 있으나 여전히 일부가 남아 있을 수가 있고 사실 상의 증여가 이뤄져도 공정거래법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공정거래법의 발동 여부와 상관없이 동 사안에 대해 적절하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법은 원가가산법을 신축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통상적으로 해당 업종에서 독립기업간 정상거래가격에 해당하는 원가에 가산하는 마진율보다 특수관계기업간에 거래하는 경우 리스크가 없는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므로 마진은 현저하게 낮아야 한다. 특수관계기업이면서 또 자본금이 매우 작은 기업에게 물량을 몰아주는 것은 독립기업간 거래에서 매우 드문 일이므로 이 측면도 또한 적정 마진율을 산정하는데 반영돼야 한다. 이러한 특수관계기업 간의 거래 사이에서 기능과 리스크를 분석해 적정마진율을 산정하는 기술과 사례는 국제조세분야에 많이 축적돼 있으므로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같은 서비스에 대한 가격이 독립기업 간의 마진율 10% 정도에 해당하더라도 작은 자본금을 가진 특수관계기업에게 막대한 물량을 몰아주는 경우에 적정마진율은 2% 정도로 낮을 수도 있다.

 

 정부안의 특수관계를 규정하는 방법과 3% 대주주지분율 초과분에 대한 증여의제가액의 계산도 적절치 않다. 우선 지배주주와 그 특수관계자가 30% 이상 출자해 지배하는 법인으로 제한해 규율하는 것이 현실에 적합한가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이 충분하게 규모가 커서 이러한 혜택을 대규모로 제공할 수 있는 대기업들은 외국자본에 대한 개방성도 높고 소액 주주들과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기관투자가들의 지분이 높아서 지배주주들은 30% 이하의 지분율을 활용해 경영의 중요한 시기에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해 나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증여의제가액의 계산을 대주주 지분율 3%를 초과하는 지분에 국한해 적용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일단 과세요건이 충족됐다면 증여가액을 계산하는 과정에서는 초과분이 아니라 그 전체가 포함되는 것이 옳다. 이러한 점에서 이정희 의원의 의원입법안에서 제안하는 5% 초과지분율 기준은 더 적절치 않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제도의 도입을 어렵게 만드는 일들이 왜 사회적으로 해로운가? 이 제도가 도입되지 못함으로서 포괄적으로 정의된 증여행위에 해당하는 실제적인 재산 이전이 과세되지 못하면 차액의 세수는 결국 간접적으로 전체 다른 납세자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간다. 그러기에 이러한 특별한 개인납세자들을 자문하는 전문가들은 그들이 조력하는 조세회피행위가 특별한 납세자 개인들에게 좋고 과세당국만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세당국의 뒤에 숨은 다수의 납세자들의 경제적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행위라는 점을 의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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