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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05. (목)

소득세 과세 관할권 기준을 '거주자' 대신 '국적자'로 바꾸자

안창남 강남대 교수

 1. 최근 과세관청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비거주자인 것처럼 가장한 납세자를 세무 조사해 '몇천억원'이나 하는 세금을 추징한다고 한다. 대단한 일이다. 물론 실제로 그 금액대로 고지서가 발부될 수 있는지 궁금하고, 설사 발부된다고 해도 그 금액 전부가 실제 국고에 들어올 수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이유는 '떠들썩'하게 언론에 보도된 탈세사건 중, 무재산 등의 이유로, 실제 국고에 들어온 금액은 미미한 경우가 있으며, 소송과정에서 국가가 패소한 경우도 제법 있기 때문이다. '시도상선 사주'의 경우나 '구리왕 차용규'씨의 경우, 과세관청은 적법한 과세관할권 행사를 위해 이들의 국내 거주자 판단 및 국외소득 파악에 혼신의 노력을 다했겠지만, 그래도 뭔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몇 가지가 있다.

 

 2. 첫째, 과세환경이 종전과 달라지지 아니했다는 점이다. 이들에 대한 주된 과세논리를 살펴보면, 새로운 과세이론이나 기법이 등장된 것이 아니고, 물론 해외조세정보교환규정의 활성화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됐겠지만, 어느 특정의 납세자가 '국내 거주자'인가 아니면 '국내 비거주자'인가의 '사실판단'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거주자라면 국내소득과 국외소득을 합쳐서 한국 과세관청에 신고해야 하고, 국내비거주자일 경우에는 국내 소득만 신고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소득세 세율이 낮은 나라의 거주자로 신분을 변경하는 것은, 경제적인 눈으로 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것이다. 사실 이렇게 소득세법상 지위를 변경하는 것에 대해 나무랄 일도 아니다. 시쳇말로, 납세자의 절세권 아니겠는가. 조세정보교환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우리나라 정부가 요구한다고 하여 홍콩정부가 우리나라 기업의 정보를 다 준다면 우리나라 기업이 홍콩에 투자하겠는가?

 

 3. 둘째, 현행 규정상 과세가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과세관청의 주장과 논리가 맞는다면, 그럼 지금까지 그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기존의 세무공무원과 이들을 감시할 감사원 직원들은 뭐하고 있었단 말인가. 사실 과세논리나 근거는 소득세법을 떠들어 보면 바로 첫줄에 나오는 규정들이다. 결론적으로 이전에 근무한 직원들은, 소득세법의 가장 기초적이고 간단한 과세체계를 소홀히 한 것이니, 모두 다 징계대상이 아니겠는가. 생각건대, 종전의 공무원들도 이와 같은 문제점이 있음을 알았지만 현행 규정상 과세가 불가능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 이와 관련된 판례나 해석이 오락가락한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4. 셋째, 납세조력인들에 대한 언급이 없다. 과세관청의 주장대로 이들이 고의적으로 탈세를 했다라고 한다면, 분명 이들을 도와준 유명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또는 세무사들이 있었을 것이다. 탈세를 한 납세자들이야 그렇다 치고, 이들을 탈세로 이끈 납세조력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과세관청의 주장이 맞는다면, 이들 납세조력인들의 행위는 '성실신고방해행위'에 해당되므로, 조세범처벌법 제9조를 적용해서, 납세자들과 함께 처벌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찌 보면 죄질은 탈세자들보다 이들을 탈세로 이끌고 간 자들의 죄질이 더 나쁜 것 아닌가? 그런데 과세관청은 탈세자 얘기만 있지 이들을 도와준 변호사나 회계사 얘기는 없다. 전관예우인가? 아니면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가.

 

 5. 결국 쟁점은 국내거주자와 비거주자 판단 및 구별기준이 모호하다는데 있다. 우선 소득세 과세기간은 역년으로 1년이다. 그리고 거주자 요건 중의 하나는 '국내에 1년 이상 거소를 둔 개인'을 의미한다. 이는 수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 과세기간(1) 1년 내내 국내에 거소를 둔 경우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기준은 국제적 이동이 빈번한 요즘에도 맞는 기준일까? 하루 이틀 외국에 있으면 비거주자인가? 설사, 국내에 1년 이상 거소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71일부터 다음해 631일까지 1년 동안 거소가 있을 경우, 거주자로 되는 시점은 올해 71일부터인가 아니면 다음해 71일부터인가? 아니, 거소란 의미에 대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있기나 하나? 판례는 주소나 1년 이상의 거소를 독립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하나로 묶어서 판단하고 있다. 즉 과세관청이 시도상선의 사주 등에게 과세논리로 제시하는 '1년 이상 거소' 요건은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주는 누가 넘고 돈은 누가 버는 꼴'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6. 하여 이참에, 우리나라 소득세 과세관할 기준을 '거주자'에서 '국적자'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국적자로 변경할 경우, 거주자와 비거주자 구별에서 보는 사실판단을 둘러싼 시비는 없어진다. 있다면 이중국적자인데 이의 해결은 외국납부세액공제 등의 방법을 사용하면 해결될 수 있다. 무국적자의 경우에는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국내의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 국적을 고의로 포기한 경우에는, 미국의 경우처럼, 국적을 포기한 해부터 10년 동안 과세권 행사가 가능하게 입법을 하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 국적을 갖고 있으면서 외국에 영주권이 있는 사람에게 국내 선거와 관련된 투표권이 부여되고 있다. 투표권이 있다는 의미는 국내의 정치적인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설사 이들이 국외에서 거주한다고 해도, 이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담시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미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시행하고 있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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