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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전세난에 대한 올바른 대응

곽태원 서강대 교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난은 몇 가지 특징을 슬갖고? 쳉있다. 물론 전세가격의 가파른 상승이 가장 중심적인 특징이다. 그런데 종전과 다른 특징은 전세가격의 상승이 주택매매가격의 상승을 수반하거나 그것을 뒤따라 나타나는 모습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매매시장의 상대적인 침체와 이에 따른 주택가격의 안정에도 불구하고 전세가격은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하나의 특이한 현상은 셋집의 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약간의 설명을 요구한다. 물론 수급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임차하겠다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 등 정부의 정책 때문에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해진 측면도 있지만 집값은 무조건 상승할 것이라는 이른바 부동산 신화가 깨어져 가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경향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게 약화된 데는 최근 꽤나 긴 기간 동안 주택가격이 안정세를 보여 왔다는 점과 인구성장의 급격한 둔화와 고령화의 빠른 진전으로 주택에 대한 신규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작용을 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신규주택의 공급사정 변동이나 금융사정의 변화에 따라 단기적인 주택가격의 기복은 나타나겠지만 과거와 같은 지속적이고 가파른 집값상승은 나타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는 매우 특이한 제도이다. 일정한 금액의 돈을 맡기고 집을 사용할 권리를 얻는다는 것도 특이하지만 그 맡기는 금액이 집값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점 때문에 외국인들은 이 제도를 매우 신기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3억원을 주고 구입한 주택을 15천만원에 전세를 주는 행위를 그들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집주인에게는 3억원에 대한 이자가 기회비용으로 발생하는데 실제로 받는 임대료는 그 절반인 15천만 원에 대한 이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이유를 잘 이해한다. 전세시장에 순수하게 공급되는 전셋집들은 집주인들이 여유로 갖고 있는 집들이다. 이것은 집주인들이 '투자'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값이 늘 빠르게 올랐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집값이 올라준다면 당장의 임대수입이 비용을 커버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가 무너지게 되면 집주인들은 임대수입에서의 손실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거나 여의치 못하면 주택 자체를 처분하려고 할 것이다. 임대수입의 손실을 줄이려는 노력이 전세가격을 올리거나 월세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월세전환이 손실 만회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환산이자율은 은행금리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것도 특이한 현상인데 아마도 월세와 관련된 위험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혹은 매매차익보다 임대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적인 임대사업자들의 경우 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는 정도의 임대료를 받으려 하기 때문에 전세 대비 월세의 비율이 높은 금리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시장의 여건변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인데 규제로 다스려야 할 부도덕한 행위로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세난의 문제를 일시적인 가격상한 같은 장치로 막으려고 할 때, 효과는 별로 거두지 못하면서 주택시장의 왜곡만 심화시킬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이러한 경향은 불가피할 것인데 그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결국 전세가와 매매가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매매가가 안정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전세보다는 월세를 받는 전문적인 주택임대업자가 더 늘어날 것인데 이것은 전반적으로 주택시장이 효율화·합리화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서투른 개입은 신규주택의 과잉공급에 의한 미분양사태와 주택공급 부족에 의한 주택가격 급등이 반복되는 냉온탕으로 서민들을 괴롭히는 결과만 초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는 최저소득계층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에 집중하면서 일관성 있고 안정된 거시정책 운용을 통해 전반적인 자산인플레이션을 예방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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