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범칙조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행정당국의 실무상 어려움은 화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무리한 조사를 지양해야 하면서 관세법, 외환거래법, 기타 수출입 관련법령 및 특별법 위반혐의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조사과정에서 화주가 실질적으로 권익을 보장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찰에 고발된 관세범칙사건은 검찰의 2차적 수사단계에서 사실관계 확정여부나 증거 판단, 법리해석상의 오해 내지는 이견으로 상당수의 사건이 조사불충분 또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되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고발사건 대비 기소율과 기소사건 대비 유죄율을 비교해 보면 초기에 충분한 조사를 통해 되도록 처벌돼야 할 사건만을 고발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관세범 조사과정에 있어서 납세자가 조사단계에서 실질적 권익 보장에 필요한 조력을 받지 못함에 기인한다.
관세사법 제2조에 보면 '세관의 조사 또는 처분 등과 관련된 화주를 위한 의견진술의 대리'가 관세사의 직무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관세법 제226조에 따라 약 50여개의 특별법에 규정된 요건확인 법령에 대한 절차의 이행' 뿐만 아니라 관세법 이외의 특별법 또는 다른 법에 규정돼 있더라도 관세에 관련되는 것이라면 '상담과 자문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세관공무원 범칙조사에 관한 시행세칙'(이하 '조사시행세칙'이라 한다)에는 관세법에 규정된 관세포탈, 감면, 환급의 경우에만 관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해 관세법 중에서 세금과 관련이 없는 밀수입죄, 부정수출입죄, 허위신고죄 위반, 밀수품의 취득죄 위반, 수출입에 관련된 외환거래법 위반, 원산지 표시 위반, 부정무역 적발, 지재권등 대외무역법 위반, 기타 수출입 요건 확인에 대한 법률, 기타 특별법, 통관적법성 심사에 대한 사건은 조력을 받지 못하는 모순에 빠진다.
세관관서의 입장에서 범칙조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화주 또는 납세자의 억울한 피해를 막고 납세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다음의 몇가지 측면에서 관세전문가인 '관세사'의 협력 내지 도움이 필요하다.
첫째, 범칙조사 단계에서 우선 납세자 입장에서는 고의성 여부에 대해 충분한 소명의 기회가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조사과정에서 사실관계의 확인이나 관세관계법률 전문가인 '관세사'의 협조가 필요하다.
둘째, 관세분야는 타 분야에 비교해 전문적 지식을 가진 민간 전문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고, 관세사는 업무의 성격상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관세사'는 유일하게 국가에서 검증한 수출입분야의 전문가이자 납세 보호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유일한 자격사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납세자에 대한 조력업무는 보통 입회 또는 의견진술의 방법을 통해 이뤄진다. 관세사법 제2조의 관세사의 직무범위에 관해 '화주에 대한 의견진술'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서면진술은 물론이고 구두진술도 가능하고, 구두진술의 경우에는 입회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세관, 세무서 등 사법경찰권을 행사하는 특별행정기관에서 행하는 범칙조사는 형사범이 아니고, 행정범의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인 세무사, 관세사 등이 입회 및 의견진술의 조력역할을 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부합하다. 또한, 전문가의 조력여부 결정에 대한 납세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동시에 과세당국입장에서도 전문가의 객관적인 소명자료를 참고하면 조사업무를 수행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앞서 살펴본 '관세 범칙조사 시행세칙'은 관세청 내부 훈령이므로 대외적 구속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 국민에 대한 임의규정이다. 상위 법률인 관세사법에서는 포괄적으로 '세관의 조사과정'에 관세사가 참여해 화주를 위한 의견진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국민의 권리와 권익에 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면서 행정기관 내부 훈령이 이를 제한하는 것은 심각한 납세자의 권익 침해로 '조사시행세칙'은 즉시 개정돼야 한다.
한편, 고의적인 관세포탈사범과 밀수사범, 외환사범, 수출입법령 위반 사범 등은 납세정의의 확립과 예방적 효과 측면에서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세범칙조사가 반드시 필요하고, 조사과정에서 납세자의 기본적 권리와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행정집행과 납세자 권익은 균형추가 필요하고, 국가가 인정한 '전문가'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납세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집행기관의 행정낭비를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