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지난달 대형마트 3社 관계자들을 소집해 물가안정 관련 실무협의를 하면서 국세청 세무조사, 공정위 조사 등을 거론하며 주요 생필품 가격 인상 자제 압력을 가했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세정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가격 인상 자제 압력을 가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설 명절을 앞두고 대형유통업체도 물가안정대책에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한 회의였다"는 지경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세정가에서는 "구태의연한 발상이다. 국세행정에 대한 신뢰도를 무너트리는 행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세정가에서는 이번 일이 '정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세무조사'에 대한 논란을 다시 한번 촉발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때 과세관청은 부동산투기, 물가단속, 과외금지, 러브호텔, 호화사치생활자, 의약분업 관련 의료기관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는 등 정부의 특정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실시해 안팎의 비판을 받았었다.
부동산투기 또는 호화사치 생활을 하면서 탈세를 했거나 러브호텔을 운영하면서 세금을 탈루해 조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문제는 국세청이 아닌 다른 정부부처에서 그 부처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운운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부처가 상호 협력하는 것은 맞지만, "세무조사 운용은 어디까지나 세수 확보 등 성실신고 담보에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왜냐하면 정부의 특정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세무조사를 동원하다 보면 세무조사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되고 이는 곧 국세행정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시장구조 왜곡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국세청은 올초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물가안정 지원과 민생침해 탈세자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하면서 "관계기관과 합동점검반을 상시 운영해 안정적 물가관리를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물가 안정 저해자 가운데, 탈세를 하고 있는 자'에 대한 응징을 의미할 뿐이다.
여하튼 이번 일로 "국세청이 아닌 다른 부처에서 자기 부처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운운하거나 공표할 수 없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된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