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정사회를 지향하기 위한 세정의 목표는 무엇일까? 공정사회의 지향점이 단순하게 평등이나 공평만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 의미를 제대로 찾기가 어렵지만, 바르고 옳은 것이라는 것에 기초한 세정이라고 해석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부 조직이 각각 그 설립 목표를 향해 자기 임무를 충실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각 부처 행정의 본질적인 목표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곳을 향해 집중할 때에만 공정사회를 말할 자격이 있다고 본다.
2. 최근 국세청과 조세심판원 발표 자료에 의하면, 납세자가 국가를 상대로 한 행정심판 건수 기준으로 조세심판원 29%, 국세청 심사청구 25%, 이의신청 26%, 과세전 적부심사 35% 정도 인용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기관의 인용율을 합치면 100%가 넘는 이유는 인용건수에 부분인용 등이 포함돼 산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인용율을 그대로 넘기기에는 뭔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3. 도대체 어떻게 과세를 했기에 이토록 높은 인용율이 나오는 것일까? 결국 부실과세가 아닐까 한다. 부실과세의 원인은 과세관청의 탓만은 아닐 것이다. 세법의 애매모호한 규정, 사실판단과 관련된 입법의 미비점, 세법규정과 경제현실의 차이 등도 한 몫 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몇몇 특정의 조문에서 납세자가 계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세법개정 등을 통해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
4. 반면, 납세자가 권리구제절차를 잘 활용한 결과일 수도 있다. 전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대처한 결과일 것이다. 과세전적부심사의 인용율은 이해가 된다. 이는 세무조사과정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실(fact)을 심사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과세관청의 자기시정적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도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의신청과 심사청구 등 이른바 사후적 구제절차에서 인용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5. 제대로 된 과세시스템이라면, 일선관서의 세무조사 내용이 상급관서의 지침에 위배돼서는 안 된다. 과세관청은 제도적으로 세무조사 기준을 작성해서 본청으로부터 지방청 및 세무관서에까지 '일관성'있게 집행하고,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미리 상급관서와 의견조율을 거친 뒤에 과세하는 것이 납세권리를 보장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과세전적부심사에서 인용된 과세관청의 주장이 '갑자기'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과정에서 배척당하는 것은, 좋은 의미로 보면, 납세자의 적극적인 주장이 있거나 또는 과세관청이 납세자 편에서 대응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세무조사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의 문제가 있거나 또는 무리한 과세를 했거나 아니면, 기타 '부정적인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6. 반면, 조세심판원의 인용율이 과세관청의 이의신청 및 심사청구의 인용율 합계보다 낮게 나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눈에 쉽게 보이는 과세관청의 과세상 오류가 이미 과세전적부심사 등에서 반영돼서, 조세심판원에 오는 사건은 납세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과세관청도 아니고 세입기관에서 한발 벗어나 있는 위치에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납세자 편에서 판단할 것은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과세관청의 입장에서 판단하고자 한다면, 사후적 구제절차는 국세청의 심사청구제도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
7. 하여, 공정사회를 위한 세정을 하기 위해서는 과세관청은 세수입 확보와 징수행정에 초점을 맞춘 행정행위를 하고, 조세심판원은 그 설립 목적에 충실한 행정행위를 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과세관청은 사전적인 구제절차 과정에서 성실하고 억울한 납세자의 고충을 최대한 반영해 주고, 과세를 한 뒤의 사후적인 구제절차과정에서는 과세논리의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대신 이의신청과 심사청구 등 사후적인 구제절차는 그 분야에 전문인 조세심판원에 이양을 할 필요가 있다.
8. 생각해 보면, 과세전적부심사에서 주장한 과세관청의 과세논리와 타당성이, 같은 과세관청 조직(국세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까지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세관청은 일단 고지서가 발부됐으면, 그 처분의 유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되는 것 아닌가. 과세관청은 사후적인 구제절차과정에서 납세자의 주장에 맞서 치열하게 과세관청의 주장이 옳음을 관철시켜야 한다. 아울러 제도적으로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과세관청에 불리하게 나올 경우에는 과세관청의 불복이 허용돼 추후 행정소송의 제기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
9. 이의신청 및 심사청구의 인용율이 높다는 것은 과세관청이 과세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고, 과세전적부심사를 '형식적'으로 했다는 얘기도 되며, 사실이 아니겠지만 전관예우 등 부정적인 영향이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과세관청은 납세자 권리보호에 대해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하기 보다는, 납세자의 고충을 사전적으로 해결하는데 집중을 하고, 본업이 아니고 논리적으로도 그 존재가 이상한, 과세관청의 사후적인 구제절차업무는 조세심판원에 이관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과세관청은 적법절차에 따라 과세를 하고, 조세심판원은 억울한 납세자를 구제하는 행정이 돼야 한다.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겠다고 하니까 생각해 본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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